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51
유수선림생有樹先林生 숲보다 먼저 생긴 한산寒山의 나무가 있었는데
계년유일배計年逾一倍 나이를 헤아리니 숲보다 배가 넘었네.
근조릉곡변根遭陵谷變 뿌리는 크나큰 변화를 겪었고
엽피풍상개葉被風霜改 나뭇잎은 바람과 서리에 그 모습 수없이 바뀌었네.
함소외조령咸笑外凋零 모두 다 겉으로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비웃지만(다 함咸)
불련내문채不憐內文采 안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광채는 사랑할 줄 모르네.
피부탈락진皮膚脫落盡 껍질은 다 벗겨져 떨어졌지만
유유진실재唯有眞實在 오직 진실眞實은 남아 있네.
숲보다 먼저 생긴 나무 있었는데
햇수를 따져 보면 숲보다 배는 되었네
뿌리는 언덕이 골짜기 되는 변을 당하고
나뭇잎은 비바람 이슬서리에 시들었다네
세상은 바깥에 보이는 시든 것을 비웃지만
안에 있는 아름다운 무늬는 사랑할 줄 모르네
껍질은 남김없이 떨어져나갔지만
단 하나 진실된 것 남아있다네
숲보다 먼저 생긴 나무
나이를 셈하니 배가 넘는구나.
뿌리는 큰 변화를 겪고
잎은 바람과 서리에 바뀌었네.
겉의 잎 시들어 떨어지니 다들 비웃지만
안의 무늬는 아끼지 않네.
껍질 다 벗겨져 떨어져도
오직 남은 건 진실이라네.
►유逾 넘다.
►능곡변陵谷變 나오는
산이 골짜기가 되고 골짜기가 언덕이 된다.’는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변화 많은 세상사를 가리키는 것임
언덕이 골짜기가 되고 골짜기가 언덕이 되는 변화라는 뜻으로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변화를 이르는 말.
곧 세상사의 변천이 심함을 이르는 말.
이 말은 원래 <시경詩經 시월지교十月之交>에
고안위곡高岸爲谷 높은 언덕이 골짜기가 되고
심곡위릉深谷爲陵 깊은 골짜기가 언덕이 되네. 에서 유래 되었다.
►풍상風霜 바람과 서리. 많이 겪은 세상의 어려움과 고생.
►함鹹 다, 모두
►조령凋零=조락凋落. 초목의 잎이 시들어 떨어짐.
‘시들 조凋’ ‘령零’ 떨어지다.
►문채文采=문채紋綵 무늬. 여기서는 나무의 나이테를 말.
►피부탈락진皮膚脫落盡, 유유일진실唯有一眞實
피부를 모두 벗겨내고 남은 것은 한 진실 뿐.
말라비틀어진 노련한 태도의 극치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진실眞實’=정실貞實.
이 시는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권35 말미에 나오는 한 구절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대촌외유사라림중유일수大村外有娑羅林中有一樹 큰 마을 밖 사라나무 숲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선림이생족일백년先林而生足一百年 숲보다 먼저 난 것이 족히 백년은 되었다.
시시림주관지이수是時林主灌之以水 수시수치기수隨時修治其樹
이때 숲의 주인이 물을 주고 수시로 가꾸어 주었는데
진후피부지엽실개탈락陳朽皮膚枝葉悉皆脫落 유정실재唯貞實在
오래된 껍질과 가지와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난 후에 오로지 진실된 것만 남았다.
여래역이如來亦爾 여래도 역시 이러하다.
<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 5권 제163칙
마대사문약산馬大師問藥山 마대사가 약산藥山에게 묻되
자재차허다시子在此許多時 자네(子)가 여기에 있은 지 허다한 시절이니
본분사작마생本分事作麽生 본분사가 어떠한가?
산운山云 약산이 이르되
피부탈락진皮膚脫落盡 피부가 탈락하여 없어지고
유유일진실唯有一眞實 오직 하나의 진실만 있습니다.
사운師云 대사가 이르되
거여소견據汝所見 너의 소견에 의거할진대
가위협어심체可謂恊於心體 가위可謂 심체心體에 화협和協(恊=協)하여
포어사지布於四肢 사지四肢에 퍼졌다.
