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89
독서기면사讀書豈免死 책을 읽었다고 해서 어찌 죽음을 면하겠으며
독서기면빈讀書豈免貧 글공부했다고 어떻게 가난에서 벗어나겠는가.
하이호식자何以好識字 그런데도 어찌하여 글 아는 것을 좋아하느냐고?
식자승타인識字勝佗人 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을 이긴다네.
장부불식자丈夫不識字 대장부大丈夫가 글을 깨우치지 못하면
무처가안신無處可安身 몸을 편안히 할 곳이 없네.
황련온산장黃連搵蒜醬 황련黃連의 뿌리를 마늘 장에 찍어 먹으면
망계시고신忘計是苦辛 쓴맛인지 매운맛인지 구별하지 못할 것이네.
讀書豈免死 冊을 좀 읽었다고 어찌 죽겠으며
讀書豈免貧 工夫로만 어떻게 가난에서 벗어나랴.
何以好識字 그런데도 冊 읽어 글 깨쳐야 하는 것은
識字勝他人 그러고서야 남보다 잘 살 수 있음이니
丈夫不識字 사람으로 태어나 글을 읽지 못한다면
無處可安身 自己 몸 하나 安全하게 지켜낼 수 없으려니
黃連搵蒜醬 마늘醬에 깽깽이 풀을 찍어 먹는 이들처럼
忘計是苦辛 쓴맛인지 매운맛인지 分揀 못하고 살 것이네.
책 읽는다고 어찌 죽음을 면하겠는가?
책 읽는다고 어찌 가난을 면하겠는가?
어찌하여 글 알기를 좋아하는가?
글을 알면 남보다 낫지.
사내가 글을 모르면
몸 편히 둘 곳 없네.
황련을 마늘 장에 담그면
그릇된 계책이라 쓰고 실뿐이다.
►황련黃連 깽깽이풀.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이며 黃蓮으로도 쓴다.
뿌리와 줄기가 황색이며 맛은 극도로 쓰나 약간 더움. 눈병. 설사 등의 약재로 쓴다.
황련黃蓮=황련黃連. 고초苦草의 이름.
<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第> 제809칙 장령탁長靈卓.
설봉일일참차雪峯一日參次 일승출래一僧出來 불심진중不審珎重 편귀중便歸衆
설봉이 어느 날 참차參次에 한 중이 나와 불심진중不審珎重이라 하고 곧 귀중歸衆했다,
사운師云 스님이 이르되
총사저한摠似這漢 생다소력省多少力 모두 저한這漢과 같다면 다소의 힘을 줄이리라.
현사운玄沙云 현사가 이르되
임마위인恁麽爲人 할각복주일성인안재瞎却福州一城人眼在
이렇게 사람을 위하면 복주福州 一城의 사람의 눈을 멀게 해버릴 것입니다.
사운師云 자우여하子又如何 자네는 또 어떠한가?
사운沙云 호여이십봉好與二十棒 좋게 20방棒 주어야 합니다.
사운師云 이후무인내자하已後無人奈子何 이후에 자네를 어찌할 사람이 없으리라.
‘불심진중不審珎重’=불심진중不審珍重.
<염송설화拈頌說話> 범문신凡問訊
상래불심上來不審 상래上來(올라오다)하면 불심不審이며
하거진중下去珍重 하거下去(내려가다)하면 진중珍重이다.
<연등회요聯燈會要>21 설봉의존雪峰義存.
스님이 참차參次에 한 중이 있어 진중珍重이라 하고 곧 나갔다.
스님이 이르되 모두 이(這箇) 중과 같다면 나의 다소의 心力을 줄이리라.
현사가 이르되
화상이 이렇게 사람을 위하면
민중閩中 일성一城의 사람의 눈을 멀게 해버릴 것입니다.
스님이 이르되
너는 또 어떠한가?
현사가 이르되
곧 좋게 30방棒 주어야 합니다.
스님이 이르되
이후에 자네를 어찌할 사람이 없으리라.
장산천념蔣山泉拈 장산천蔣山泉이 염하되
관요불여조요官㑃不如曹㑃 관요가 조요만 같지 못하다.
‘관요불여조요官㑃不如曹㑃’
관官는 관원, 관리.
우길 요㑃는 우길 요/누를 욱拗와 같음.
요㑃 우기다. 고집스럽다. 패려悖戾궂다(말과 행동이 매우 거칠고 비꼬여 있다)
패려궂을 흔很=어그러질 려(여), 돌릴 렬(열)戾(어그러지다. 사납다)
무리 조曹는 고대 분과판사分科辦事의 관서나 혹은 部門이니 조사曹司 같은 것.
<광운廣韻> 조曹=판 국局.
‘관요불여조요官㑃不如曹㑃’ 고위 관원의 비리가 하위 관원의 비리만 같지 못하다는 뜻.
<염송설화拈頌說話>
설봉지시관요雪峯地是官㑃 설봉지雪峯地는 이 관요官㑃며
현사지시조요玄沙地是曹㑃 현사지玄沙地는 이 조요曹㑃니
즉개불긍야則皆不肎也 곧 다 불긍不肎함이다.
<고애만록枯崖漫錄>(枯崖和尙漫錄 三卷 宋 圓悟錄)上
림안부정자혼원밀선사臨安府淨慈混源密禪師
덕산봉림제갈德山棒臨濟喝 덕산방 임제할은
관요불여조요官拗不如曹拗 관요불여조요官㑃不如曹㑃며
정친불여의친情親不如義親 정情으로 친함이 의義로 친함만 같지 못하다.
장령탁거차화운長靈卓擧此話云 장령탁長靈卓이 차화를 들고 이르되
이십봉二十棒 위복시나승끽爲復是那僧喫 20방은 다시 이 나승那僧이 먹어야 하는가?
설봉끽雪峯喫 설봉이 먹어야 하는가?
현사자끽玄沙自喫 현사가 스스로 먹어야 하는가?
시청단간試請斷看 시험 삼아 청컨대 판단해 보아라.
요지마要知麽 알고자 하느냐?
백벽하족다白璧何足多 백벽白璧이 어찌 족히 많다 하겠는가?
황련미시고黃蓮未是苦 황련黃蓮이 이 쓴(苦) 게 아니다.
‘백벽白璧’ 백옥白玉.
흔히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고리 모양의 아주 귀중한 물건을 가리킴.
‘황련黃蓮’=황련黃連. 고초苦草의 이름.
►온搵 담그다. 적시다.
►산蒜 마늘.
►망계忘計 망계妄計 옳지 못한 계책. 헛되고 망령된 생각. 잊다. 모르다.
한산은 남에게 모욕을 당할 때는 부처님의 법을 쓰라고 말한다.
불법은 맵고 쓴 음식을 먹을 때 뿌리는 황련黃連과 같이 거친 마음을 쉬게 한다.
(如雲 2023.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