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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쿳따까 니까야

法句譬喩經 3권 32. 지옥품地獄品

法句譬喩經 3권 32. 지옥품地獄品

1

석사위국昔舍衛國 유바라문사有婆羅門師 명부란가섭名富蘭迦葉

옛날 사위국에 부란가섭이라는 바라문 스승이 있었다.

 

여오백제자상수與五百弟子相隨 국왕인민國王人民 선공봉사先共奉事

5백 명의 제자들이 그를 따랐고 국왕과 시민들이 모두 그를 받들어 섬겼다.

 

불초득도佛初得道 여제제자與諸弟子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얻으시고 제자들과 함께

종나열기從羅閱祇 지사위국至舍衛國 나열기성에서 사위국으로 가실 때

신상현혁身相顯赫 몸과 모습이 환히 밝고

도교홍미道敎弘美 도에 대한 가르치심이 넓고 훌륭하셨으므로

 

국왕중궁國王中宮 솔토인민率土人民 막불봉경莫不奉敬

국왕과 궁중 그리고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받들고 공경하였다.

 

어시부란가섭於是富蘭迦葉 기질투의起嫉妒意 욕훼세존欲毁世尊 독망경사獨望敬事

그때 부란가섭은 질투하는 마음이 일어나 세존을 헐뜯고 혼자서만 존경을 받으려고 하였다.

 

즉장제자卽將弟子 견바사닉왕見波斯匿王 이자진왈而自陳曰

그래서 제자들을 거느리고 바사닉왕에게 가서 호소하였다.

 

오등장로吾等長老 선학국지구사先學國之舊師

"우리 장로들은 먼저 오랫동안 공부한 이 나라의 옛 스승입니다.

 

사문구담沙門瞿曇 후출구도後出求道 그런데 저 사문 구담은 나중에 나와서 도를 구하였습니다.

실무신성實無神聖 그리하여 사실은 아무런 신통력도 없으면서

자칭위불自稱爲佛 스스로 부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왕사아而王捨我 게다가 대왕께서는 우리를 버리고

욕전봉지欲專奉之 오로지 그를 받들려고 합니다.

 

금욕여불今欲與佛 각시도덕捔試道德 지수위승知誰爲勝

승자왕편勝者王便 종신봉지終身奉之

그러므로 지금 저 부처와 도력을 겨루어 누가 이기는가를 판가름하려 합니다.

왕께서는 이기는 이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받들어야 할 것입니다."

 

왕언王言 왕이 말하였다.

대선大善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왕즉엄가王卽嚴駕 왕도불소往到佛所 례필백언禮畢白言

그리고 수레를 장식하여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아뢰었다.

 

부란가섭富蘭迦葉 욕여세존欲與世尊 각진도력捔盡道力 현신변화現神變化

"부란가섭은 세존과 도력을 겨루어 그 신통 변화를 보이려고 합니다.

 

불심세존不審世尊 위가이불爲可爾不 세존께서 들어주시겠습니까?"

불언佛言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가大佳 "매우 좋은 일입니다.

결기칠일結期七日 당각변화當捔變化 이레 뒤에 장차 신통변화를 겨루도록 하겠습니다."

 

왕어성동王於城東 평광호지平廣好地 립이고좌立二高座

그러자 왕은 성 동쪽 편편하며 넓고 좋은 땅에 높은 자리 두 개를 만들었다.

 

고사십장高四十丈 칠보장교七寶莊校 시설당번施設幢幡 정돈좌석整頓座席

높이는 40장이고 일곱 가지 보배로 얽어 장식하였으며 번기와 당기를 세우고 좌석을 정돈하였다.

 

이좌중간二座中間 상거이리相去二里 이부제자二部弟子 각좌기하各坐其下

두 자리의 사이는 2리쯤 떨어졌고 양쪽 제자들은 각각 그 밑에 앉기로 하였다.

