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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쿳따까 니까야

불소행찬佛所行讚 제1권 3.염환품厭患品

3.염환품厭患品

외유제원림外有諸園林 밖에는 온갖 동산 숲 있고

류천청량지流泉淸涼池 흐르는 샘물과 맑고 시원한 못

중잡화과수衆雜華果樹 갖가지 꽃들과 과일 나무들

행렬수현음行列垂玄蔭 늘어서서 그윽한 그늘을 드리웠네.

 

이류제기조異類諸奇鳥 이상하고 기이한 온갖 새들은

분비희기중奮飛戲其中 훨훨 날면서 그 속에서 노닐었고

수륙사종화水陸四種花 물과 육지의 네 가지 꽃들은

염색류묘향炎色流妙香 불타는 빛깔로 묘한 향기 풍겼네.

 

기녀인주락伎女因奏樂 기녀伎女들은 그 따라 풍악 울리고

현가고태자絃歌告太子 노래 불러 태자에게 아뢰었네.

태자문음악太子聞音樂 태자는 음악 소리를 듣고

탄미피원림嘆美彼園林 동산 숲의 아름다움 찬탄하였네.

 

내회심용열內懷甚踊悅 마음속에 기쁨 못 이겨

사락출유관思樂出遊觀 거기 나가 놀 생각 간절했나니

유여계광상猶如繫狂象 그것은 마치 매어 있는 난폭한 코끼리가

상모한광야常慕閑曠野 언제나 넓은 들을 그리워하듯 했네.

 

부왕문태자父王聞太子 부왕은 그 태자가

락출피원유樂出彼園遊 동산에 놀러나가고 싶어 한다는 소식 듣고

즉칙제군신卽勅諸群臣 곧 모든 신하에게 분부를 내려

엄식비우의嚴飾備羽儀 우의羽儀를 마련해 장식하라 명령하였네.

 

평치정왕로平治正王路 왕이 다니는 길 다시 손보고

병제제추예幷除諸醜穢 또 여러 가지 추하고 더러운 것과

로병형잔류老病形殘類 늙고 병들고 쇠약한 이나

리렬빈궁고羸劣貧窮苦 빈궁함에 괴로워하는 이들 모두 물리쳐

 

무령소락자無令少樂子 즐거움 없는 태자가 그것을 보고

견기염악심見起厭惡心 불쾌한 마음 일으키지 않게 하였네.

장엄실비이莊嚴悉備已 그 모든 장엄이 갖추어지자

계청구배사啓請求拜辭 태자는 왕께 나아가 떠날 인사 아뢰었다네.

 

왕견태자지王見太子至 왕은 태자가 오는 것 보고

마두첨안색摩頭瞻顏色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 들여다보며

비희정교결悲喜情交結 슬프고 기쁜 마음 한데 얽혀

구허이심류口許而心留 입으로는 허락하나 마음 놓지 못하였다네.

 

중보헌식거衆寶軒飾車 온갖 보배로 장식한 앞 높은 수레에는

결사준평류結駟駿平流 훤칠하고 잘생긴 네 마리 말 매고

현량선술예賢良善術藝 어질고도 착하며 재주 능하고

년소미자용年少美姿容 용모와 자태 아름다운 소년이

 

묘정선화복妙淨鮮花服 깨끗하고 고운 꽃 옷을 입고

동거위집어同車爲執御 수레에 함께 타서 고삐 잡았네.

가항산중화街巷散衆華 거리마다 온갖 꽃 흩뿌리고

보만폐로방寶縵蔽路傍 보배 장막으로 길가를 가렸다네.

 

원수렬도측垣樹列道側 길 곁에 늘어선 가로수는

보기이장엄寶器以莊嚴 온갖 보배로 장엄하게 꾸몄고

증개제당번繒蓋諸幢幡 비단 일산과 모든 깃발은

빈분수풍양繽紛隨風揚 바람을 따라 어지러이 나부꼈다네.

 

관자협장로觀者挾長路 길가에 늘어선 구경꾼들은

측신목련광側身目連光 몸을 기울이고 눈빛 끊임없이 빛났고

징촉이불순瞪矚而不瞬 물끄러미 바라보되 깜박이지 않나니

여병청련화如竝靑蓮花 마치 푸른 연꽃을 벌여 놓은 것 같았네.

 

신민실호종臣民悉扈從 뭇별이 큰 별을 따르듯

여성수숙왕如星隨宿王 백성들 다 함께 호위하며 뒤따르며

이구동성탄異口同聲嘆 입은 다르나 같은 소리로 찬탄하여

칭경세희유稱慶世希有 세상 드문 일이라 칭송했네.

