【評 唱】
장경보복재설봉회하長慶保福在雪峰會下 장경·보복이 설봉 회하에 있으면서
상호상거각상량常互相舉覺商量 항상 서로가 거량하고 경각시키며 일깨워왔는데
일일평상여차설화운一日平常如此說話云 이날도 평상시처럼 대화하며 말했다.
녕설아라한유삼독寧說阿羅漢有三毒 “차라리 아라한에게 삼독이 있다 말할지언정
불설여래유이종어不說如來有二種語 여래에게 두 종류의 말씀이 있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범어아라한梵語阿羅漢 범어梵語의 아라한이란
차운살적此云殺賊 중국말로 번역하면 (번뇌의)적을 죽임[殺賊]이라 하는데
이공능창명以功能彰名 이는 그 기능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능단구구팔십일품번뇌能斷九九八十一品煩惱 제루이진諸漏已盡
81品의 번뇌를 끊고 모든 번뇌를 다하여
범행이립梵行已立 차시무학아라한위此是無學阿羅漢位
梵行이 갖추어지니 이것이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아라한의 지위이다.
삼독즉시탐진치三毒即是貪嗔癡 근본번뇌根本煩惱
삼독三毒이란 탐욕[貪]․성냄[瞋]․어리석음[癡]으로 근본번뇌根本煩惱이다.
팔십일품八十一品 상자단진尚自斷盡 하황삼독何況三毒
81품도 끊어 다하였는데 삼독이야 말해 무엇 하랴.
┏━━━━ 견혹見惑 이지적인 번뇌 88종 ━━┓
번뇌煩惱 삼독三毒 탐진치貪嗔癡
┗━━━━ 사혹思惑 감정적인 번뇌 81종 ━━┛
장경도長慶道 장경이 말했다.
녕설아라한유삼독寧說阿羅漢有三毒 “차라리 아라한에게 삼독이 있다 말할지언정
불설여래유이종어不說如來有二種語 여래에게 두 종류의 말씀이 있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대의요현여래무불실어大意要顯如來無不實語
그 대의는 여래에겐 진실한 말씀 아닌 것이 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법화경운法華經云 <법화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차일사실唯此一事實 “이 한 일만 진실할 뿐
여이즉비진餘二則非真 나머지 둘은 진실이 아니다.”
우운又云 <법화경>에서 또 말했다.
유유일승법唯有一乘法 “일승법一乘法이 있을 뿐
무이역무삼無二亦無三 둘도 셋도 없다.”
세존삼백여회世尊三百餘會 세존께서 300여 회에 걸쳐
관기두교觀機逗教 중생의 근기를 살피시어 가르침을 내리시고
응병여약應病與藥 병에 따라 약을 주시듯 하였으나
만종천반설법萬種千般說法 필경무이종어畢竟無二種語
수만 가지 설법이 결코 두 종류의 말씀이 아니었다.
타의도저리他意到這裏 제인작마생견득 諸人作麼生見得
부처님의 의도가 이러니 그대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불이일음연설법佛以一音演說法 즉불무則不無
부처님이 일음一音으로 연설하신 법이 없지는 않지만
장경長慶 요차미몽견여래어재要且未夢見如來語在
장경은 결국 여래의 말씀을 꿈에서도 깨닫지 못하였다.
하고何故 대사인설식大似人說食 종불능포終不能飽
왜냐하면 음식을 말로만 하는 사람은 끝내 배부르지 않는 것과 매우 같기 때문이다.
보복保福 견타평지상설교見他平地上說教 수문遂問
보복은 장경이 평상시에 敎를 말하는 것을 보고 질문을 하였다.
작마생시여래어作麼生是如來語 “어떤 것이 여래의 말씀인가?”
경운慶云 롱인쟁득문聾人爭得聞 “귀 먹은 사람이 어떻게 이것을 들을 수 있겠느냐?”
저한지타기시這漢知他幾時 재귀굴리작활계래야在鬼窟裏作活計來也
장경은 언제나 귀신 굴속에서 살림살이를 해왔었다.
보복운保福云 보복이 말했다.
정지이향제이두도情知爾向第二頭道 “그대가 제2의제로 말했다는 것을 참으로 알았다.”