 

국왕군신國王群臣 대중운집大衆雲集 욕관이인欲觀二人 각기신화捔其神化

국왕과 신하와 대중들은 두 사람이 신통변화를 겨루는 것을 보려고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어시가섭於時迦葉 여제제자與諸弟子 선도좌소先到座所 등제이상登梯而上

그때 가섭은 모든 제자들과 함께 먼저 그 장소에 와서 사다리를 밟고 올라갔다.

 

유귀신왕有鬼神王 명왈반사名曰般師 그때 반사라는 귀신 왕이 있었는데

견가섭등見迦葉等 허망질투虛妄嫉妒 그는 가섭 등이 허망하게 질투하는 것을 보고

즉기대풍卽起大風 취기고좌吹其高座 큰 바람을 일으켜 그 높은 자리를 쳤다.

 

좌구전도坐具顚倒 당번비양幢幡飛揚 좌구들은 넘어지고 번기와 당기들은 휘날리고

우사력석雨沙礫石 안부득시眼不得視 모래와 자갈이 쏟아져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세존고좌世尊高座 담연부동淡然不動 그러나 세존의 높은 자리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불여대중佛與大衆 상서이래庠序而來 부처님께서 대중과 함께 질서정연하게 걸어오셔서

방향고좌方向高座 홀연이상忽然已上 막 높은 자리로 향하자 어느새 올라가셨고

중승일체衆僧一切 적연차좌寂然次坐 제자들도 모두 잠자코 차례대로 앉았다.

 

왕급군신王及群臣 가경계수加敬稽首 백불언白佛言

왕과 신하들은 더욱 공경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수신화願垂神化 염복사견厭伏邪見 병령국인幷令國人 명신정진明信正眞

"원하옵건대 신통변화를 나타내시어 저 삿된 견해를 가진 무리들을 억눌러 항복받으시고

또 이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바르고 진실한 법을 깊이 믿게 하소서."

 

어시세존於是世尊 즉어좌상卽於座上 곽연불현㸌然不現 즉승허공卽昇虛空 분대광명奮大光明

그때 세존께서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지더니 곧 허공에 올라 큰 광명을 떨치셨다.

 

동몰서현東沒西現 동쪽에서 사라져서는 서쪽에 나타나고

사방역이四方亦爾 이와 같이 4방에서도 또한 사라졌다가는 나타나곤 하는 것이었다.

 

신출수화身出水火 상하교역上下交易 몸에서는 물과 불을 내니 아래·위로 교차하고

좌와공중坐臥空中 십이변화十二變化 공중에서 앉고 누우시는 등 12가지 신통변화를 하시다가

몰신불현沒身不現 환재좌상還在座上 공중에서 몸이 사라져 다시 자리로 돌아오셨다.

 

천룡귀신天龍鬼神 화향공양華香供養 찬선지성讚善之聲 진동천지震動天地

하늘·용·귀신들은 꽃과 향으로 공양하면서 찬양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부란가섭富蘭迦葉 자지무도自知無道 저두참괴低頭慚愧 불감거목不敢擧目

부란가섭은 스스로 도가 없음을 깨닫고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면서 감히 눈을 들지 못하였다.

 

어시금강력사於是金剛力士 거금강저擧金剛杵 저두화출杵頭火出 이의가섭以擬迦葉

그때 금강역사가 금강저를 들었는데, 그 금강저 끝에서 불이 나와 가섭을 겨누면서 말했다.

 

하이불현何以不現 경변화호卿變化乎 "왜 그대는 신통을 나타내지 않는가?".

가섭황포迦葉惶怖 투좌이주投座而走 그러자 가섭은 두렵고 무서워서 자리를 내던지고 달아났다.

오백제자五百弟子 분파병산奔波迸散 5백 제자들도 물결처럼 내달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세존위안世尊威顔 용무흔척容無欣慼 환도기수급고독원還到祇樹給孤獨園

그러나 세존의 위의와 얼굴에는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기색이 없이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가셨다.

 

국왕군신國王群臣 환희사퇴歡喜辭退

국왕과 신하들도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하직하고 모두 물러갔다.