 

귀천급빈부貴賤及貧富 귀한 이나 천한 이, 부유한 이나 가난한 이

장유급중년長幼及中年 어른이나 어린이 또한 젊은이들도

실개공경례悉皆恭敬禮 모두 다 공경하고 예배하면서

유원령길상唯願令吉祥 다만 행복하기만을 빌고 원했네.

 

곽읍급전리郭邑及田里 도시 사람이나 촌사람이나

문태자당출聞太子當出 지금 태자가 행차한단 말 듣고

존비불대사尊卑不待辭 높은 이건 낮은 이건 할 것 없이

오매불상고寤寐不相告 깨어 있던 이 잠자던 이에게 서로 알릴 새 없었네.

 

륙축불황수六畜不遑收 육축六畜을 몰아들일 겨를도 없이

전재불급렴錢財不及斂 미처 돈과 재물 받아들일 새도 없이

문호불용폐門戶不容閉 사립문 닫고 잠글 여가도 없이

분치주로방奔馳走路傍 서로 다투어 길가로 달려갔네.

 

누각제당수樓閣堤塘樹 다락집 위에서나 언덕 나무에서나

창유구항간窗牖衢巷閒 열린 창가에서나 골목길 사이에서

측신경용목側身競容目 몸을 기울이고 눈을 다투어

징촉관무염瞪矚觀無厭 뚫어져라 바라봐도 싫증 없었네.

 

고관위투지高觀謂投地 높은 데서 보던 사람 땅으로 내려간 듯하고

보자위승허步者謂乘虛 땅에서 보던 사람 허공에 오르듯 하였으니

의전부자각意專不自覺 마음이 함빡 쏠려 자신을 망각한 채

형신약쌍비形神若雙飛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나는 듯 하였네.

 

건건공형관虔虔恭形觀 공손하고 정성스레 그 모습 보고

불생방일심不生放逸心 함부로 허튼 마음 내지 않았네.

원체용지절圓體傭支節 뚜렷한 몸매 통통한 지절支節

색약련화부色若蓮花敷 빛깔은 마치 연꽃이 핀 것 같았네.

 

금출처원림今出處園林 이제 나와서 이 동산 숲에 계시니

원성성법선願成聖法仙 부디 거룩한 仙人법을 이루소서.

태자견수도太子見修塗 태자는 새로 닦아 놓은 길과

장엄종인중莊嚴從人衆 장엄하게 많은 사람 따르고

 

복승선광택服乘鮮光澤 옷과 수레의 선명한 빛 보고서

흔연심환열欣然心歡悅 마음 흐뭇해져 기쁨이 가득했네.

국인첨태자國人瞻太子 온 나라 백성들은 그 태자의

엄의승우종嚴儀勝羽從 근엄한 자태와 승우勝羽의 행렬을 뵙자

 

역여제천중亦如諸天衆 마치 저 하늘의 모든 사람들과

견천태자생見天太子生 하늘 태자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네.

시정거천왕時淨居天王 그때 정거천왕淨居天王이

홀연재도측忽然在道側 홀연히 내려와 길옆에 있으면서

 

변형쇠로상變形衰老相 쇠약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하여

권생염리심勸生厭離心 이 세상 싫어하는 마음 내게 하였네.

태자견로인太子見老人 태자는 그 노인의 모습 보고

경괴문어자驚怪問御者 놀랍고 괴이하여 마부에게 물었네.

 

차시하등인此是何等人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두백이배루頭白而背僂 머리는 희고 등은 굽으며

목명신전요目冥身戰搖 눈은 어둡고 온몸을 떨면서

임장이리보任杖而羸步 지팡이에 의지하여 비틀걸음 걷는가.

위시신졸변爲是身卒變 젊었던 몸이 갑자기 변해 저런가.

위수성자이爲受性自爾 본래 받은 성질이 스스로 그러한 것인가?”

 

어자심주저御者心躊躇 마부는 마음에 망설임 생겨

불감이실답不敢以實答 감히 사실대로 답하지 못하자

정거가신력淨居加神力 정거천왕이 신통력을 부려

령기표진언令其表眞言 그로 하여금 진실을 고백하게 하였네.

