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32
세유일등류世有一等流 세상에서 으뜸가는 사람이
유유사목두悠悠似木頭 하는 일 없이 그저 느긋하기만 한 것이 쓸모없는 나무토막 같네.
출어무지해出語無知解 말을 꺼내면 무지無知가 드러나는데
운아백불우云我百不憂 말로는 걱정이 하나도 없다고 하네.
문도도불회問道道不會 도道를 물으면 도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문불불불구問佛佛不求 부처를 물어도 부처에게 구하는 것이 없네.
자세추심착子細推尋著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망연일장수茫然一場愁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기가 한 무더기 근심덩어리네.
세상에서 알아주는 일류라는 이가
생각 없이 지내는 게 나무토막 같네
말 꺼내면 무지가 드러나는데
말로는 걱정 하나 없다고 하네
도를 물으면 도에 대해 아는 게 없고
부처를 물어도 부처에게서 구한 것이 없네
이리보고 저리보고 살펴보았더니
멍청하기 한 무더기 근심덩어리네
세상의 한 부류의 사람들
무관심하기 나무토막 같구나.
하는 말마다 아는 것 없으면서
‘난 일체 걱정하지 않아.’라고 하네.
도道를 물어도 모른다 하고
부처를 물어도 구하지 않는다.
자세히 추구해 보니
한 바탕 멍한 근심이었네.
►일등류一等流 일종인一種人 한 종류의 사람들.
‘등류等流’ 등배等輩. 동배同輩.
►유유사목두悠悠似木頭 나무토막처럼 인자하지(자애롭지) 못함.
‘유유悠悠’ 터무니없다. 아득히 멀어 아무 관심이 없는 모양.
‘유悠’ 멀다. 아득하다.
‘목두木頭’ 재목材木을 다듬을 때 그 대가리를 잘라 낸 나무토막.
어둡고 고집이 세 덕스럽고 슬기롭지 못함.
►지해知解 깨달아 앎. 민첩하고 총명한 성질.
‘지해知解’ 지견해회知見解會의 준말
알음알이(약삭빠른 수단). 약삭빠른 지식, 분별심. 잔머리(대가리)
신광불매神光不昧 신령한 불성 광명은 어둡지 않아
만고휘유萬古徽猷 만고에 이르도록 오히려 장엄하네,
입차문래入此門來 불법의 문안으로 들어오려면
막존지해莫存知解 아는 체 하는 알음알이(知解)를 두지 말라.
/중봉명본中峯明本(1238-1295) 원나라 선사
►백불우百不憂 일체 걱정하지 않음. ‘백百’ 일체一切. 모든 것.
►불회不會 (방법을 터득하지 않아서, 기능상) 할 줄 모르다.
있을 수 없다. …할 리가 없다. …할 가능성이 없다.
① 진리를 몸소 터득하지 못함.
② 명료하게 알지 못함.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함.
►자세子細 자세仔細. 자세히.
►추심推尋 추구推究(이치로 미루어 생각하여 끝까지 규명해 냄).
심사尋思(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사색함).
►망연茫然 아무 생각 없이 멍함.
►일장一場 한 자리. 한 바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