 

어시부란가섭於是富蘭迦葉 여제제자與諸弟子 이에 부란가섭과 그 제자들은

수욕이거受辱而去 거지도중去至道中 곤욕을 치르고 가다가 길에서

봉일로우바이逢一老優婆夷 마니라는 한 늙은 우바이를 만났는데

자마니字摩尼 역매지왈逆罵之曰 그 우바이가 꾸짖어 말하였다.

 

경등군우卿等群愚 부자촌도不自忖度 이욕여불而欲與佛 비각도덕比捔道德

"그대 미련한 사람들은 자기 재주는 헤아리지 못하고 부처님과 도덕을 겨루려 하였다.

 

광우기광狂愚欺誑 부지수치不知羞恥

어리석은 것들이 세상을 속이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구나.

 

역가불수亦可不須 지차면목持此面目 행어세간야行於世間也

그런 면목을 해가지고 어떻게 세상을 돌아다니는가?"

 

부란가섭 수제제자羞諸弟子 지강수변至江水邊 광제제자誑諸弟子

부란가섭은 제자들 보기가 창피하여 어느 강가에 이르러 제자들을 속여 말하였다.

 

아금투수我今投水 필생범천必生梵天

약아불환若我不還 즉지피락則知彼樂

"내가 지금 물에 몸을 던지면 틀림없이 범천에 태어날 것이다.

만일 내가 돌아오지 않거든 거기서 즐기는 줄로 알라."

 

제제자대지불환諸弟子待之不還 자공의언自共議言

그리하여 제자들은 기다렸으나 그가 돌아오지 않자 저희들끼리 의논하여 말하였다.

 

사필상천師必上天 "스승은 틀림없이 천상으로 갔을 것이다.

아하의주我何宜住 그렇다면 우리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가?"

 

일일투수一一投水 기당수사冀當隨師 부지죄견不知罪牽 개타지옥皆墮地獄

그리고는 한 명씩 물에 몸을 던지면서 스승을 뒤따르려고 할 뿐

저들 자신이 지은 죄에 이끌려 지옥에 떨어질 줄은 알지 못하였다.

 

후일국왕後日國王 문기여차聞其如此 심경괴지甚驚怪之 왕도불소往到佛所 백불언白佛言

그 뒤 국왕은 그 소문을 듣고 매우 놀랍고도 이상하게 여겨져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부란가섭富蘭迦葉 사도미우師徒迷愚 하연내이何緣乃爾

"부란가섭의 무리들은 무슨 인연으로 그처럼 어리석고 미혹하였습니까?"

 

불고왕왈佛告王曰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부란가섭富蘭迦葉 사도중죄유이師徒重罪有二

"부란가섭의 무리들은 두 가지 막중한 죄가 있었습니다.

 

일자一者 삼독치성三毒熾盛 자칭득도自稱得道

이자二者 방훼여래謗毁如來 욕망경사欲望敬事

하나는 세 가지 독이 불꽃처럼 왕성한데도 도를 얻었다고 자칭한 일이요,

다른 하나는 여래를 비방하여 헐뜯고 사람들의 공경과 섬김을 받으려 한 것이니

 

이차이죄以此二罪 응타지옥應墮地獄 이 두 가지 죄로 인해 지옥에 떨어졌을 것입니다.

 

앙구최핍殃咎催逼 사기투하使其投河 신사신거身死神去 수고무량受苦無量

그러나 재앙과 허물이 재촉하고 핍박하여 그들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지게 한 것일 뿐

몸은 죽었어도 정신은 그곳을 떠나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시이지자是以智者 수섭기심守攝其心 내불흥악內不興惡 외죄부지外罪不至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그 마음을 거두어 잡아

안에서 악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밖에서 죄가 이르지 않게 합니다.

 

비여변성譬如邊城 여구련접與寇連接 수비뇌고守備牢固 무소외구無所畏懼

비유하면 마치 국경에 있는 성이 적국과 맞닿아 있을 때

수비를 튼튼히 하면 아무런 두려움이 없어

 

내인안은內人安隱 외구불입外寇不入 지자자호智者自護 역부여시亦復如是

안으로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밖으로는 도적이 침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제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어시세존於是世尊 즉설게언卽說偈言 세존께서 이어 게송을 말씀하셨다.