 

색변기허미色變氣虛微 “육신은 변하고 기운마저 허약해져서

다우소환락多憂少歡樂 근심만 가득하고 즐거움은 적으며

희망제근리喜忘諸根羸 기쁨을 잊고 모든 감관[根] 무너지나니

시명쇠로상是名衰老相 이것을 늙고 쇠한 모습이라 합니다.

 

차본위영아此本爲嬰兒 저 사람도 본래는 어린애로서

장양어모유長養於母乳 어미 젖 먹으며 자라났으며

급동자희유及童子嬉遊 소년 시절엔 장난기 가득하였고

단정자오욕端正恣五欲 단정한 모습으로 5欲도 즐겼는데

년서형고후年逝形枯朽 세월이 흘러 몸뚱이 쭈그러들고

금위로소괴今爲老所壞 지금은 늙게 되어 무너져갑니다.”

 

태자장탄식太子長嘆息 태자가 이 말 듣고 길게 탄식하면서

이문어자언而問御者言 다시 그 마부에게 물어 보았네.

단피독쇠로但彼獨衰老 “저 사람만 혼자 쇠하고 늙는 것인가

오등역당연吾等亦當然 우리들도 다 같이 저렇게 되는 것인가?”

 

어자우답언御者又答言 마부가 다시 대답하였다.

존역유차분尊亦有此分 “태자님께도 그런 운명 있으니

시이형자변時移形自變 세월이 지나면 몸이 저절로 변하여

필지무소의必至無所疑 반드시 닥칠 것임은 의심할 여지없네.

소장무불로少壯無不老 젊은 이 누군들 늙지 않음 없건만

거세지이구擧世知而求 온 세상 알면서도 기대한다오.”

 

보살구수습菩薩久修習 보살은 오랜 세월을

청정지혜업淸淨智慧業 청정한 지혜의 業 닦아 익히고

광식제덕본廣殖諸德本 온갖 덕의 씨를 널리 심었다가

원과화어금願果華於今 이제야 그 소원 꽃 피고 열매 맺게 되었네.

 

문설쇠로고聞說衰老苦 태자는 늙고 쇠함의 괴로움 듣고

전률신모수戰慄身毛豎 전율하여 온몸의 털이 곤두섰으니

뢰정벽력성雷霆霹靂聲 마치 번개 치고 천둥치는 소리를 듣고

군수포분주群獸怖奔走 뭇 짐승 놀라서 치달리듯 하였네.

 

보살역여시菩薩亦如是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진포장허식震怖長噓息 두려움에 떨면서 길게 한숨짓고

계심어로고繫心於老苦 늙음의 괴로움에 마음 얽매여

함두이징촉頷頭而瞪矚 머리를 떨 군 채 똑바로 눈 뜨고

 

념차쇠로고念此衰老苦 노쇠해지는 고통 생각하면서

세인하애락世人何愛樂 세상 사람들 무엇을 애착하고 즐기는가.

로상지소괴老相之所壞 모든 것은 늙음 앞에 허물어져서

촉류무소택觸類無所擇 거기에 부딪치면 분간할 것 없다네.

 

수유장색력雖有壯色力 비록 젊음의 육체와 힘 있어도

무일불천변無一不遷變 어느 것 하나 변치 않는 것 없나니

목전견증상目前見證相 눈앞에서 그 모양 뻔히 보면서

여하불염리如何不厭離 어찌 싫어하여 떠나지 않는가.

 

보살위어자菩薩謂御者 보살이 곧 마부에게 분부했다.

의속회거환宜速迴車還 “어서 빨리 수레 돌려 돌아가자.

념념쇠로지念念衰老至 생각 생각에 늙고 쇠함 닥쳐오나니

원림하족환園林何足歡 이 동산 구경이 무엇이 즐거우랴.”

 

수명즉풍치受命卽風馳 마부는 분부 받고 바람처럼 달리니

비륜선본궁飛輪旋本宮 수레바퀴 날려 본궁으로 돌아왔네.

심존후모경心存朽暮境 태자 마음은 황혼 속에 헤맴이

여귀공총간如歸空塚閒 마치 빈 묘지 사이로 돌아드는 것 같네.

 

촉사불류정觸事不留情 부딪치는 일마다 정 붙지 않고

소거무잠안所居無蹔安 사는 곳은 잠깐도 편안하지 않았네.

왕문자불열王聞子不悅 왕은 태자가 기뻐하지 않는단 말 듣고

권령중출유勸令重出遊 다시 나가 놀기를 태자에게 권했네.

 

즉칙제군신卽勅諸群臣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분부 내려서

장엄부승전莊嚴復勝前 전보다 더 훌륭하게 꾸미게 했네.

