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10
삼오치후생三五癡後生 유가儒家의 도리道理를 배웠다는 어리석은 젊은이들
작사부진실作事不眞實 하는 일마다 진실하지 않네.
미독십권서未讀十卷書 아직 열권의 책도 읽지 못했으면서
강파자황필强把雌黃筆 붓 들어 마음대로 자구字句를 고치네.
장타유행편將他儒行篇 유자儒者의 행실을 담은 <예기禮記 유행편儒行篇>을
환작적도율喚作賊盜律 도적盜賊을 다스리는 법法이라 부르네.
탈체사담충脫體似蟫蟲 허물 벗은 빈대 좀처럼
교파타서질齩破他書帙 남들이 보는 책을 다 갉아먹어 버리네.(깨물 교齩↔물 교咬)
三五癡後生 孔孟의 道理 배운 바보 같은 젊은이들
作事不眞實 저지르는 일마다 眞實된 게 하나 없네.
未讀十卷書 읽은 冊이 열 卷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强把雌黃筆 붓 들어 제 맘대로 갈겨 써 대네.
將他儒行篇 儒家 聖賢 가르침 따른다고 하지만
喚作賊盜律 내 보기에 모두가 盜賊의 말과 글이네.
脫體似蟫蟲 내 몸이 좀 벌레라도 될 수 있다면
咬破他書帙 그들 보는 書冊 모두 갉아 먹을 것이네.
서너 너댓 어리석은 젊은이들
하는 일들 진실 되지 못하네.
책 열권도 안 읽고
함부로 자황 붓을 잡는구나.
저 <유행편儒行篇>을
도둑 다스리는 법률이라 부르짖네.
허물 벗은 빈대 좀 벌레처럼
남의 서적書籍을 갉아먹는구나.
►삼오三五
‘三五’는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여기서는 天∙地∙人 三才와
仁∙義∙禮∙智∙信 오상五常, 즉 유가儒家의 가르침으로 해석했다.
►후생後生 후배. 젊은이.
►자황필雌黃筆 자황雌黃은 일종의 황색 광물 안료.
옛날 사람들은 노란 종이에 글씨를 썼으며 오류가 생기면 고쳐야 했는데
그때 이 자황 안료를 칠해 그 흔적을 지웠다.
일의 진상을 알아보지 않고 마음대로 비평을 하는 것을 가리킴(=구중자황口中雌黃)
/진서晉書 왕연전王衍傳
►유행편儒行篇 <예기禮記>의 편명.
유자儒者(儒生)의 높은 뜻과 독실한 행동들을 기록한 책.
►환작喚作 ~이라고 부르다. ~으로 여기다.
►적도율賊盜律 도적을 징치懲治(징계하여 다스림)하는 법률 조문.
►탈체脫體 껍질을 벗다. 환골탈태換骨奪胎하다.
‘脫體’
①탈脫은 전부니 탈체는 곧 전체.
<벽암록碧巖錄>46則
출신유가이出身猶可易 탈체도응난脫體道應難
몸에서 내기(出身)는 오히려 쉬우나 탈체脫體를 말하기는 응당 어렵다.
<열조제강록列祖提綱錄>25 요암욕了庵欲
덕산봉두전창대용德山棒頭全彰大用 덕산의 방두棒頭(주장자)는 대용을 전창全彰하고
림제갈하탈체풍류臨濟喝下脫體風流 임제의 할하喝下는 탈체脫體가 풍류다.
②신체에서 탈리脫離함. 특히 질병이 몸에서 떠남을 가리킴. 곧 병이 나음.
<보등록普燈錄>26 목암충牧庵忠
대사첩육한삼大似貼肉汗衫 미능탈체未能脫體
몸에 붙은 한삼汗衫이 능히 탈체脫體하지 못함과 대우 흡사하다.
<연등회요聯燈會要>1 문수대사文殊大士
직요진대지인直饒盡大地人 직요直饒(卽使. 가령) 온 대지 사람이
포필사지질抱必死之疾 필사必死의 질병을 안았더라도
도문수소到文殊所 문수의 처소에 이르면
교이개개탈체이거敎伊箇箇脫體而去 그로 하여금 箇箇가 탈체脫體하고 떠나게 한다.
►담충蟫蟲 좀. 집단에서 내부에 손해를 끼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함.
‘담蟫’ 빈대 좀. 옷이나 책을 갉아먹는다.
►교齩 깨물다. 깨물어 씹다.
►서질書帙 서적書籍. 보통 책 열권을 한 질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