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11
빈려결일척貧驢缺一尺 가난한 집 나귀는 키가 한 자 모자라고(缺↔欠)
부구잉삼촌富狗剩三寸 부잣집 개는 키가 세 치나 남아도네.
약분빈불평若分貧不平 만약 가난을 나누는 데 공평하지 못하면
중반부여곤中半富與困 부자네 재산의 반을 가난뱅이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까.
시취려포족始取驢飽足 받으면 나귀야 비로소 배부르고 만족하겠지만
각령구음돈却令狗飮頓 반대로 개는 배고파서 쓰러지리라.(却↔卻. 飮↔飢)
위여숙사량爲汝熟思量 그대에게는 곰곰이 생각하여 헤아릴 일이 되고
령아야수민令我也愁悶 나에게도 근심스럽고 괴로운 일이 되리라.
가난한 집 나귀는 한 자가 모자라고
넉넉한 집 개는 세 치가 남아도네.
가난을 돕는 게 고르지 못하다니
부자 살림 반은 잘라 가난한 집에 주면
배고픈 나귀 비로소 배부르다 하겠지만
개는 오히려 배가 고파 쓰러진다 하겠지(주릴 기饑)
그대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할 일이듯
내게도 시름과 고민 쌓이는 일이라오
가난한 나귀 한 자 밥도 부족한데
부유한 개는 세 치 밥도 남는구나.
가난한 자 구제함이 고르지 못하다면
부자 재산 반 갈라 빈곤자에게 줘보라.
비로소 나귀 배불러 만족하나
이제 개는 도리어 배고파 쓰러지리라.
그대 위해 곰곰 생각함이
날 시름하고 번민케 하는구려.
►려驢 당나귀. 나귀.
►결缺(흠欠) 부족하다. 모자라다.
►분빈分貧 가난한 자에게 나눠 줘 구제하다. 分=與. 분分 주다, 베풀다.
<좌씨춘추左氏春秋 소공14년昭公十四年>에
‘분빈진궁分貧振窮’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나눠주어 가난을 구제하는 것을 이름이다.
►돈頓 넘어지다. 꺾이다. 무너지다.
►민悶 답답하다. 번민하다.
부富의 절대 평균적 실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시의 요지이다.
아무리 머리를 써서 요리조리 생각해 봐도 부富가
누구에게나 고르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한산은
“그대 위해 곰곰 생각함이
날 시름하고 번민케 하는구려.” 하고 탄식할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이에게 평등한 부富의 분배는 불가능한 일이다.
‘빈민구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영원한 과제이다.
백락천白樂天의 <제물齊物> 2首 중 1首를 보자.
청송고백척靑松高百尺 푸른 소나무는 높아서 백 척이요
녹혜저수촌綠蕙低數寸 푸른 혜초는 낮아서 몇 치에 불과하네.
동생대괴간同生大塊間 천지간에 함께 자랐건만
장단각유분長短各有分 길고 짧음에는 제각각 자기 분수가 있다네.
장자불가퇴長者不可退 긴 것은 짧게 할 수 없고
단자불가진短者不可進 짧은 것은 길게 할 수 없다네.
약용차리추若用此理推 만약 이와 같은 이치로 헤아린다면
궁통량무민窮通兩無悶 못되건 잘되건 모두 번민할 것 없다네.
푸른 소나무 키는 백 자나 되는데
초록빛 혜초蕙草는 몇 치밖에 안 되네.
함께 대지에 살면서
길고 짧음 각기 분한이 있네.
긴 것이 짧아질 수 없고
짧은 것이 길어질 수 없네.
이런 이치 헤아려 적용한다면
이치에 맞다 안 맞다 고민할 필요 없다네.
백거이가 이 시에서 제시한 이치대로 하면 과연 해결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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