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지성隻手之聲
2014-05-15
백은白隱 혜학慧鶴(1685-1768))은 에도우 시대인 18세기 중엽에
선풍을 휘날려 일본 임제종의 중흥조로 추앙받고 있는 선사다.
그의 저서인 백은집白隱集에 척수지성隻手之聲의 공안이 수록되어 있다.
척隻 字를 자전에서 찾아보면 새 한 마리 척, 쌍이 있는 것의 한쪽 척 자라고 되어 있다.
쌍雙 字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척수지성의 공안은 은산가의 종풍이라고 할 수 있다.
은산가란 은산隱山 유염惟琰의 문하며 백은 스님의 法嗣인 아산峨山 자도慈棹가 형성한 산문을 일컫는 말이다.
문중의 종풍을 이어받은 백은 선사는 평소 문제의 척수지성
즉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라는 공안을 가지고 사람들을 교화했었다고 한다.
그는 법을 묻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면 한 손바닥을 내밀면서 말했다.
"이 손바닥에 미묘한 소리가 있으니 이를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라고 한다.
그 소리를 들어라."
누구나 두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한 손바닥으로 어떻게 소리를 내느냐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백은 선사는 태연하게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를 들으라는 공안을 들이대는 것이었다.
두 손을 마주칠 때 소리가 나는 것은 상식적 세계에 속하는 것이며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는 상식을 깨고 논리의 세계를 초월한 언어와 사고가 끊어진 경지이다.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는 분별이 없는 대립을 초월한 절대적인 것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를 들으라는 말은 유일 절대적인 것을 파악하라는 뜻이며 절대적인 존재가 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 자체가 되는 그것이 바로 절대의 세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선은 상식을 초월하고 대립적 관념을 비워버린 절대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그러한 입장에서 선을 바라보아야 한다.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 없는 소리에 관해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 오고 있다.
한 화가가 법당에다 용을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용을 본적이 없는 화가는 어느 선사에게 물으러 갔다.
선사가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용은 이곳에 많다. 그대는 용이 보이지 않는가?"
화가는 선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사 밑에서 수행을 하였고 드디어 용을 볼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선사는 화가 제자에게 보다 가혹한 주문을 했다.
"용을 보긴 했지만 아직 용의 소리를 듣는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울지 못하는 용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생생하게 우는 용을 보아라."
화가는 다시 수행에 정진하여 마침내 용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뒤 화가는 심혈을 기울여 용을 그렸다.
용의 눈을 점안點眼하는 날 대중들은 용이 형형한 안광을 발하는 것을 보고 경탄했다고 한다.
화가는 백은의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 즉 소리 없는 소리를 체득한 것이었다.
그러나 척수지성의 공안을 타파한 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는 고통스런 정진을 거듭해야 하지만
이미 듣고 난 후에는 그것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소리 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도 버려야 한다.
한 곳에 마음이 머무는 것이 바로 집착이며 이 집착이야말로 미혹의 근본 원인이다.
때문에 선은 항상 行雲流水처럼 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은산가의 척수지성 공안 중에서 더욱 세밀한 점검을 위한 문답인 小問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전략---)
<소문 15> 한쪽 손이 내는 현묘한 소리, 그것은 어떠한 소리인고?
<답> 스승의 앞에 앉아 있을 때에는 스승의 말을 흉내 낸다.
결국 만약 그때 밖에서 비가 오면 ‘쫘-쫘-’하고 비 오는 소리를 흉내 낸다.
그때 새의 우는 소리가 나면 새 우는 소리를 흉내 내서 ‘카-아- 카-아-’라고 말한다.
<소문 16> 한쪽 손이 내는 소리 없는 소리, 그것은 어떠한 소리인가?
<답> 말없이 퍼뜩 일어났다 다시 앉고 스승에게 절을 한다.
<소문 17> 한쪽 손의 참 경계境界, 그것은 어떠한 놈인가?
<답> 꿈과 환상, 또는 공화空華(허공 속의 꽃)와 같습니다.
<소문 18> 한쪽 손의 근원은 어떠한 것이냐?
<답> 평원 조그마한 모래를 움직이는 미세한 바람도 불지 않습니다.
내가 한쪽 손의 소리를 두드린 것은 토끼의 털 하나 없는 곳으로부터입니다./운학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