망증구뇌妄證求賂 거짓으로 깨달았다 하며 재물을 구하고

행이부정行已不正 그 행실이 이미 바르지 못해

원참량인怨譖良人 선량한 사람을 미워하고 모함하며

이왕치세以枉治世 억울하게 세상 사람들을 다스리면

죄견사인罪牽斯人 죄가 그 사람을 결박하여

자투어갱自投於坑 스스로 구덩이에 빠지게 되리라.

 

여비변성如備邊城 마치 국경의 성을 지킬 때

중외뇌고中外牢固 안팎을 모두 튼튼히 하는 것처럼

자수기심自守其心 그 마음을 스스로 잘 지키면

비법불생非法不生 나쁜 법이 거기서 생기지 않지만

행결치우行缺致憂 행에 틈이 있으면 근심이 생겨

령타지옥令墮地獄 그를 지옥에 떨어지게 하느니라.

 

불설게이佛說偈已 중고왕왈重告王曰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마치시고 거듭 왕에게 말씀하셨다.

 

내왕석시乃往昔時 유이미후왕有二獼猴王 각주오백미후各主五百獼猴

"먼 옛날 세상에 두 마리 원숭이 왕이 있었는데 각기 5백 마리의 원숭이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일왕기질투의一王起嫉妒意 그런데 한 왕이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켜

욕살일왕欲殺一王 규도독치規圖獨治 다른 왕을 죽이고 저 혼자 다스리고 싶어

편왕공투便往共鬥 수수불여數數不如 여러 번 가서 싸웠으나 이기지 못하고

수참퇴거羞慚退去 도대해변到大海邊 창피만 당한 채 후퇴하여 큰 해변으로 갔습니다.

 

해곡지중海曲之中 유수취말有水聚沫 풍취적취風吹積聚 고수백장高數百丈

미후왕우치獼猴王愚癡 위시설산謂是雪山 어군배언語群輩言

바다가 굽이치는 가운데 바람이 불어 물거품이 쌓여 있었는데

그 왕은 어리석어 그것을 설산이라 생각하고 무리들에게 말하였습니다.

 

구문해중유설산久聞海中有雪山 '내가 오래 전부터 듣기로는 바다 가운데 설산이 있는데

기중쾌락其中快樂 그곳은 아주 유쾌하고 즐거우며

감과자구甘果恣口 입에 맞는 감미로운 과일도 많다고 하더니

금일내견今日乃見 오늘에야 비로소 보게 되었구나.

 

오당선왕행시吾當先往行視 지금 내가 먼저 가서 살펴보고

약심락자若審樂者 불능부환不能復還 과연 즐거우면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 테고

약불락자若不樂者 당래어여當來語汝 만일 즐겁지 않으면 다시 와서 너희들에게 말해주겠다.'

 

어시상수於是上樹 진력도등盡力跳騰 투취말중投聚沫中 닉몰해저溺沒海底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나무에 올라가 힘껏 뛰어

거품 속으로 들어갔다가 그대로 바다에 빠져 죽었습니다.

 

여자괴지불출餘者怪之不出 나머지 무리들은 그가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다가

위필대락謂必大樂 틀림없이 크게 즐거운 일이 있는 모양이라 생각하고는

일일투중一一投中 한 마리씩 모두 몸을 던져

단군닉사斷群溺死 제각기 빠져 죽어 종자가 끓어졌습니다."

 

불고왕왈佛告王曰 부처님께서 이어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시질투爾時嫉妒 미후왕자獼猴王者 금부란가섭시야今富蘭迦葉是也

군배자群輩者 금부란가섭제자今富蘭迦葉弟子 오백인시야五百人是也

피일미후왕자彼一獼猴王者 아신시야我身是也

"그때 질투한 원숭이왕은 바로 지금의 저 부란가섭이고

그 무리들은 바로 지금 가섭의 5백 제자들이며,

그리고 다른 원숭이 왕은 바로 지금의 나였습니다.

