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78
가석백년옥可惜百年屋 몹시 아깝네, 백년이나 된 집이
좌도우복경左倒右復傾 왼쪽으로 넘어지고 오른쪽으로 기울었구나.
장벽분산진墻壁分散盡 담과 벽은 다 갈라져 흩어지고
목식난차횡木植亂差橫 나무들도 어지럽게 뒤엉켰네.
전와편편락甎瓦片片落 벽돌과 기와는 조각조각 떨어지고(벽돌 전甎=磚)
후란불감정朽爛不堪停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막을 수 없네.
광풍취맥탑狂風吹驀塌 거센 바람이 휘몰아쳐 갑자기 무너지면
재수졸난성再竪卒難成 다시 세우기 끝내 어려우리라.
可惜百年屋 슬프다 잘 가야 百年 가는 집
左倒右復傾 左右로 쓰러지고 기울었구나.
墻壁分散盡 담과 壁은 흩어져 形體도 없고
木植亂差橫 나무들도 어지러이 엉켜있구나.
磚瓦片片落 壁돌과 기와는 조각조각 떨어지고
朽爛不堪停 낡고 썩어가는 것을 쉬지 않으니
狂風吹驀塌 사나운 바람 불어 脈없이 쓰러지면
再竪卒難成 다시는 일으켜 세우기 어렵겠구나.
아까워라, 백년 집이여!
왼쪽 무너지고 오른쪽도 기울었구나.
담과 벽 다 흩어지고
목재들 어지러이 얼크러져 옆으로 기울었네.
벽돌과 기와 조각조각 떨어져
집이 썩고 부스러지니 살기 어렵구나.
광풍 불어 갑자기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 끝내 어려우리라.
►백년옥百年屋 사람의 몸을 집에 비유
►도倒 쓰러지다. ‘측側’으로 쓴 자료도 있음.
►목식木植 들보, 기둥 등 집과 방을 구축하고 있는 나무자재. ‘植’ 나무기둥.
►차횡差橫 서로 뒤섞여 얼크러진 채 옆으로 기울어 있음.
‘差’ 交錯(교착). ‘橫’ 횡사橫斜
►전와甎瓦 벽돌과 기와.
►후란朽爛=부후파란腐朽破爛. 낡고 썩다. 썩어 문드러지다.
►불감정不堪停 거주할 수 없다.
‘감정堪停’=감감정주堪堪停住 참아내고 멈추다. ‘정停’ 거주하다.
►광풍狂風 미친 듯이 사납게 부는 바람.
►맥탑驀塌 갑자기 무너지다.
‘맥驀’ 돌연突然. 갑자기. ‘탑塌’ 도탑倒塌 무너지다.
►수豎 세우다. 집을 짓다.
►졸卒 끝내. 끝까지.
‘백년옥百年屋’은 사람의 몸을 비유한 말이다.
‘백년’은 대개 인간 수명의 한계치를 말함이요, ‘옥屋’ 즉 집은 육신을 이르는 말이다.
‘집이 썩고 부스러’진다함은 늙어 몸이 쇠락함을 비유한 말이요,
‘광풍 불어 갑자기 무너’짐은 목숨이 끊어짐을 비유한 말이다.
‘백년옥百年屋’은 4大(地水火風)가 허공에 꽃을 피운 환幻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몸
곧 오온五蘊(色受想行識)으로 이루어진 물거품이나
그림자 같은 육신이 차례로 피곤하고 권태로워지며 노쇠해짐을 이른다.
‘장벽분산진牆壁分散盡’은 피와 살이 점차 고갈되고 뼈마디가 모두 쑤시는 것처럼 아픔을 말한다.
‘전와편편락甎瓦片片落’은 머리카락, 털, 이빨 등이 모두 빠지는 것을 이른다.
‘광풍취맥탑狂風吹驀塌’은 무상하여 나찰귀신이 순식간에 빼앗아 저 아래로 데리고 갈 때에는
다시 얻기가 대단히 어려움을 말한다./<한산시천제기문寒山詩闡提記文>
이렇게 사람의 몸을 집에 비유하여 채 백년도 못 되어
무너져 사라짐을 묘사해 인간의 무상함을 실감나게 노래했다.
이런 덧없는 육신에 집착하지 말고 도를 닦아 영원히 살 수 있는
곳으로 가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시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시인의 화법 또한 뛰어나다 하겠다.
/innerlight34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