과중기언果中其言 각문卻問 과연 그 말이 적중하자 문득 장경이 다시 물었다.
사형師兄 작마생시여래어作麼生是如來語 “사형師兄! 어떤 것이 여래의 말씀입니까?”
복운福云 보복이 말했다.
끽다거喫茶去 “차나 마시게!”
쟁두도피별인탈각료야鎗頭倒被別人奪卻了也
이는 거꾸로 다른 사람에게 창을 빼앗겨버린 꼴이다.
대소장경大小長慶 실전조죄失錢遭罪
이리 되니 별 볼일 없는 장경은 돈 잃고 죄를 지은 꼴이 되었다.
차문제인且問諸人 여래어환유기개如來語還有幾箇
그러면 여러분에게 묻노니 여래의 말씀은 몇 개나 있느냐?
수지임마견득須知恁麼見得 방견저량개한패결方見這兩箇漢敗缺
이런 식으로 반드시 한마디 한 구절도 없다고 알아차려야 만이
두 사람의 잘못을 알게 될 것이다.
자세검점장래子細檢點將來 진합끽봉盡合喫棒
자세히 살펴보면 두 사람 모두 방망이를 맞아야 한다.
방일선도放一線道 여타리회與他理會
이들은 모두 한 가닥(제2의제의) 길을 터놓고서 그와 함께 알음알이를 내었다.
유저운有底云 보복도득시保福道得是 장경도득불시長慶道得不是
어느 사람은 “보복의 말은 옳고 장경의 말은 옳지 않다”고 하여
지관수어생해只管隨語生解 편도유득유실便道有得有失
오로지 말을 따라서 이해하고 “잘한 것도 있고 잘못도 있다”고 한다.
수부지殊不知 고인여격석화古人如擊石火 사섬전광似閃電光
그러나 이는 옛사람(보복․장경)의 솜씨가 전광석화 같았음을 모른 것이다.
여금인如今人 요즈음 사람들은
불거타고인전처간不去他古人轉處看 옛사람이 휙 뒤집어놓았던 점을 살피지 않고
지관거구하주只管去句下走 편도便道 오로지 언구 아래 치달리며 말하기를
장경長慶 당시불편용當時不便用 소이락제이두所以落第二頭
“당시 장경이 제대로 대꾸하지 않았기에 제2의제에 떨어졌다.
보복운保福云 끽다거喫茶去
보복의 ‘차나 마시게!’ 라는 말이 바로 제1의제第一義諦이다”라고 한다.
편시제일두便是第一頭 약지임마간若只恁麼看 그러나 이처럼 이해했다간
도미륵하생到彌勒下生 미륵이 하생하여도
야불견고인의也不見古人意 고인의 뜻을 알지 못하게 된다.
약시작가若是作家 종부작저반견해終不作這般見解
작가라면 끝내 이러한 견해를 일으키지 않고
도출저과굴跳出這窠窟 향상자유일조로向上自有一條路
이 소굴에서 뛰어나와 반드시 끝없이 초월하는 한 가닥 길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약도爾若道 롱인쟁득문聾人爭得聞 유십마불시처有什麼不是處
그대들이 “귀머거리가 어떻게 들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들 어찌 틀린 곳이 있겠으며
보복운保福云 끽다거喫茶去 보복이 “차나 마시게!”라고 말했으나
유십마시처有什麼是處 어찌 옳은 곳이 있겠는가?
전몰교섭轉沒交涉 이는 더더욱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시고도是故道 타참활구他參活句 불참사구不參死句
그러므로 “활구를 참구해야지 사구를 참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인연這因緣 이(제95칙) 공안은 제89칙의 송
여편신시與遍身是 통신시인연通身是因緣 일반一般 무이계교시비처無爾計較是非處
“편신시徧身是․통신시通身是”의 인연과 한가지로서 계교와 시비를 할 곳이 없다.
수시이각근하須是爾腳跟下 모름지기 여러분의 발아래가
정라라지淨裸裸地 말끔히 훌훌 벗어버린 경지가 있어야
방견고인상견처方見古人相見處 옛사람(장경·보복)이 주고받았던 의도를 알 수 있다.
오조로사운五祖老師云 오조법연이 말했다.
