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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3권 5-9

매월당 시집 제3권 5-9

5 시절節序

9 칠석七夕 3首

 

1

은하경경로단단銀河耿耿露團團 은하수는 반짝반짝 이슬은 동글동글한데

벽락연수천우한碧落煙收天宇寒 푸른 하늘에 연기 걷히고 세상이 온통 차가웁네.

일석가기수맥맥一夕佳期雖脈脈 하루 저녁 좋은 기약이야 아무리 이루어졌다 해도

경년로별정박박經年勞別正博博 해 지나는 괴로운 이별 정히 크고도 또 크네.

 

월명우저성초전月明牛渚星初轉 달 밝으니 견우성 가엔 별이 바로 돌기 시작하고

운담작교정미관雲淡鵲橋情未關 오작교엔 구름 담담하니 정이 아직 다하지 못했네.

위어금소휴촉루爲語今宵休促漏 그들 위해 말하노니 오늘 밤은 시간 재촉치 마라.

효래응파동정란曉來應怕動征鑾 새벽이 되면 틀림없이 가는 방울 소리 딸랑이리.

 

►칠석七夕 음력陰曆 7월 7일의 명절名節.

이 날 밤에 견우성牽牛星과 직녀성織女星이 오작교烏鵲橋를 건너서 만난다고 함.

 

七夕의 유래는 중국의 <제해기薺諧記>에 처음 나타난다.

周나라에서 漢代에 걸쳐 우리나라에 유입되기까지 윤색을 거듭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하늘나라 궁전의 은하수 건너에 부지런한 목동인 견우가 살고 있었다.

옥황상제는 견우가 부지런하고 착하여 손녀인 직녀와 결혼시켰다.

 

그런데 결혼한 견우와 직녀는 너무 사이가 좋아 견우는

농사일을 게을리 하고 직녀는 베 짜는 일을 게을리 했다.

그러자 天界의 현상이 혼란에 빠져 사람들은 天災와 기근饑饉으로 고통 받게 되었다.

 

이것을 본 옥황상제가 크게 노하여 두 사람을 은하수의 양쪽에 각각 떨어져 살게 하였다.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애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까마귀와 까치들은 해마다 칠석날에 이들이

만나도록 하기 위해서 하늘로 올라가 다리를 놓아주니 이것이 오작교烏鵲橋이다.

 

견우와 직녀는 칠석날이 되면 오작교를 건너 서로 그리던 임을 만나

1년 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고 다시 헤어져야 한다.

 

칠석 다음날 까마귀와 까치의 머리를 보면 모두 벗겨져 있는데

그것은 오작교를 놓기 위해 머리에 돌을 이고 다녔기 때문이라 한다.

 

칠석날에는 비가 내리는데 하루 전에 내리는 비는 만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

이튿날 내리는 비는 헤어지면서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한다.

또는 낮에 오는 비는 기쁨의 눈물이고 밤에 오는 비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한다.

 

이 설화의 배경은 독수리별자리[鷲星座]의 알타이르(Altair)별과

거문고별자리[琴星座]의 베가(Vega)별을 가리키는 것으로

두 별이 은하수의 동쪽과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데서 유래한 듯하다.

 

이 두 별은 태양 黃道上 운행할 때 가을 초저녁에는 서쪽 하늘에 보이고

겨울에는 태양과 함께 낮에 떠 있으며 봄날 초저녁에는 동쪽 하늘에 나타나고

칠석 무렵이면 천장 부근에서 보이게 되므로 마치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견우성과 직녀성이 1년에 한 번씩 마주치게 되는 천문 현상은

周나라 때부터 인식하고 있었으며

漢나라에 이르러서 칠석 설화가 형성되고 여러 가지 풍속이 발전하였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삼국시대에 이 설화와 풍속이 있었던 듯하다.

고구려 고분 벽화 가운데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구역에 있는 덕흥리 고분 벽화에

견우와 직녀 설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그림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록에는 고려 공민왕이 왕후와 더불어 칠석날 궁궐에서

견우성과 직녀성에 제사하고 백관들에게 녹을 주었다고 하였고

 

조선조에 와서는 궁중에서 잔치를 베풀고

성균관 유생들에게 절일제節日製의 과거를 실시한 기록이 있다.

 

궁중 밖의 민간에서도 칠석의 풍속이 활발히 전개되었던 모습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의 문헌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칠석날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풍속이 행해졌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옛날 서당에서는 학동들에게 견우직녀를 詩題로 시를 짓게 하였다.