천부화병인天復化病人 정거천은 다시 병자로 변화하여

수명재로방守命在路傍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길가에 나타났네.

 

신수이복대身瘦而腹大 몸은 깡마르고 배는 부풀어 올랐으며

호흡장천식呼吸長喘息 호흡 헐떡이고 길게 내쉬며

수각련고조手腳攣枯燥 팔다리 뒤틀려 바싹 마르고

비읍이신음悲泣而呻吟 구슬피 울면서 신음하고 있었네.

 

태자문어자太子問御者 태자는 다시 마부에게 물었네.

차부하등인此復何等人 “이는 또 무엇 하는 사람인가?”

대왈시병자對曰是病者 “이는 병에 걸린 사람인데

사대구착란四大俱錯亂 4大가 모두 뒤틀리고

리렬무소감羸劣無所堪 여위고 기운 빠져 견딜 수 없어

전측시앙인轉側恃仰人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남의 신세 진답니다.”

 

태자문소설太子聞所說 태자가 마부의 대답 듣고

즉생애민심卽生哀愍心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 생겨 물었네.

문유차인병問唯此人病 “오직 이 사람만 병에 걸렸는가.

여역당복이餘亦當復爾 다른 사람도 또한 저러한가?”

 

대왈차세간對曰此世閒 “이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일체구역연一切俱亦然 저러하지 않은 이 없습니다.

유신필유환有身必有患 몸이 있으면 반드시 병 생겨나건만

우치락조환愚癡樂朝歡 어리석은 사람들 잠깐의 환락 즐길 뿐입니다.”

 

태자문기설太子聞其說 태자는 마부의 대답 듣고

즉생대공포卽生大恐怖 너무도 두렵고 무서운 마음 생겨

신심실전동身心悉戰動 몸과 마음 한꺼번에 떨려오니

비여양파월譬如揚波月 마치 물결 속의 달과 같았다네.

 

처사대고기處斯大苦器 ‘이 큰 괴로운 세계 속에 살면서

운하능자안云何能自安 어떻게 스스로 편안할 수 있으리.

오호세한인嗚呼世閒人 아아, 슬프다. 세상 사람들

우혹치암장愚惑癡闇障 어리석어 미혹迷惑되고 어둠에 가려

병적지무기病賊至無期 병의 도적 기약 없이 이르거늘

이생희락심而生喜樂心 그런데도 기뻐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네.’

 

어시회거환於是迴車還 수레 돌려 다시 돌아와서는

수우념병고愁憂念病苦 시름에 잠겨 병의 고통 생각하면서

여인피타해如人被打害 마치 어떤 사람이 매를 맞을 때

권신대장지捲身待杖至 몸을 움츠리고 매를 기다릴 것 같네.

 

정식어한궁靜息於閑宮 한적한 궁전 속에 조용히 틀어 박혀서

전구반세락專求反世樂 세상의 즐거움 등지기만 바랐다네.

왕부문자환王復聞子還 왕은 다시 태자가 돌아왔단 말 듣고

칙문하인연勅問何因緣 무슨 일 있었는지 명령하여 물었다네.

 

대왈견병인對曰見病人 “길 가다가 병든 사람 보았습니다.”

왕포유실신王怖猶失身 이에 왕은 몸을 잃은 듯 두려워

심책치로자深責治路者 길을 담당했던 사람을 심하게 꾸짖고

심결구불언心結口不言 가슴이 막혀 더 이상 말을 못했네.

 

부증기녀중復增伎女衆 다시 기녀伎女의 무리 늘리고

음악배승전音樂倍勝前 음악 연주는 전보다 배나 뛰어났네.

이차열시청以此悅視聽 이렇게 눈과 귀를 기쁘게 하여

악속불염가樂俗不厭家 세속 즐거움에 가정을 싫어하지 않게 하였네.

 

주야진성색晝夜進聲色 밤낮으로 여인과 음악 바쳤으나

기심미시환其心未始歡 그 마음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자

왕자출유력王自出遊歷 왕은 스스로 나가 돌아다니며

경구승묘원更求勝妙園 보다 아름답고 좋은 동산 구했다네.

 

간택제채녀簡擇諸婇女 온갖 채녀婇女 가려 뽑으니

미염극자안美艶極姿顏 자태와 용모 아름답고 요염하였네.

첨힐능봉사諂黠能奉事 얄미운 아양으로 받들 줄 알고

용미능혹인容媚能惑人 아리따운 얼굴로 사람 홀렸네.