 

부란가섭富蘭迦葉 전세좌회질투前世坐懷嫉妒 부란가섭은 전생에서도 나를 질투하다가

위죄소견爲罪所牽 자투취말自投聚沫 죄에 끄달려 스스로 물거품 더미에 몸을 던져

절군단종絶群斷種 그 종자가 끓어졌는데

금복비방復誹謗 진투강하今盡投江河 지금 또 나를 비방하다가 모두 강물에 몸을 던진 것입니다.

 

죄대사연罪對使然 그것은 다 죄의 대가로 그렇게 된 것으로서

누겁무한累劫無限 한량없는 겁을 지내야 할 것입니다."

왕문신해王聞信解 작례이거作禮而去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믿고 깨달아 예배하고 떠났다.

 

2

석유칠비구昔有七比丘 입산학도入山學道 십이년중十二年中 불능득도不能得道

옛날 어떤 일곱 비구가 산에 들어가 도를 배웠는데 12년이 되어도 도를 얻지 못하였다.

 

자공의언自共議言 그러자 그들은 저희들끼리 의논하였다.

학도심난學道甚難 "도를 증득하기는 참으로 어렵구나.

훼형집절毁形執節 불피한고不避寒苦 모습을 바꾸고 절개를 지켜 추위와 괴로움도 피하지 않고

종신걸식終身乞食 몸이 마치도록 걸식하면서

수욕난감受辱難堪 곤욕을 당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도졸파득道卒叵得 도는 갑자기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죄난가제罪難可除 죄를 없애는 것도 어려운 것인데

당자노근唐自勞勤 운명산중殞命山中 한낱 스스로 애쓰다가 저 산중에서 목숨을 마치겠구나.

 

불여귀가不如歸家 수립문호修立門戶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가문을 일으키고

취처양자娶妻養子 아내를 맞이하여 자식들을 기르면서

광위리업廣爲利業 이로운 사업을 널리 경영하여

쾌심락의快心樂意 마음껏 즐기는 것만 못하겠다.

안지후사安知後事 그 뒤의 일이야 어찌 알겠는가?"

 

어시칠인於是七人 즉기출산卽起出山 그리하여 일곱 사람은 곧 일어나 산을 나왔다.

불요지지佛遙知之 부처님께서 멀리서 그들을 보시고

응당득도應當得度 장차 그들을 제도할 수 있음을 아셨다.

 

불인소고不忍小苦 그러나 조그만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종타지옥終墮地獄 심가련상甚可憐傷 마침내 지옥에 떨어질 것을 못내 가엾게 여기시어

불즉화작사문佛卽化作沙門 부처님께서는 곧 한 사문으로 변화하여

왕도곡구往到谷口 봉칠비구逢七比丘 그 산골짜기 입구로 가서 일곱 비구를 만나셨다.

 

화인문왈化人問曰 변화한 사문이 그들에게 물었다.

구승학도久承學道 "도를 배운다는 말을 오래 전부터 들었는데

하이래출何以來出 왜 산에서 나오는가?"

 

칠인답언七人答言 일곱 사람이 대답하였다.

학도근고學道勤苦 죄근난발罪根難拔 분위걸식分衛乞食 수욕난감受辱難堪

"부지런히 힘써 도를 배웠으나 고통스런 죄의 뿌리는 뽑기 어려웠고

걸식하면서 당하는 곤욕도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소.

 

우차산중又此山中 무공양자無供養者 소소적년璅璅積年 항수검약恒守儉約

또 이 산 속에는 공양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쓸쓸히 여러 해 동안을 언제나 검소하게 지내고 절약할 수밖에 없었소.

 

당자곤고唐自困苦 도불가득道不可得

다만 스스로 곤궁함을 괴로워할 뿐, 끝내 도를 얻지 못하였소.

 

차욕환가且欲還家 광구리업廣求利業 대작자재大作資財 후로구도後老求道

그래서 우선 집으로 돌아가 이로운 사업을 널리 경영하여

큰 부자가 된 뒤 늙어서 도를 구하려 하는 것이오."