 

또 옷과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폭의曝衣와 폭서曝書 풍속이 있었다.

여름 장마철에 장롱속의 옷가지와 책장의 책에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끼게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한편 여인들이 직녀성에 바느질 솜씨를 비는 걸교乞巧 풍속이 있었는데

걸교는 원래 중국에서 유래한 풍속이다.

 

칠석날 새벽에 부녀자들이 참외, 오이 등의 과일을

상에 올려놓고 절을 하며 바느질 솜씨가 늘기를 빈다.

 

저녁에 상 위로 거미줄이 쳐 있으면 하늘에 있는 직녀가

소원을 들어준 것이라 여기고 기뻐한다.

 

다른 지방에서는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그 위에 재를 담은 쟁반을 올려놓은 뒤

별에게 바느질 솜씨가 좋게 해달라고 빌고 다음날 아침 재위에 흔적이 있으면

영험이 있어 바느질을 잘하게 된다고 믿었다.

 

별과 조상과 자연과 부처에게 소원을 비는 풍속도 지역과 가정에 따라서 행해졌다.

지역에 따라서 칠석제, 용왕제, 밭 제 같은 제사를 지내고 사당에 천신薦新하며

밀국수, 밀전병, 호박도래전 등 시절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칠석음식으로 밀전병을 만들어 먹고 칠석놀이라 하여

술과 안주를 갖추어 가무로 밤이 깊도록 놀기도 한다.

 

►경경耿耿

근심하는 모양. 마음에 잊혀 지지 않아 아련한 모양. 불빛이 깜박거리는 모양.

 

경경불매耿耿不寐 밤새도록 잠 못 이루어

여유은우如有隱憂 숨은 근심에 잠긴 듯 하여라./<시경詩經 패풍邶風 백주柏舟>

 

경경잔등배벽영耿耿殘燈背壁影 깜박이는 새벽 등잔불로 벽에 비치는 외로운 그림자.

/<백거이白居易 상양백발인上陽白髮人>

 

공여경경촌심적空餘耿耿寸心赤 부질없이 일편단심만 경경히 남아

주변루고앙전현籌邊樓高仰前賢 주변루 높아 지나간 어진 이들을 우러르네.

/<이달충李達衷 함주루상작咸州樓上作>

 

►단단團團 둥근 모양.

►맥맥脈脈 끊이지 않는 模樣.

►‘방울 란(난), 보습 거鑾’ 방울. 天子가 타는 수레

►우저牛渚

소 먹이는 물가. 전설에 나오는 견우牽牛. 한편 직녀織女는 봉기鳳機(봉황 베틀)라고 함.

 

우저파한삼야월牛渚波寒三夜月 소 먹이는 물가에 물결이 차니 삼경 밤의 달이요,

봉기사랭오경풍鳳機梭冷五更風 봉황 베틀의 북이 차가워 오경의 바람이로구나.

/<서거정徐居正 七月七日>

 

 

2

옥경추야월여소玉京秋夜月如梳 옥경玉京의 가을 밤 달이 얼레빗과 같은데

청조초전일척서青鳥初傳一尺書 푸른 새가 처음으로 편지 한 장 전했네.

오작교변포금자烏鵲橋邊拋錦字 오작교 다리 가에 비단 글자 던져 있고

항아궐외동란거姮娥闕外動鸞車 항아궐姮娥闕 대궐 밖엔 난거鸞車가 움직이네.

 

주련걸교사초괘蛛憐乞巧絲初掛 거미는 길쌈 재주[巧] 빌 길 아껴 실을 처음 걸었고

객문지기사이허客問支機事已虛 길손이 베틀 고임돌 물은 일은 벌써 거짓이었네.

별한환심구미단別恨歡心俱未斷 이별의 한에 만나는 기쁨 모두 끊지 못했는데

오경풍로정수여五更風露正愁余 오경五更의 바람 이슬 나를 바로 시름케 하네.

 

►옥경玉京 하늘 위에 玉皇上帝가 산다는 서울.

►얼레빗 소梳 얼레빗(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 (머리를)빗다

►청조靑鳥 파랑새. 반가운 使者 또는 편지便紙.

 

►항아姮娥 상궁尙宮이 되기 전의 어린 宮女를 이르던 말.

달 속에 있다는 傳說 속의 仙女. 달의 다른 이름.

 

►난거鸞車 임금이 탄 수레.

►걸교乞巧 음력陰曆 七月 七夕 전날 저녁에 婦女子들이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두 별에게 길쌈과 바느질을 잘하게 하여 달라고 빌던 일.