 

증수왕어도增修王御道 왕은 행차하는 길 더 잘 손보고

방제제부정防制諸不淨 더러운 모든 것을 다 치우게 한 뒤

병칙선어자幷勅善御者 좋은 마부에게 특별히 명령하여

첨찰택로행瞻察擇路行 잘 살피며 길을 가려서 가라 하였네.

 

시피정거천時彼淨居天 그때 정거천왕이

부화위사인復化爲死人 다시 죽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사인공지여四人共持輿 네 사람이 함께 상여를 메고

현어보살전現於菩薩前 보살의 앞에 나타났을 때

여인실불각餘人悉不覺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보지 못하고

보살어자견菩薩御者見 보살과 마부만 그것 보았네.

 

문차하등여問此何等輿 “이것은 또 무슨 가마이기에

번화잡장엄幡花雜莊嚴 꽃과 깃발로 장엄하여 꾸미고

종자실우척從者悉憂慼 따르는 사람들 모두 근심하고 슬퍼하며

산발호곡수散髮號哭隨 머리 풀어 헤치고 울부짖는가?”

 

천신교어자天神教御者 천신天神은 마부 시켜 대답케 했네.

대왈위사인對曰爲死人 “이것은 죽은 사람인데

제근괴명단諸根壞命斷 모든 감관[根]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지면

심산념식리心散念識離 마음은 흩어지고 염식念識 떠나며

신서형건조神逝形乾燥 정신은 가고 몸뚱이는 말라빠져

정직여고목挺直如枯木 마른 나무처럼 뻣뻣이 굳어집니다.

 

친척제붕우親戚諸朋友 일가친척과 모든 친구들

은애소전면恩愛素纏緜 본래부터 은애恩愛로 얽혔었건만

금실불희견今悉不喜見 이제는 모두 다 보기 싫어해

원기공총간遠棄空塚閒 빈 무덤 사이에 내다 버립니다.”

 

태자문사성太子聞死聲 태자는 죽음이란 말을 듣고

비통심교결悲痛心交結 슬프고 아픈 마음 한데 맺혀 물었네.

문유차인사問唯此人死 “오직 이 사람만 죽는 것인가

천하역구연天下亦俱然 천하 사람도 다 그런 것인가?”

 

대왈보개이對曰普皆爾 “온 천하가 다 그러하나니

부시필유종夫始必有終 대개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장유급중년長幼及中年 어른이나 어린이나 또 젊은이나

유신막불괴有身莫不壞 몸이 있고 무너지지 않는 법 없습니다.”

 

태자심경달太子心驚怛 태자는 마음으로 놀라고 슬퍼하여

신수거식전身垂車軾前 수레 앞 가로 댄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식태절이탄息殆絕而嘆 숨길이 끊어질 듯 탄식했네.

세인일하오世人一何誤 “세상사람 어찌 하나같이 잘못하는가.

 

공견신마멸公見身磨滅 이 몸이 없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유상방일생猶尚放逸生 오히려 생각 없이 방탕하게 살아가는가.

심비고목석心非枯木石 마음은 말라빠진 나무나 돌이 아니거늘

증불려무상曾不慮無常 일찍이 무상함을 걱정하지 않는구나.”

 

즉칙회거환卽勅迴車還 곧 수레 돌려 돌아가자 명령하였네.

비부유희시非復遊戲時 “다시 이와 같이 놀 때가 아니니

명절사무기命絕死無期 목숨 끊겨 죽는 것 기약 없거늘

여하종심유如何縱心遊 어떻게 함부로 마음대로 놀겠는가.”

 

어자봉왕칙御者奉王勅 마부는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외포불감선畏怖不敢旋 그것이 두려워 수레를 돌리지 못하고

정어질구치正御疾驅馳 앞으로 수레 몰아 빨리 달려

경왕지피원徑往至彼園 어느덧 그 동산에 이르렀다네.

 

림류만청정林流滿淸淨 숲 속의 물 맑게 넘쳐흐르고

가목실부영嘉木悉敷榮 아름다운 나뭇잎 다 피어 한창인데

령금잡기수靈禽雜奇獸 갖가지 기이한 새와 짐승들

비주흔화명飛走欣和鳴 날고 달리면서 즐겁게 노래할 때

광요열이목光耀悅耳目 모든 것 빛나 귀와 눈을 즐겁게 함이

유천난타원猶天難陁園 저 하늘 위의 난타難陀 동산 같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