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76
종니거서각縱你居犀角 비록 그대 물소 뿔을 항상 가지고
요군대호정饒君帶虎睛 호랑이 눈동자를 차고 있어도
도지장벽예桃枝將辟穢 복숭아나무 가지로 재앙을 쫓고
산각취위영蒜殼取爲瓔 마늘 껍질로 영락을 만들어도
난복수유주暖腹茱萸酒 수유茱萸 술로서 배를 덥히고
공심구기갱空心枸杞羹 구기枸杞 국으로 울기鬱氣를 씻어내도
종귀불면사終歸不免死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나니
낭자멱장생浪自覓長生 부질없이 길이 살기 찾아 헤매네.
그대 무소뿔 지니고 살아도
호정虎睛을 차고 다녀도
복숭아나무 가지로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마늘 목걸이 목에 걸어도
수유주茱萸酒로 배를 덥히고
끓인 구기자 물 공복에 마셔도
결국 죽음은 면치 못하거늘
부질없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구나.
►서각犀角 물소의 뿔. 가루로 만들어 해독, 성질이 차서 해열제로 쓰임.
►요饒 넉넉하다. 풍요롭다.
►호정虎睛 호랑이의 눈. 약재로 씀. ‘정睛’ 눈동자. 눈알. 안구.
►도지桃枝 복숭아나무 가지. 재앙을 막는 데 효험이 있다고 함.
►벽辟 물리치다.
►예穢 더러움.
►산각蒜殼 무엇을 말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 마늘 껍질을 말하는 듯.
‘산蒜’ 마늘. ‘각殼’ 껍질.
►영瓔 옥돌. 구슬 목걸이.
►수유주茱萸酒 수유나무 열매로 담근 술. 약용으로 쓰인다 함.
►공심空心 배 속이 비어 있는 상태. 또는 그 배 속.
►랑浪 함부로. 마구. 표랑하다. 유랑하다. 방종하다.
서각이나 호정은 모두 부귀를 나타낸다.
도지와 산각은 재앙을 몰아내고 복을 구한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것은 다 부질없는 것이어서 결국 죽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縱你居犀角 무소뿔로 裝飾한 집에서 살게 하고
饒君帶虎睛 그대에게 호랑이처럼 눈빛 빛나게 한다.
桃枝將闢穢 비록 복숭아 가지로 災殃 쫓고
蒜骹取爲瓔 마늘껍질 鳴鏑을 처마 밑에 걸어둔다.
暖腹茱萸酒 山茱萸酒로 배를 덥게 하고
空心枸杞羹 枸杞子국으로 배를 깨끗이 비운다.
終歸不免死 그러나 終局에는 죽음을 免치 못하면서
浪自覓長生 부질없이 스스로 長生의 길만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