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5권 5-1
5 수獸 짐승
1 령양축청애이폭일羚羊逐晴崖以曝日 영양羚羊이 맑은 언덕을 달려 볕을 쬐네
휘휘조일난暉暉朝日暖 환한 아침 햇살이 따뜻하여
청애방후구晴崖方煦嫗 맑은 언덕이 그대로 할머니 품속 같네
령양교폭배羚羊巧曝背 영양이 교묘하게 등을 쬐는데
명목화허후瞑目和噓煦 눈감고 내쉬는 숨이 퍽도 부드럽네.
이창사지융怡暢四肢融 기쁘고 상쾌하여 팔다리가 녹아날 듯
자흔득가우自欣得佳遇 좋은 때 만난 걸 스스로 기뻐하네.
동심애우험洞深崖又險 골 깊은데 언덕마저 험하여서
타첩불경구妥帖不驚懼 마음에 흡족한 채 놀라움도 두려움도 없네
아애득기소我愛得其所 그런 곳 만난 걸 내가 사랑하여
서서무기배徐徐撫其背 슬슬 그 등을 어루만져 주었네
초약사경악初若乍驚愕 처음엔 잠시 동안 놀래는 것 같더니만
점순여아오漸馴與我伍 점점 길들여져 나와 벗이 되었네.
후아지아부嗅我䑛我膚 날 두고 냄새 맡고 살도 핥아 보더니(맡을 후嗅 ‘핥을 지舐’)
저액희상대抵額喜相對 이마를 들이대면 기뻐 서로 마주 보네
여역양외양汝亦羊外羊 너 역시 양이 아닌 양이라지만
아역인외인我亦人外人 나 또한 사람 밖의 사람이라네.
동시물외물同是物外物 다 같이 만물 밖의 만물이기에
각보신외신各保身外身 제각기 몸 밖의 몸 보호하려니
수추여기로誰追汝歧路 누가 너의 갈림길을 좇을 것이며
수방아호빈誰訪我灝濱 누가 날 찾으리, 아득히 먼 곳을!
여각괘한암汝角掛寒巖 네 뿔은 찬 바위에 걸어 놓고
아관탄송풍我冠彈松風 내 갓은 솔바람에 튕겨지누나
여미도창태汝尾掉蒼苔 네 꼬리는 푸른 이낄 흔들어대고
아족수비총我足漱飛潨 내 발은 폭포수에 더러움 씻어내
희희동부훤熙熙同負暄 기쁘고 정답게 함께 햇살 쬐며
공서청산봉共棲靑山峯 청산 봉우리에 우리 같이 살자꾸나.
►영양羚羊
솟과의 포유류哺乳類 중 野生 염소와 산양山羊 따위의 짐승을 통틀어 이르는 말.
초식성草食性으로 大部分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地域에 分布한다.
►휘휘暉暉 햇볕이 비추어지는 모양. 쨍쨍. 반짝반짝.
►후구煦嫗 ‘따뜻하게 할 후煦’ ‘할머니 구嫗’
후구부육만물煦嫗覆肉萬物 만물을 따뜻하게 하여 기르다./<禮記 樂記篇>
►명목瞑目 눈을 감음. 便安한 죽음을 비유적譬喩的으로 이르는 말.
►타첩妥帖 일 따위를 탈 없이 순조順調롭게 끝나다. 매우 알맞다.
►경구驚懼 놀라 두려워하다[무서워하다]. 두려움. 공포. ‘놀랄 경驚’ ‘두려울 구懼’
►서서徐徐 천천히.
►경악驚愕 (뜻밖의 일에) 놀라서 충격衝擊을 받는 것.
►점순漸馴 점차 길들여지다. ‘길들 순, 가르칠 훈馴’
세세모천록細細毛淺綠 가늘고 보송한 털은 옅은 청색이고
단단안심록團團眼深綠 동글동글한 눈은 푸른색이 짙네.
형감비호아形堪比虎兒 생김은 호랑이 새끼와 견줄만하고
성이섭가록聲已懾家鹿 그 소리에 집의 사슴도 무서워한다네.
승이홍사영承以紅絲纓 붉은 실로 끈을 만들어 매주고
이지황작육餌之黃雀肉 누런 참새고기를 먹이로 준다네.
분조초등유奮爪初騰蹂 힘써 할퀴며 시종 빠르게 오르고
요미점순복搖尾漸馴服 꼬리를 흔들며 점차 길들여지네.
/<득흑묘아得黑猫兒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어>中 이규보李奎報(1168-1241)
►기로歧路 갈림길. 잘못된 길.
<송두소부지임촉주送杜少府之任蜀州 촉주로 벼슬 가는 두소부를 전송하며/왕발王勃
성궐보삼진城闕輔三秦 삼진이 보좌하고 있는 장안 성궐에서
풍연망오진風煙望五津 바람과 연기 자욱한 오진을 바라본다.
여군리별의與君離別意 그대와 이별하는 마음
동시환유인同是宦遊人 우린 다 같이 벼슬살이로 떠도는 사람이지.
해내존지기海內存知己 천하에 지기만 있다면야
천애약비린天涯若比隣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과 같으리니
무위재기로無爲在歧路 헤어지는 갈림길에서
아녀공점건兒女共霑巾 아녀자같이 눈물로 수건을 적시지 마세.
►호빈灝濱 넓‘을 호/콩물 호灝’ ‘물가 빈濱’
►창태蒼苔 푸릇푸릇한 이끼.
►‘양치질할 수漱’ ‘물들이 총, 물가의 언덕 종潨’
►희희熙熙 온화하다. 화목하다. 평화롭다.
희희호호熙熙皞皞 백성百姓의 生活이 몹시 즐겁고 和平함.
영양이 저만치 양지 바른 벼랑에 나와 햇볕을 쬐다
아침 햇살 따스하기 마치 할미 품이라
볕 쬐는 영양의 부드러운 숨결
사지가 늘어져 제 세상 만났구나
깊고 깊은 산속 거칠 것 없으니
나도 좋아하여 잔등을 쓸어 주었네
처음엔 꺼리는 눈치였으나 차츰 길이 들어서
냄새도 맡아 보고 핥아 보고 이마를 들이대며 마주보는구나.
너는 양 아닌 양
나는 사람 아닌 사람
같이 물건 아닌 물건이라 서로 몸 밖의 몸을 가졌으니
누가 너를 쫓고 누가 나를 찾을 것이랴
너는 바위에 뿔을 걸고
내 갓은 바람에 벗겨지는데
너는 꼬리로 푸른 이끼 만지고
나는 폭포수에 발을 씻나니
정답게 볕을 나눠 쪼이며
우리 청산에 함께 사세나
/이문구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 중에서
'韓詩 > 매월당집梅月堂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월당 시집 제5권 5-3 (0) | 2025.03.10 |
---|---|
매월당 시집 제5권 5-2 (0) | 2025.03.10 |
매월당 시집 제5권 4-20 (0) | 2025.03.09 |
매월당 시집 제5권 4-19 (0) | 2025.03.09 |
매월당 시집 제5권 4-18 (0) | 2025.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