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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寒山詩

寒山詩 44

寒山詩 44

부물유소용夫物有所用 대체로 사물은 쓸 곳이 있고

용지각유의用之各有宜 쓰임에는 각각 마땅함이 있다

용지약실소用之若失所 씀에 있어 알맞음을 잃으면

일결부일휴一缺復一虧 한편 결핍되고 한편은 어그러진다(缺↔闕)

 

원착이방병圓鑿而方柄 둥근 구멍에 모난 말뚝이면

비재공이위悲哉空爾爲 슬프구나, 부질없는 짓이어라

화류장포서驊騮將捕鼠 천리마로 쥐를 잡으려 한다면

불급파묘아不及跛貓兒 다리 다친 고양이에 미치지 못하리라

 

 

무릇 물건이란 쓰일 곳이 있어

쓰임에 각기 마땅함이 있네.

물건이 그 쓰일 곳을 잃으면

하나는 이지러지고 하나는 모자라네.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 박으니

안타까워라! 부질없는 일이네.

준마駿馬로 쥐를 잡으려 하나

절름발이 고양이만 못하네.

 

►부夫 대저大抵(대체로 보아서). 무릇. 대강. 대체로. 발어사.

►궐闕 이지러지다.

►휴虧 이지러지다. 부족하다. 모자라다.

►착鑿 뚫다. 파다. 깎다.

 

►병柄=예枘 자루. 기둥.

►화류驊騮 준마의 이름. 주나라 무왕이 천하를 주유할 때 탔다는 8준마의 하나

►파跛 절름발이. 절룩거리다.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 박으’면 모난 자루의 네 모서리는 이지러지고

네 변은 구멍에 닿지 않아 모자란다.

 

이는 물건의 쓰임이 잘못 되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 박는 격’은 옛날 중국인이 많이 쓰던 표현이다.

 

‘화驊’와 ‘류騮’는 준마駿馬나 명마名馬를 뜻한다.

그런 말들이 절름발이 고양이보다 더 가치가 있는가?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고정관념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가진 재주나 기능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사물의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지 처음부터 어떤 틀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쁘다는 식의 사고는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처사로 오류를 면할 수가 없다.

 

주걱보다 밥솥이 더 가치가 있다고 해서 주걱을 버리고 밥솥만 택한다면

밥공기에 밥을 퍼 담을 때 밥솥으로 주걱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

 

요즘 정부 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예산을 꼭 써야할 곳에 꼭 필요한 만큼만 써야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지나치게 낭비하여 국민의 비난을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걸 보면

한산의 교훈은 시대를 초월하는 것 같다.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마룻대와 들보는 성벽을 뚫어 파괴할 수는 있지만

구멍을 막을 수는 없으니 도구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오.

 

기기화류騏驥驊騮

같은 준마駿馬는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는 있지만

쥐를 잡는 데는 너구리나 살쾡이만 못하니 그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오.

 

수리부엉이가 밤에는 벼룩도 잡고 털끝도 살필 수는 있지만

낮에는 눈을 부릅떠도 산이나 언덕을 보지 못하니

그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오.”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이 세상의 사물은 각기 그 용도와 기능과 성질이 다르다.

그러므로 이것이 저것보다 더 나으니 언제나 이것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그래서 한산은

“준마로 쥐를 잡으려 하나

절름발이 고양이만 못하네.”라고 노래했다.

 

어찌 사물뿐이겠는가?

사람을 쓰는 데도 인재를 소질과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가려 써야 마땅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innerlight34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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