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53
가련호장부可憐好丈夫 가련하다, 멋진 대장부
신체극릉릉身體極棱棱 허우대가 참으로 늠름하구나
춘추미삼십春秋未三十 나이라야 서른도 되지 않았는데
재예백반능才藝百般能 재주와 기예가 뛰어나 못하는 것이 없구나
금기축협객金羈逐俠客 금 고삐 쥐고서 협객들 사귀고
옥찬집량붕玉饌集良朋 귀한 음식으로 좋은 벗을 모은다.
유유일반악唯有一般惡 오직 하나이 단접뿐이니
부전무진등不傳無盡燈 다하지 않는 등불, 부처님 법을 전치 못한다네
준수한 저 사나이
체격이 아주 위엄이 있네.
나이는 서른이 못 되었어도
재주와 기술은 백 가지에 능하네.
금 고삐 쥐고 협객을 따르고
값진 음식으로 좋은 벗 모으네.
오직 하나 부족한 것 있으니
다함없는 등불을 전하지 못하네.
►능릉稜稜 위엄威嚴이 있음.
‘릉稜’ 모(모서리). 모 나다. 서슬(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
►기羈 굴레. 말고삐.
►옥찬玉饌 매우 값지고 맛있는 반찬飯饌.
►무진등無盡燈
한 사람의 힘으로 백, 천 사람을 인도하여도 다함이 없음을
한 등으로 백, 천의 등불을 켜는데 비유한 말.
한 사나이가 있어 준수하고 위엄이 있으며
나이가 삼십도 채 안 되었는데 재주와 기술이 백방으로 능하다.
그는 또 금 고삐 달린 말을 타고 협객들과 사귀며 놀고
진귀한 음식을 대접하여 많은 친구들을 모은다.
이렇게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한 그 사내에게
단 한 가지 모자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무진등無盡燈 즉 다함없는 등불이다.
<유마경 보살품>에 ‘무진등無盡燈’에 관한 언급이 있다.
천녀들이 비말라키르티(유마힐)에게 절하고 나서 말했습니다.
“마궁魔宮으로 돌아간 다음 우리들은 어떻게 살면 좋겠습니까?”
비말라키르티가 대답했습니다.
“여러 자매들이여,
‘무진등無盡燈’이라고 이름 붙여진 법문法門이 있다.
그것을 배워 노력하라. 그것은 무엇인가?
여러 자매들이여,
한 등불에서 백 개, 천 개의 등불에 불을 붙이더라도 그 등불의 밝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한 보살이 백 천의 많은 중생들의 마음을 열어
아뇩다라삼먁보리심을 발하게 하고
그 뜻이 영원히 꺼지지 않고
설법을 들을 때마다 더욱 선한 법이 자꾸만 드러나게 하는 것
이것을 일컬어 ‘무진등無盡燈’이라 이름 한 법문이다.
그대들은 저 마궁으로 돌아가거든 무량한 천자天子와 천녀들이 보리의 마음을 발하게끔 하라.
그리하여 그대들은 은혜를 잘 아는 사람이 되고
모든 중생을 진실 되게 살게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의 ‘사나이’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거의 다 갖추고 있으나
‘백 천의 많은 중생들의 마음을 열어 아뇩다라삼먁보리심을 발하게 하고,
그 뜻이 영원히 꺼지지 않고, 설법을 들을 때마다 더욱 선한 법이
자꾸만 드러나게 하는 무진등無盡燈’은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사나이’는 잠시 이번 생애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들은
갖추었지만 영원히 필요한 것은 못 갖추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산은
“오직 하나 부족한 것 있으니
다함없는 등불을 전하지 못하네.”라고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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