하부장삼조멸何不將三條篾 왜 세 가닥 대껍질을 가져다
속취두피束取肚皮 두피肚皮를 묶어(束取)
수처주산거隨處住山去 곳을 따라 주산住山하지 않느냐?
산운山云 약산이 이르되
모갑하인某甲何人 모갑이 어떤 사람이라고
감언주산敢言住山 감히 주산을 말하겠습니까?
사운師云 대사가 이르되
불연不然 그렇지 않나니
미유장행이부주未有長行而不住 늘 행하기만 하고 머물지 않음은 있지 않으며
미유장주이불행未有長住而不行 늘 머물기만 하고 행하지 않음은 있지 않다.
욕익무소익欲益無所益 이익 되게 하려 하다면 이익 되는 바가 없고
욕위무소위欲爲無所爲 하고자 한다면 하는 바가 없다.
의작주항冝作舟航 의당 주항舟航을 지어라(마땅할 의冝)
산유시주산山由是住山 약산이 이로 말미암아 주산住山했다.
/聯燈會要19 五燈會元5 馬祖錄(江西馬祖道一禪師語錄)
►약산藥山 약산유엄藥山惟儼
►자子=니你, 니您(너, 당신) 대사代詞. 제2인칭을 표시.
►속취束取 묶음. 곤박捆縛(묶다). ‘취取’ 후철.
►주항舟航 진량津梁, 증제拯濟와 같음. 제세濟世의 양재良才에 비유함.
원오근거차화운圜悟勤擧此話云 원오근圜悟勤이 차화를 들고 이르되
대중大衆 대중이여,
고인득의지후古人得意之後 고인은 득의得意한 후에
불망리생不忘利生 이생利生을 잊지 않고
직입심산直入深山 깊은 산에 직입하여
제지종요提持宗要 종요宗要를 제지提持했다.
산승암매山僧暗昧 산승은 암매暗昧하거늘
기감앙반豈敢仰攀 어찌 감히 앙반仰攀하겠는가?
여시즉갱불용멸속두피如是則更不用篾束肚皮
이와 같은 즉 다시 대껍질로 두피肚皮를 묶음을 쓰지 않더라도
각유개절각당자却有箇折脚鐺子 도리어 저(箇) 다리 부러진 노구솥(鐺子)이 있어
여방래공수적요與方來共守寂寥 사방에서 오는 이와 더불어 함께 적료寂寥를 지키리니
약신득급若信得及 만약 믿어 미침을 얻는다면
부재도도不在忉忉 도도忉忉(말이 많음)에 있지 않다.
혹미암상或未諳詳 혹 암상諳詳하지 못할진대
청취개말후구聽取箇末後句 저(箇) 말후구를 청취하라.
고봉돌올의천문高峰突兀倚天門 고봉高峰이 돌올突兀하여 천문天門에 기댔나니
청장허한가타근靑嶂虗閑可垜根 청장靑嶂은 허한虗閑하여 가히 垜根(머물다)할만하다.
절각당아행연재折脚鐺兒幸然在 다리 부러진 노구솥이 다행스럽게 있나니
불방휴거은심운不妨携去隱深雲 가지고 가서 심운深雲에 은거하기에 방애되지 않는다.
수연여시雖然如是 비록 그러하여 이와 같지만
야수시대가출일척수시득也須是大家出一隻手始得
또한 꼭 이는 大家(諸人)가 一隻手를 내어야 비로소 옳다.
단도旦道 그래 말하라,
필경여하畢竟如何 필경 어떠한가?
묘무응수과편박妙舞應須誇徧拍 묘무妙舞는 응당 꼭 편박徧拍을 과시해야 하고
삼대수시대가최三臺須是大家催 삼대三臺는 꼭 이 大家라야 최촉催促한다.
►이생利生 이익중생利益衆生의 약칭.
불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고 이익 되게 함을 가리킴.
또 이물利物(일체중생을 物로 삼음)로 지음.
►암상諳詳 익히 알고 상세히 알다.
►천문天門 여기에선 천天을 가리킴.
<신화엄경론>21에 가로되 건乾으로 천문天門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