 

화사문언化沙門言 변화한 사문이 말하였다.

차지차지且止且止 "제발 그러지 마시오, 제발 그러지 마시오.

청아소언聽我所言 우선 내 말을 들으시오.

 

인명무상人命無常 단부보석旦不保夕 학도수난學道雖難 전고후락前苦後樂

사람의 목숨은 無常한 것이어서 아침·저녁을 보존하기 어렵고

도를 배우기는 비록 어려우나 처음에는 괴롭다가 나중에는 즐거운 것이오.

 

거가간난居家艱難 억겁무식億劫無息 처식회지妻息會止

그렇지만 가정생활은 어렵고 험하여 억겁을 지내더라도 그칠 줄 모르는 것이오.

 

원동안리願同安利 처자와 같이 살면서 안락과 이익을 같이하기 원하고

욕망영락欲望永樂 부조환난不遭患難 영원히 즐겁고 환난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시유치병복독是猶治病服毒 그것은 마치 병을 고치려고 독약을 먹어

유증무손야有增無損也 병세가 더 심해지고 나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오.

 

삼계유형三界有形 개유우뇌皆有憂惱 이 삼계의 중생들은 모두 근심과 번민이 있으나

유유신계唯有信戒 무방일의無放逸意 오직 믿음과 계율을 가져 방일하지 않고

정진득도精進得道 꾸준히 노력하여 도를 얻으면

중고영필衆苦永畢 모든 괴로움은 아주 끝나고 말 것이오."

 

어시화사문於是化沙門 이어 변화한 사문은

현불신상現佛身相 광상외외光像巍巍

광명의 모습이 매우 위풍당당한 부처님의 몸으로 나타나시어

 

즉설게언卽說偈言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학난사죄난學難捨罪難 배우기 어렵고 죄 버리기 어려우며

거재가역난居在家亦難 집에서 살아가기 또한 어렵다.

회지동리난會止同利難 한데 모여 이익을 같이하기도 어렵지만

간난무과유艱難無過有 이 몸보다 더 심한 어려움 없다네.

 

비구걸구난比丘乞求難 비구로서 걸식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하가부자면何可不自勉 어떻게 스스로 힘쓰지 않겠는가.

정진득자연精進得自然 정진하면 자연을 얻으리니

종무욕어인終無欲於人 그 다음엔 남에게 바랄 것 없으리라.

 

유신칙계성有信則戒成 믿음이 있으면 계율을 성취하고

종계다치보從戒多致寶 계율을 따라 많은 보배 얻으며

역종득해우亦從得諧偶 또 계율을 따라 많은 벗 얻으리니

재소견공양在所見供養 가는 곳마다 공양을 받으리라.

 

일좌일처와一坐一處臥 한 번 앉거나 한 번 누울 때에도

일행불방자一行不放恣 한결 같이 행하여 방일하지 않고

수일이정심守一以正心 한결 같이 지켜서 마음이 바르게 되면

심락거수간心樂居樹間 숲 속에 살아도 그 마음 즐거우리라.

 

어시칠비구於是七比丘 견불신상見佛身相 그때 일곱 비구들은 부처님 몸을 뵙고

우문차게又聞此偈 참포전률慚怖戰慄 또 이 게송을 듣고는 부끄럽고 두려워 몸을 떨면서

오체투지五體投地 계수불족稽首佛足 온몸을 땅에 던지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렸다.

 

섭심회과攝心悔過 그리고 마음을 거두어 잡고 허물을 뉘우치고는

작례이거作禮而去 예배하고 떠나갔다.

 

환입산중還入山中 운명정진殞命精進 그들은 산으로 다시 들어가 목숨을 걸고 정진하면서

사유게의思惟偈義 게송의 이치를 생각하였고

수일정심守一正心 한결 같이 지켜서 마음을 바르게 가지며

한거적멸閑居寂滅 득나한도得羅漢道 고요히 살면서 번뇌를 없애 이내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