悟道頌涅槃頌 ⓹
●향엄지한香嚴智閑선사(?-898)
오도송悟道頌
일격망소지一擊忘所知 한 번 부딪치는 소리에 아는 바를 잊었으니
갱불가수야更不假修冶 다시는 닦고 다스리지 않으리.
동용양고로動容揚古路 안색을 바꾸고 옛길에서 떨쳐 일어나
불타초연기不墮悄然機 근심스러운 처지에 떨어지지 않네.
처처무종적處處無踪迹 곳곳에 자취를 남기지 않고
성색외위의聲色外威儀 소리와 빛은 위의(엄숙함)의 밖이니
제방달도자諸方達道者 모든 도를 아는 이들은
함언상상기咸言上上機 모두 다 말하길 최상의 기회라 하네.
►앙산이 향엄에게 깨달은 바를 말해보라고 하자 향엄이 게송으로 답하였다.
거년미시빈去年未是貧 작년의 가난함은 가난함이 아니요
금년시시빈今年始是貧 금년의 가난함이 참으로 가난함이라.
거년무탁추지지去年無卓錐之地 작년에는 송곳도 꽂을 자리가 없더니
금년추역무今年錐亦無 금년에는 송곳마저 없도다.
►게송을 들은 앙산이 “사형께서는 여래선은 알고 계시지만 조사선은 아직 모르시는군요.”라고 말하자
향엄은 다시 게송을 읊었다.
아유일기我有一機 순목시이瞬目示伊 나에게 일기가 있어서 눈을 깜박여 보이리라.
약인불회若人不會 별환사미別喚沙彌 만약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면 따로 사미를 부르리라.
●문희선사文喜禪師 무착無着(820-899)
오도송悟道頌
(문수게송文殊偈頌)
약인정좌일수유若人靜坐一須臾 누구나 잠깐 동안 고요히 앉으면
승조항사칠보탑勝造恒沙七寶塔 모래알 같이 많은 칠보탑을 만드는 것보다 낫도다.
보탑필경쇄미진寶塔畢竟碎微塵 보탑은 결국 무너져 티끌이 되거니와
일념정심성정각一念淨心成正覺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부처를 이루도다.
●포대화상布袋和尙(?-916)
오도송悟道頌
지개심심심시불只箇心心心是佛 다만 마음이라는 마음 그 마음이 부처니
시방세계최령물十方世界最靈物 마음은 시방세계에 가장 영특한 물건이다
종횡묘용가련생縱橫妙用可憐生 가로 세로 묘한 작용 신통한 그 놈이니
일체불여심진실一切不如心眞實 온갖 것이 마음의 진실함만 못하다
열반송涅槃頌
일발천가반一鉢千家飯 바릿대 하나로 이 집 저 집 밥을 빌며
고신만리유孤身萬里遊 외로운 몸이 되어 만리를 떠도네.
청안도인소靑眼睹人少 반겨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 없어
문로백운두門路白雲頭 흘러가는 흰 구름에 갈 길을 물어본다.
미륵진미륵彌勒眞彌勒 미륵도 참다운 미륵 부처가
분신천백억分身千百億 천백억 모양으로 몸을 나투어
시시시시인時時示時人 때때마다 사람들께 보여주건만
시인자불식時人自不識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하네.
●동진선사洞眞禪師(868-948)
중국 무주撫州 소산疎山의 광인 선사에게서 心印을 받고 다시 江西의 노선화상을 찾아가 법을 구하였다.
노선 화상 회상에서 수참하기를 2년 만에 가을날 쪽빛 하늘에 떠있는 구름 한 조각을 보고
노선화상께서 선사를 보고 물었다.
백운쇄단행인로白雲鎖斷行人路 흰 구름이 쇠사슬 되어 나그네의 길을 끊었도다.
이에 선사가 확철대오廓徹大悟하였다.
오도송悟道頌
(백운자각白雲自覺 흰 구름에 깨달은 마음)
자유청산로自有靑山路 나그네 가슴에 푸른 산의 길이 있거늘
백운나득유白雲那得留 흰 구름을 어찌 잡아 머물게 하리오.
●정진靜眞대사(878-956)
오도송悟道頌
십개선자동급제十介禪子同級第 열사람 선객이 함께 급제했으니
방두약과총득한榜頭若過摠得閑 방 붙은 머리에 모두가 한가하도다.
수연일개불회두雖然一介不回頭 비록 한 사람은 돌아보지 않으나
자유구인출세간自有九人出世間 스스로 아홉 사람은 출세하리로다.
●수산성념首山省念(926-993)
열반송涅槃頌
로승금년륙십칠老僧今年六十七 내 나이 올해 예순 일곱
로병상의차과일老病相依且過日 늙고 병들어 그럭저럭 세월만 보낸다
금년기취명년사今年記取明年事 올해에 명년 할 일을 기록하였다가
명년기저금년일明年記著今年日 이듬해에 올해의 일을 더듬어보면
지명년시개무상至明年時皆無爽 명년이 와도 다 어긋남이 없으리.
백은세계금색신白銀世界金色身 은세계 금색부처
정여무정공일진情與無情共一眞 유정이고 무정이고 모두가 하나의 참다운 법
명암진시구불조明暗盡時俱不照 밝음과 어둠이 다할 때 모두가 비춤이 없다가
일륜오후시전신日輪午後示全身 오후의 태양에 온몸을 보이도다.
(정오에 편안히 앉아 입적)
●오조법연五祖法演(1024-1104)
오도송悟道頌
산전일편한전지山前一片閑田地 산자락 한 조각 노는 밭이여
차수정녕문조옹叉手叮嚀問祖翁 두 손 모으고 어르신께 묻나이다.
위련송죽인청풍爲憐松竹引淸風 송죽에 이는 맑은 바람 못내 그리워
기도매래환자매幾度賣來還自買 몇 번이나 팔았다 되사곤 했는지요.
●다릉인욱선사茶陵仁郁禪師(北宋 1025-1072)
오도송悟道頌
아유명주일과我有明珠一顆 나에게 신비로운 구슬이 한 알 있는데
구피진로관쇄久被塵勞關鎖 오랜 歲月 더러운 티끌에 묻혀 있었다.
금조진진광생今朝塵盡光生 오늘에야 티끌 사라지고 찬란燦爛한 빛 쏟아져
조파산하만타照破山河萬朶 산하대지山下大地 온갖 萬物들을 훤히 비추는구나.
●보본혜원報本慧元(1037-1091)
열반송涅槃頌
쉰다섯 해 환영의 이 육신이여
사방팔방으로 쏘아 다니며 뉘와 친했던 고
흰 구름은 천산 밖에서 다하고
만리 가을하늘엔 조각달이 새롭네
●부용도개芙蓉道楷(1043-1118)
열반송涅槃頌
오년칠십륙吾年七十六 내 나이 일흔여섯
세연금이족世緣今已足 세상인연 다했네
생불애천당生不愛天堂 살아서는 천당을 좋아하지 않았고
사불파지옥死不怕地獄 죽어서는 지옥을 겁내지 않네
●도솔종열兜率從悅(1044-1091)
열반송涅槃頌
나이 마흔 여덟에
성인도 범인도 모조리 죽였네.
영웅이라서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