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6권 3-9
3 투증投贈 전하다
9 서회書懷 상사가정上四佳亭 회포를 써서 사가정께 올림
정정정압소빈주亭亭亭壓小蘋洲 정정정이 작은 연못을 압도하는데
락진홍의엽대수落盡紅衣葉帶愁 붉은 옷 다 져서 잎들은 근심 띠네
구절명도여허호九折名途如許好 구비 많은 벼슬길 얼마나 좋으신가
수간모옥아무우數間茅屋我無憂 몇 칸 띠 집에서 나는 근심 없네
강산만안십년객江山滿眼十年客 강산은 눈 가득히 십년의 손님이요
풍월일와천리추風月一窩千里秋 풍월은 한 움집에서 천리 가을이네
괘석성동비폭상掛錫城東飛瀑上 지팡이 성동에 걸고 폭포 올랐으니
군후당일억농불君侯當日憶儂不 그대는 그날의 나를 기억하시는가
►정정정亭亭亭
서거정은 뜰에 연못을 파고 연꽃을 심은 뒤 정자를 짓고는 ‘정정정亭亭亭’이라 이름 붙였다.
이는 송나라 주돈이周敦頤의
여독애予獨愛 ≺愛蓮說≻에서
련지출어어니이불염蓮之出於淤泥而不染 연꽃이 진흙 속에서 나왔지만 물들지 않고
탁청련이불요濯淸漣而不夭 맑은 잔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중통외직中通外直 불만부지不蔓不枝 줄기 속은 통하고 겉은 곧으며, 덩굴도 가지도 뻗지 않고
향원익청香遠益淸 정정정식亭亭淨植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정정하게 깨끗이 서 있어
가원관이불가설완언可遠觀而不可褻翫焉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고 가까이 가서 가지고 놀 수 없음을 나는 사랑하노라. 한 데서 따온 것이다.
●서회書懷 감회를 쓰다/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1561-1613)
지하다원골地下多冤骨 지하 저승에는 원통한 몸들만 많고
인간반겁회人間半劫灰 사람들 사이에는 병란이 한창이구나.
천심원유정天心元有定 하늘의 뜻은 규칙이 있음이 근본인데
시사만생애時事謾生哀 작금의 일들은 슬픔이 생겨나 속이네.
초목추풍기草木秋風起 풀과 나무엔 바람이 일어 시름겨운데
산하구일개山河舊日開 산과 강에 헤어진 기한이 오래되었네.
홍은종재조洪恩終再造 크나큰 은혜로 다시 부흥하길 다하니
동주억웅재銅柱憶雄才 구리 기둥에 뛰어난 재주를 생각하네.
●서회書懷/김굉필金宏弼
처독거한절왕환處獨居閑絶往還 한가로이 홀로 살아 오가는 이 없으매
지호명월조고한只呼明月照孤寒 밝은 달 불러 외로운 나를 비추게 하네.
빙군막문생애사憑君莫問生涯事 그대여 묻지 마오 생애의 일을
만경연파수첩산萬頃煙波數疊山 만 이랑 안개 물결에 첩첩의 산이라오.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1454-1504) 자는 대유大猷. 호는 한훤당寒暄堂ㆍ사옹蓑翁.
김종직의 제자로서 조광조에게 학문을 전한 대학자이다.
정몽주, 길재, 김숙자, 김종직, 김굉필, 조광조로 이어지는 조선 성리학의 정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림파로 지목되어 그들과 정치적 영욕을 같이한 풍운아이기도 했다.
무오사화 때 유배되었다가 갑자사화 때 사사賜死 되었다.
중종반정 후 신원伸寃되어 우의정에 추증되었다.
저서에 <한훤당집><경현록景賢錄> 따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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