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5권 8-4
8 죽竹 대나무
4 간죽看竹 대나무를 보며 4首
1
고사북원죽古寺北垣竹 오래된 절 북쪽 담장의 대나무(담 원垣)
종래지기춘種來知幾春 심어 온지 몇 봄인지 알려나?
승거불기개僧居不記箇 스님들 머물며 이것을 적지 않아
객래무간인客來無看人 손님이 와도 보는 사람 없구나.
로근사기규老根斜起糾 늙은 뿌리는 꼬여 비껴 일어나고
풍엽세생준風葉細生皴 잎은 바람에 가늘게 트여버렸네(틀 준皴)
애이이시좌愛爾移時坐 너를 사랑하여 때맞게 자리 옮겨
은근여여린殷勤與汝隣 은근히 너와 더불어 이웃하리라.
2
세한불개조歲寒不改操 한겨울 추위에도 절조를 아니 고쳐
엽엽장청춘葉葉藏靑春 잎 잎마다 푸른 봄을 감추었구나.
아시신지반我是新知伴 나는 이것이 새로운 벗임을 알기에
군위구주인君爲舊住人 그대 위해 오래도록 머물던 사람이라.
자과창절경自誇蒼節勁 푸른 마디 굳셈을 스스로 자랑하고
응소백미준應笑白眉皴 주름진 흰 눈썹으로 웃으며 화답하네.
대경수유의對卿殊有意 그대를 대하니 결심한 뜻이 있어
득전매산린得錢買山隣 돈을 구하여 이웃의 산을 사야겠네.
날씨 추워도 지조 변치 않아 잎마다 청춘을 간직했네
난 새로 사귄 사이지만 그대는 예로부터 살던 분이네
스스로 푸른 마디가 굳셈을 자랑하며 흰 눈썹 쭈그러진 걸 응당 웃으리라
그대를 대할 때마다 각별한 마음 있으니 得錢買山隣 돈 있으면 산을 사서 이웃하리라
3
암두탁근일巖竇托根日 바위 구멍의 햇빛에 뿌리를 맡기고
이년다소춘邇年多少春 새해가 가까우니 때마침 봄에 빠지네.
정능지객성定能知客性 정해진 능력과 나그네 성품을 알기에
응자염진인應自厭塵人 속세의 사람을 따라 스스로 화답하네.
랑간신분활琅玕新粉滑 대나무는 새롭게 화장하여 반드럽고
부약구피준箁箬舊皮皴 죽순 껍질과 오래된 거죽이 트는구나.
적력청산만寂歷靑山晚 적막함이 지나자 푸른 산은 저무니
휴공걸복린携筇乞卜隣 지팡이 들고 이웃에 무를 구걸하네.
►분활粉滑 매끈매끈하다 ‘가루 분粉’ ‘미끄러울 활, 익살스러울 골滑’
►부약箁箬 ‘죽순 껍질 부, 대 그물 포箁’ ‘대껍질 약箬’
►‘틀 준皴’ (피부가)트다. 주름 잡히다. 주름
►적력寂歷 적막寂寞 고요하고 쓸쓸함.
공산적력도심생空山寂歷道心生 텅 빈 산 적막하여 도심이 일고
허곡초요야조성虛谷迢遙野鳥聲 빈 골짜기 아득해 들새 소리뿐이라./장열張說 <옹호산사灉湖山寺>
산촌적력오계명山村寂歷午鷄鳴 산골 마을 적력하여 낮닭만 울고
소도무인춘수생小渡無人春水生 작은 개울 건너는 이 없이 봄물만 불어나네.
/윤봉조尹鳳朝 <과아파촌過丫坡村>
4
산중미세월山中糜歲月 산 속에서 세월을 허비하고(죽 미/문드러질 미糜)
행락십년춘行樂十年春 즐기며 다닌지 10년의 봄이라.
죽조서년기竹祖書年記 대 뿌리는 시대의 기록 기억하고
룡손문주인龍孫問主人 죽순에게는 주인을 문초하네.
지한무내고地寒無奈苦 찬 땅속에서 어찌 괴로움 없으랴?
풍경불응준風勁不應皴 강한 바람에 응해도 트지 않는구나.
아욕이군배我欲移君培 나는 그대를 북돋아 옮기려 하는데
유거필택린幽居必擇隣 조용히 살며 반드시 이웃으로 택하리.
●<춘일여배적과신창리방일인불우春日與裴迪過新昌里訪呂逸人不遇/왕유王維(699-759)
봄날 배적과 신창리에서 은자 여 선생을 찾아뵀으나 만나지 못하다
도원사면절풍진桃源四面絶風塵 도화원은 사방으로 세속과 끊어졌다기에
류시남두방은륜柳市南頭訪隱淪 유시 남쪽으로 은자를 찾았네.
도문불감제범조到門不敢題凡鳥 대문에 감히 ‘범조’라 제목하지는 못했건만
간죽하수문주인看竹何須問主人 대나무 구경 정도야 어찌 주인 허락을 구해야겠는가?
성외청산여옥리城外靑山如屋裏 성 밖 청산 또한 집 안과 꼭 같고
동가류수입서린東家流水入西鄰 집 동쪽을 흐르는 물이 이웃집 서쪽으로 흘러드네.
폐호저서다세월閉戶著書多歲月 문 닫아걸고 책 지은 지 한참 되어,
종송개작로룡린種松皆作老龍鱗 심었던 소나무는 노송 되어 겉껍질이 용 비늘 같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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