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7-8
7 한적閑適 한적한 것
8 우성偶成 우연히 이루다
력엽심심포곡제櫪葉深深布穀啼 가죽나무 잎새 무성하고 뻐국새는 우는데
산심오월상처처山深五月尙凄凄 산이 깊으니 오월인데 오히려 쏠쏠하구나.
조래무중암광윤朝來霧重巖光潤 아침에 안개 짙어 바위 빛은 윤택하고
만후풍과수영저晚後風過樹影低 저녁 늦게 바람 스쳐 나무 그림자 나직하다.
로경유사신사학老境唯思身似鶴 늘그막에 오직 몸이 학 같기를 생각하는데
병여방각면여리病餘方覺面如梨 병 뒤에야 얼굴이 배 같음을 깨달았네.
평생습기소마진平生習氣消磨盡 평생에 밴 버릇 닳고 닳아 없어졌지만
미단취도화하미未斷醉倒花下迷 꽃 아래 취해 눕는 버릇만은 못 끊었네.
우성偶成 문득 지은 글
상수리 나뭇잎 울창한 숲에서 뻐꾸기 울고
산이 깊어서 오월이라지만 아직 서늘하다네.
아침안개가 짙게 끼어 젖은 바위가 번들거리고
해진 뒤의 바람이 나무그늘 아래로 분다네.
늙어서 내 몸은 오로지 학처럼 되기를 바랐는데
병에 시달리다 깨닫게 된 내 얼굴은 영락없는 노인네.
평생을 따라다닌 고민하던 버릇은 연마를 통해 없어졌지만
꽃에 취해 꽃나무 아래를 서성이는 버릇은 끊지 못했다네.
►‘말구유 력(역)櫪’ 마판馬板. 상수리나무
►포곡布穀 뻐꾸기
►처처凄凄 춥다. 쌀쌀하다. 한랭하다. 썰렁하다. 슬프고 처량하다. 쓸쓸하다.
►방각方覺 올바로 깨침.
►리梨 배. 늙은이
►습기習氣 불교용어佛敎用語로 ‘번뇌煩惱로 인因한 버릇’
우연히 짓다
가죽나무 잎 무성한데 뻐꾸기 울고
산이 깊은 오월 여전히 춥다.
아침에 안개 짙고 바위 빛은 윤택한데
저녁 늦어 바람 불어 나무그늘 나직하다.
늙어감에 몸이 학 같았으면 생각하나
병 난 뒤에 얼굴이 배 같음을 알겠다.
평생의 버릇 닳아 모두 없어졌지만
꽃 아래 취하여 헤매는 버릇 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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