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79
정신수상상精神殊爽爽 정신精神은 유달리 시원시원하고
형모극당당形貌極堂堂 생긴 모습도 너무나 떳떳하네.
능사천칠찰能射穿七札 활을 쏘면 능히 일곱 겹의 갑옷을 꿰뚫었고
독서람오행讀書覽五行 仁義禮智信의 5가지 德에 관한 책을 두루 읽었네.
경면호두침經眠虎頭枕 일찍이 호랑이 머리 장식을 한 베개를 베고 잤고
석좌상아상昔坐象牙床 예전에는 상아평상象牙平床에 앉아 있었네.
약무아도물若無阿堵物 만약 그에게 돈이 없었더라면
불시냉여상不啻冷如霜 서리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깨달음을 얻었으리라.
精神殊爽爽 생각은 남달리 시원시원하고
形貌極堂堂 생긴 것도 누구보다 堂堂 하다네.
能射穿七札 활을 쏘면 일곱 겹 甲옷을 뚫고
讀書覽五行 仁義禮智信 五行을 두루 읽었네.
經眠虎頭枕 잠 잘 때는 貴人의 베개를 베고
昔坐象牙床 일어나 앉는 곳은 象牙寢床이네.
若無阿堵物 그런 그가 手中에 돈이 없으면
不啻冷如霜 차디찬 죽은 몸과 다를 것이 없네.
유달리 총명하고 활달하며
풍채도 지극히 당당하구나.
활을 쏘면 일곱 겹의 갑옷을 뚫고
책을 읽으면 다섯줄을 한눈에 보네.
일찍부터 범 머리 베개 베고 잠자고
오래 전부터 상아象牙 평상에 앉았네.
만약 돈이 없다면
차갑기가 서릿발 같으리라.
►상상爽爽 시원시원하다. 총명하고 활달하다.
‘爽’ 시원스럽다. 호쾌하다. 마음이 밝다.
►형모形貌 생긴 모양
►당당堂堂 위엄이 있고 떳떳한 모양. 풍채가 좋고 의기가 당당함.
►천칠찰穿七札 화살이 7겹의 갑옷이나 투구를 뚫다.
‘칠찰七札’ 일곱 층으로 된 철제 갑옷을 말한다.
‘찰札’은 갑옷의 낱장을 가리킨다. 갑엽甲葉(갑옷의 미늘).
북주北周 유신庾信의 <삼월삼일화림원마사부三月三日華林園馬射賦>에
“칠찰구천七札俱穿 일곱 층으로 된 갑옷을 뚫고
오파동혈五豝同穴 암퇘지 다섯 마리를 한 구멍으로 뚫었네.”했다.
‘파豝’는 두 해 된 암퇘지를 뜻함.
►람오행覽五行 5줄을 한꺼번에 본다. 책 읽는 속도가 빠름을 말함.
‘오행五行’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의 오상五常을 가리킴
►경經 일찍이.
►호두虎頭 귀인의 상을 이르는 말.
<남사南史>권10 진선제본기陳宣帝本記에
“차인호두此人虎頭 이 사람은 귀인의 상을 갖고 있어서
당대귀야當大貴也 마땅히 크게 될 것이다.” 했다.
►아도물阿堵物 돈을 가리킴. 언덕이나 담장처럼 쌓여 있는 물건.
‘阿’ 언덕. ‘堵’ 담장.
<세설신어世說新語 규잠規箴>에 서진西晉의 대신 왕연王衍의 이야기가 나온다.
왕이보는 성격이 바른 사람이라 고상함을 좋아하여
늘 자기 부인이 탐욕으로 마음이 흐려짐을 싫어했다.
그래서 일찍이 ‘돈’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부인이 그런 그를 시험해보려고 하녀를 시켜
침상에 돈을 빙 둘러 쌓아놓아 나올 수 없게 했다.
왕이보가 아침에 일어나 돈 때문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을 목격하고
하녀를 불러 ‘이 아도물을 치워라.’ 하고 말했다.
이런 일이 있고 사람들이 ‘阿堵物’이라는 말로 ‘돈(錢)’을 지칭하기 시작했다.
►불시不啻 ~와 같다. ~뿐만 아니라. ~와 다르지 않다. ‘시啻’ 다만.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