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09
자견천태정自見天台頂 천태산天台山 꼭대기 바라보니
고고출중군孤高出衆群 수많은 봉우리들 가운데 홀로 우뚝하네.
풍요송죽운風搖松竹韻 바람 부니 소나무와 대나무 노래하고
월현해조빈月現海潮頻 달이 뜨니 바닷물이 자주 밀려왔다 밀려가네.
하망산청제下望山靑際 푸른 산 끝자락 내려다보며
담현유백운談玄有白雲 흰 구름 벗 삼아 심오深奧한 이치理致를 이야기하네.
야정변산수野情便山水 소박한 마음은 곧 大自然을 즐기지만
본지모도륜本志慕道倫 본디 뜻하는 바는 老莊과 孔孟을 우러러 받들어 본받았었네.
自見天台頂 天台山 꼭대기 바라보자니
孤高出衆群 數많은 봉우리 中에 저 홀로 우뚝하네.
風搖松竹韵 소나무와 대나무 바람 따라 노래하고
月現海潮頻 달빛아래 바닷물 밀려왔다 밀려가네.
下望山靑際 발아래 이어진 푸른 山 내려다보며
談玄有白雲 흰 구름 벗 삼아 깊은 道理 이야기 하네.
野情便山水 世上 떠나 山水間에 숨어살지만
本志慕道倫 이 몸 元來 老莊과 孔孟을 欽慕 했다네.
천태산 정상 바라보니
홀로 높아 뭇 봉우리 위로 솟았구나.
바람 불어 소나무·대나무 소리 나고
달이 뜨니 바다의 조수 잦구나.
푸른 산 끝자락 내려다보며
현묘한 이치 담론하노라니 흰 구름 피네.
야정野情은 산수山水 즐기기에 알맞지만
본래 뜻은 도 닦는 벗들 그리워함이네.
►송죽운松竹韻 소나무소리와 대나무소리. ‘韻’ 소리. 음향.
►월현해조빈月現海潮頻
달이 차고 이지러짐에 따라 밀물과 썰물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현담談玄 현묘한 이치를 담론하다.
►야정野情 세상일과 인정에 구속되지 않고자 하는 마음.
자연의 정취 산과 들을 좋아하는 정취. 시골다운 소박素朴한 정취情趣.
승사지소금재슬勝事只消琴在膝 좋은 일은 없지만 거문고는 무릎에 있고,
야정료의석위상野情聊倚石爲牀 野情을 暫時 의지하려고 돌로 平牀을 삼는다.
/묵장보감墨場寶鑑
<야정野情 들의 정취>
수림화발만청향樹林花發漫淸香 나무숲에 꽃이 피니 맑은 향기 넘쳐난데
구판접봉추밀황丘坂蝶蜂追蜜遑 언덕 비탈에 벌 나비 꿀을 따는데 급하고
춘일야정생동일春日野情生動溢 봄날 들의 정취는 생기가 살아 넘쳐나니
자연산리정관량自然山里靜觀量 자연은 산마을에 고요히 살펴 헤아리네.
►편산수便山水 산수를 즐기고 좋아하기에 알맞고 마땅하다.
‘편便’ 적합하여 즐기고 좋아하다.
►본지本志 본래의 뜻. 오래도록 지녀온 소원.
►도륜道倫 도교道敎와 유교儒敎. 도반道伴. 도류道流(함께 도 닦는 벗들).
‘倫’ 무리. 또래.
이 시는 한산 사상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7, 8句에서 보듯 山水도 좋아 하지만 그 본 뜻은 도륜道倫을 추구하는데 있다 한다.
도륜道倫은 六道를 벗어난 해탈의 길일 것이다.
한산의 사상적 흐름은 儒家→道家→佛家이다
중국인은 현실적이라 그 밑바탕은
도교의 온갖 미신들이 잡다하게 생활화하여
유교의 이상을 실현하려한다.
여기에 정신적인 불교가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