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20
부귀소친취富貴疏親聚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면 가깝고 먼 친척도 다 모이니
지위다전미祗爲多錢米 단지 돈과 쌀이 많아서라네.(공경할 지祗↔只)
빈천골육리貧賤骨肉離 가난하고 천하면 부자, 형제 등의 육친肉親도 다 떠나니
비관소형제非關少兄弟 형제가 적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네.
급수귀거래急須歸去來 모름지기 서둘러 관직官職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초현각미계招賢閣未啓 초현각招賢閣은 열리지 않을 것이네.
낭행주작가浪行朱雀街 헛되이 장안長安의 넓은 길을 다니다가
답파피혜저踏破皮鞋底 가죽신 밑창만 다 닳고 말리라.
잘살고 귀히 되면 친척들이 다 모이니
돈과 쌀이 창고에 가득해서 그렇고
못살고 하찮으면 골육들도 멀어지니
형제가 꼭 적어서만 그런 것도 아니네
서둘러 전원으로 돌아가게나
초현각은 열리지 않을 거라네
헛되이 도성에서 명리를 좇다 보면
신고 다닌 가죽신 바닥이나 닳겠지
부귀하면 먼 친척도 모이나니
단지 돈과 쌀이 많기 때문이네.
빈천하면 혈육도 떠나나니
형제의 적어짐 관계치 않네.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리
아직 초현각招賢閣 열리지 않았으니
주작가朱雀街 쏘다녀 보았자
가죽신 밑창만 닳고 말리라.
►소친踈親 먼 친척. ‘소踈’ 멀다. 멀어지다.
►귀거래歸去來 歸去. 돌아가다. ‘來’는 어조사로 의미가 없음.
관직을 물러나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
동진 때의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나왔음.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중국 진나라의 도연명이 팽택의 현령縣令이 되었을 때에
군의 장관長官이 의관을 갖추어 배알拜謁하라는 데에 분개하여
그날로 사직辭職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지은 시詩.
六朝 시대의 으뜸가는 명문名文으로 침.
<권주勸酒 술을 권하며>/백낙천白樂天
권군일배군막사勸君一杯君莫辭 한 잔 술을 권하거니 그대 사양 말게나
권군양배군막의勸君兩杯君莫疑 두잔 술을 권하니 그대 의심하지 말게나.
권군삼배군시지勸君三杯君始知 석잔 권하노니 그대 비로소 내 마음 알았다.
면상금일노작일面上今日老昨日 사람의 얼굴은 오늘도 내일도 늙어가고
심중취시승성시心中醉時勝醒時 취한 때 마음속이 깨어 있을 때보다 좋다.
천지초초자장구天地迢迢自長久 천지는 아득하고 원래부터 장구하고
백토적오상진주白兎赤烏相趁走 흰 토끼 붉은 까마귀 서로 쫓듯 달려간다.
신후퇴금주배두身後堆金拄北斗 죽은 뒤 북두칠성에 닿을 정도 황금을 쌓아도
불여생전일준주不如生前一樽酒 살아서 한 통의 술을 마심만 못하리라.
군불견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나.
춘명문외천욕명春明門外天欲明 궁성 춘명문 밖의 동 틀 무렵에
훤훤가곡반사생喧喧歌哭半死生 시끄럽게 노래하고 곡하며 나고 죽음이 절반인 것을.
유인주마출부득遊人駐馬出不得 그곳을 다니는 사람들 말을 멈추지 않을 수 없으니
백여소거쟁노항白輿素車爭路行 흰 색 장의차가 다투어 길을 나간다.
귀거래歸去來 돌아가자
두이백頭已白 이미 머리 희어졌으니
전전장용매주끽典錢將用買酒喫 전당포에 돈 빌려 술을 사서 마셔 버리자꾸나.
►초현각招賢閣
연燕나라 소왕昭王이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상국相國 곽위郭隗의 제안을 받아들여
역수易水 가에 초현대招賢臺를 높이 짓고 천하의 현사를 불러 모았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임.
►낭浪 자기 마음대로. 함부로. 마구.
►주작가朱雀街
당나라 수도 장안長安의 번화가로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장소라는 것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