여마전상박상사如馬前相撲相似
“이는 달리는 말 앞에서 씨름을 하듯이 순식간에 딱 승부를 끝내야하며
수시안변수친須是眼辨手親 이는 제 눈으로 확인하고 손수 하여야만 한다.”
저개공안這箇公案 약이정안관지若以正眼觀之 이 공안을 올바른 안목으로 살펴본다면
구무득실처俱無得失處 변개득실辨箇得失 두 사람 모두 득실이 없는 곳에서 득실을 가리며
무친소처無親疏處 분개친소分箇親疏 친소가 없는 곳에서 친소를 구분하고 있다.
장경야수례배보복시득長慶也須禮拜保福始得 그러나 장경은 반드시 보복에게 절을 올렸어야 했다
하고何故 왜냐하면 보복은
저개사자這箇些子 교처용득호巧處用得好 본분의 자리를 교묘히 운용하여
여전전성비상사如電轉星飛相似
그 수법이 마치 번개가 구르고 流星이 날듯이 민첩하였기 때문이다.
보복保福 불방아상생아不妨牙上生牙 보복은 참으로 어금니 위에 어금니가 돋아나고
조상생조爪上生爪 손톱 위에 손톱이 돋아 난 대단한 사내였다.
송운頌云 설두의 송은 다음과 같다.
►거각擧覺 절차탁마切磋琢磨. 계발하고 문답하다.
►81품번뇌品煩惱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云
명사혹자明思惑者 유81품有八十一品 사혹思惑을 밝힘에는 81품이 있다.
위삼계분위구지謂三界分爲九地 이르자면 3계를 나누면 9地가 되나니
욕계합위일지欲界合爲一地 욕계를 합해 1地로 삼고
사선사정위팔四禪四定爲八 4선4정四禪四定이 8이 되며
공위구지共爲九地 공히 9지가 된다.
욕계일지중欲界一地中 유구품탐진치만有九品貪瞋癡慢
욕계 1지 중에 9품의 탐진치만貪瞋癡慢이 있다.
언구품자言九品者 上上上中上下 中上中中中下 下上下中下下
말한 9품이란 것은 상상ㆍ상중ㆍ상하, 중상ㆍ중중ㆍ중하, 하상ㆍ하중ㆍ하하다.
상팔지각유구품上八地各有九品 제진사除瞋使 고성81야故成八十一也
上의 8지에 각기 9품이 있고 진사瞋使를 제하며 고로 81을 이룬다.
(九地 중 각기 九品의 탐진치만貪嗔癡慢이 있고 다만 上의 八地에 嗔이 없음).
►제루諸漏 모든 번뇌.
루漏 번뇌지이칭煩惱之異稱 제루諸漏 즉제번뇌卽諸煩惱
루漏는 번뇌의 다른 명칭이니 제루는 곧 모두 번뇌임.
총섭삼계제번뇌總攝三界諸煩惱 칭위삼루稱爲三漏
3계의 모든 번뇌를 총섭總攝함을 일컬어 3루漏라 함.
<대승의장大乘義章>5
일체번뇌류주부절一切煩惱流注不絶 일체 번뇌가 유주流注하여 단절되지 않으며
기유창루其猶瘡漏 고명위루故名爲漏 그것이 창루와 같은지라 고로 이름하여 漏다.
►범행梵行 청정한 수행. 금용 수행.
►무학아라한位無學阿羅漢位 더 배울게 없는 단계에 이른 성자의 경지.
‘無學阿羅漢’
소승사과지성자중小乘四果之聖者中 소승 4과果의 성자 중에
전삼과前三果(須陀洹果 斯陀含果 阿那含果)위지유학謂之有學
앞 3과(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아나함과)는 이를 일러 有學이라 하고
제사과第四果(阿羅漢果)위지무학謂之無學
제4과(아라한과)는 이를 일러 무학無學이라 함.
이전삼과상유가수학지도고야以前三果尙有可修學之道故也
앞 3과는 아직 가히 수학할 도가 있는 연고이다.
►근본번뇌根本煩惱
우왈본혹又曰本惑 본번뇌本煩惱 또 가로되 本惑ㆍ본번뇌이다.