 

►지기支機=지기석支機石

(전설상傳說上)에서)직녀성織女星에 있는 직녀織女가 베를 짤 적에 베틀을 괸다는 돌.

 

지게의 취음取音. 짐을 얹어 사람이 등에 지는 우리나라 固有의 운반運搬 기구機構.

 

 

3

장공추월욕원시長空秋月欲圓時 끝없는 하늘에 가을 달이 둥그려는 때인데

우저연쇄일야기牛渚煙鎖一夜期 견우성 물가에 연기 걷는 하룻밤 기약일세.

백자지변련애루百子池邊憐愛縷 백자百子 못가에 바느질 배우는 것 가련하고

구화등하금운유九華燈下錦雲帷 구화등九華燈 아래 구름 같은 비단 장막이라.

 

수가초쇄장서복誰家初晒藏書腹 뉘 집에서 처음으로 책 든 배[腹]를 말렸던가?

기처신성걸교사幾處新成乞巧詞 몇 곳에서나 새로이 길쌈 재주 비는 노래 이루었나?

막도천손리별한莫道天孫離別恨 천손天孫 직녀의 이별하는 한일랑 말하지 말라.

인간다유고상사人間多有苦相思 인간 세상엔 相思의 괴로움 그리도 많다네.

 

 

►백자지百子池 못 이름.

자손이 많기를 빌기 위해 백자지 물로 세수하고 몸을 씻었다는 고사.

 

<문선文選 경복전부景福殿賦>에

미백자지특거美百子之特居 ‘백자의 특거를 아름답게 여기고

가휴상지령명嘉休祥之令名 아름다운 상서의 영명을 아름답게 여긴다.’ 했다.

 

주註에 <서경잡기西京雜記>를 인용하여 말하기를

습자지拾子池 고조여척부인高祖與戚夫人 정월상진관탁우차正月上辰盥濯于此

백자지는 고조와 척부인이 정월 상신에 여기에서 세수하고 몸을 씻은 곳이다.

라고 하였다.

 

►구화등九華燈=구미등九微燈, 九光燈, 九華燈

제왕帝王의 궁전에 있는 찬란한 등燈.

한무제漢武帝가 서왕모西王母를 위해 밝혔다는 등 이름이다.

 

번백화향燔百和香 연구미등燃九微燈 이대서왕모以待西王母

서왕모를 위해 백화향을 사르고 구미등을 밝혔다

/<태평어람太平御覽 한무제내전漢武帝內傳>

 

지칠월칠일至七月七日 쇄소궁액灑掃宮掖 7월 7일이 되면 궁에 물을 뿌려 청소를 하고

번백화지향燔百和之香 연구광지등燃九光之燈 백화향을 사르고 구광등을 밝히며

궁감향과躬監香果 몸소 맛 좋은 과일을 살폈는데

위천관지찬爲天官之饌 천관의 식사를 위해서였다/<세시광기歲時廣記⋅식선도食仙桃>

 

►천손天孫

① 천신天神의 자손. 고구려 동명성왕東明聖王.

성공월일편城空月一片 성은 텅 비고 달은 조각달인데

석로운천추石老雲千秋 조천석朝天石 바위 오래 되고 구름은 천추로 떠 있네.

인마거불반麟馬去不返 동명성왕이 부벽루 아래에서 기르던 기린 말은 가서 돌아오지 않으니

천손하처유天孫何處遊 왕은 어느 곳에서 노니시는고.

/<이색李穡 부벽루浮碧樓>

 

② 하늘의 손녀 곧 직녀성織女星.

공석기룡백운향公昔騎龍白雲鄕

공은 옛날에 용을 타고 하늘나라 백운향에 노닐어

 

수결운한분천장手抉雲漢分天章

손으로 은하수를 움켜 일월성신 아름다운 하늘 모양을 깔아 두었네.

 

천손위직운금상天孫爲織雲錦裳

그리고 천제의 손녀 직녀성은 공을 위해 구름무늬 찬란한 비단 의상을 짰다네.

<소식蘇軾 조주한문공묘비潮州韓文公廟碑>

 

기교지부족야其巧之不足耶 자기의 공교로움이 부족하다고 해서

우호걸어천손재又胡乞於天孫哉 천손에게 공교로움을 빈단 말인가,

인유불가기황천호人猶不可欺況天乎 사람도 속일 수 없는데 하물며 하늘을 속임에 있어서랴?

<이규보李奎報 유자후종원문질평柳子厚宗元文質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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