위대승백법중탐謂大乘百法中貪 진치만의瞋癡慢疑 악견지륙대번뇌야惡見之六大煩惱也
이르자면 대승 百法 중에 탐ㆍ진ㆍ치ㆍ만慢ㆍ의疑ㆍ악견惡見의 6대 번뇌.
►일승一乘
성불유일지교야成佛唯一之敎也 성불할 유일한 교임.
승위거승乘爲車乘 이비불지교법以譬佛之敎法 승은 거승車乘이 되며 불타의 교법에 비유함.
교법능재인운어열반안敎法能載人運於涅槃岸
교법이 능히 사람을 싣고 열반의 언덕으로 운행하는지라
고위지승故謂之乘 고로 이를 일러 승이라 함.
법화경전설차일승法華經專說此一乘 법화경은 오로지 이 1승을 설함.
<법화경法華經> 방편품方便品
시방불토중十方佛土中 시방의 불토 중에
유유일승법唯有一乘法 오직 일승법만 있고
무이역무삼無二亦無三 둘이 없고 또 셋이 없나니
제불방변설除佛方便說 불타의 방편설을 제한다.
►삼백여회三百餘會 부처가 일생 동안 설법한 횟수.
16칙 頌에는 360회로 되어 있다.
►관기두교觀機逗敎 상대의 수준에 따라 거기에 알맞은 가르침을 주다.
관기두교觀機逗敎 기연을 관하여 가르침을 베풀며
인인설법因人說法 사람에 따라 법을 설한다.
‘逗敎’
이불음교以佛音敎 투우중생심기중야投于衆生心機中也
불타의 음교音敎를 중생의 심기心機 중에 투입함.
►불이일음연설법佛以一音演說法
<유마경불維摩經 국품佛國品>
불이일음연설법佛以一音演說法 중생수류각득해衆生隨類各得解
불타가 일음으로 법을 설하시매 중생이 品類(類)를 따라 각기 得解한다.
►요차要且 결국. 결국은. 그러나. 도리어.
►평지상설교平地上說敎 평상설교. 상식적인 가르침을 말하다.
►지타기시知他幾時
‘知他’ 도대체 ~할 것인가?
‘知~幾時’ 어느 때에야 비로소 ~하고 있다는 걸 알겠는가?
►과중기언果中其言 과연 그 말이 적중하다.
►도미륵하생到彌勒下生 모든 중생이 구제 받는다는 미륵불 세상에 이르다.
(여기서는)미래영겁.
►편신시통신시遍身是通身是 몸의 겉[遍身]인가, 몸 전체[通身]인가?
<천수천안千手千眼>
편신시통신시遍身是通身是 편신遍身이 이것이요 통신通身이 이것이니
대비보살다수안大悲菩薩多手眼 대비보살大悲菩薩이 손과 눈이 많도다.
유궐추권순줄봉幼蕨抽拳筍茁鋒 어린 고사리는 주먹을 뽑고 죽순은 칼날을 내밀며
유청이백도홍란柳靑梨白桃紅亂 버들은 푸르고 배는 희고 복숭아는 붉어 어지럽도다.
(1~2행)
운암雲巖(曇晟이니 藥山惟儼의 法嗣)이 묻되
대비보살이 허다한 손과 눈을 써서 무엇을 합니까?
스님(道吾宗智니 傳燈錄 등엔 圓智로도 表記. 藥山의 法嗣)이 이르되
마치 사람이 손을 돌려(背手) 베개를 더듬는 것과 같느니라.
운암이 이르되 내가 알았습니다 내가 알았습니다.
스님이 이르되 네가 어떻다고 이회理會하는가?
운암이 이르되 편신遍身이 이 손과 눈입니다.
스님이 이르되 말은 또 매우 심하게 말했으나 단지 八成을 말해 얻었느니라.
운암이 이르되 師兄은 또 어떻습니까?
스님이 이르되 통신通身이 손과 눈이니라/<聯燈會要>卷19
(3~4행)
‘고사리 궐蕨’ ‘풀싹 줄. 풀 뾰족뾰족 날 촬茁’
‘칼날 봉鋒’ ‘고울 눈. 연약할 눈嫩’
►안변수친眼辨手親=手親眼辨 안목이 뛰어나고 솜씨가 능숙하다.
눈으로 척 보면 알고 또 손으로 그 일을 처리하는 데 능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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