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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3권 5-14

매월당 시집 제3권 5-14

5 시절節序

14

九月九日 야문우성夜聞雨聲 지효至曉 천기초한天氣稍寒

9월 9일 밤에 빗소리 들리더니 새벽에 이르러 천기가 약간 차졌다.

 

신기즉청이익경晨起則晴而益勁

새벽에 일어나니 날은 개었으나 추위는 더욱 세찼다

 

1

거세동유난去歲冬猶暖 지난해엔 겨울도 따뜻하더니

금년추만한今年秋晚寒 올해엔 늦가을에 추워지누나.

건양화결자愆陽花結子 양기陽氣가 잘못되어 꽃이 열매 맺고

경삽엽성반驚颯葉成瘢 바람소리에 놀라 잎새에 병들었네.

(1년의 실상 있던 일을 기록함)

 

소수지년로少睡知年老 잠 적어지니 나이 늙은 줄 알겠고

무수임야란無愁任夜闌 근심 없으니 밤 긴 대로 맡겨 두었네.

개창잉파랭開窓仍怕冷 창 열면 여전히 추위가 겁나서

산색정인간山色情人看 산 경색景色을 사람 시켜 보게 하였네.

 

►건양愆陽 양을 어긴다는 뜻으로 겨울철의 날씨가 춥지 않고 따뜻한 것을 말함.

►‘바람 소리 삽, 큰 바람 립(입)颯’ 바람 소리. 바람 소리의 형용形容

►‘흉터 반瘢’ 흉터 자국, 흔적痕跡(痕迹) 주근깨.

►‘가로막을 란(난)/난간 란(난)闌’ 가로막다.방지하다. 쇠퇴하다.

 

 

2

국염동리하菊艷東籬下 동쪽 울타리 밑에 국화꽃도 곱더니

다의풍엽반多依楓葉斑 단풍잎 태반이 얼룩지는 그대로였네.

야무도령주也無陶令酒 이제 또 도연명陶淵明의 술은 없어도

다유경공산多有景公山 경공景公의 산만은 많이 있다네.

 

동우최란원凍雨摧蘭畹 언 비는 난초 밭두둑을 부수고

한운쇄죽관寒雲鎻竹關 찬 구름은 대나무 문을 잠갔네.

안간성물환眼看星物換 눈으로 보기에 별과 물건 바뀌는데

로대칭심한老大稱心閑 늙어져 마음대로 한가하다네.

 

►경공景公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경공景公.

그는 제齊나라 서울 근교近郊에 있는 우산牛山의 해지는 것을 보고서

“아름답도다, 내 나라여!

초목은 울창하고 무성하거늘 내 어찌 이를 두고 죽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추기급인推己及人> 나의 마음을 살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린다.

/<안자춘추晏子春秋>

 

제齊나라에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큰 눈이 내렸다.

 

제齊나라의 임금인 景公은 대궐의 따뜻한 방 안에 앉아 여우 겨드랑이에 난

흰 털로 만든 따뜻한 가죽옷을 입고 설경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었다.

 

景公은 눈이 계속 내리면 온 세상이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라 생각하고

눈이 많이 내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때 마침 재상 안자晏子가 들어와 景公 곁에 서더니 창밖에 가득 쌓인 눈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景公은 晏子 역시 흰 눈의 흥취에 젖어든 것이라 생각하고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올해 날씨는 참 이상하구려.

눈이 사흘이나 내렸는데 마치 봄날처럼 포근한 게 조금도 춥지가 않으니 말이오.“

 

그러자 晏子는 景公이 입은 여우 털옷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정말로 날씨가 춥지 않은지 되물었다.

 

景公은 왜 晏子가 되묻는지 새겨볼 생각을 못하고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晏子가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옛날의 현명한 군자들은 자기가 배부르면 누군가가 굶주리지 않을지 걱정했으며

자기 몸이 편안하면 누군가가 피곤하지 않을지를 염려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임금께서는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계시는군요.“

 

晏子의 이 말에 景公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불찰을 뉘우친 景公은 바로 옷과 식량을 풀어 추위에 떨고 굶주리는 백성을 구제했다.

 

이 일을 들은 孔子는 두 사람을 이렇게 평가했다.

“晏子는 능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밝혔고

景公은 능히 자기가 해야 할 선을 행했다.“

 

►‘밭 면적 단위 원畹’ 밭 面積의 單位. 밭 스무 두둑. 國王의 친척親戚.

 

 

3

작야풍초경昨夜風初勁 어젯밤 바람이 처음으로 세찼는데

잉경백로상仍驚白露霜 게다가 흰 이슬 서리 된 데 놀랐네.

세연화호기細煙和灝氣 가는 연기 맑은 기운 함께 얼렸고

미우초조양微雨醮朝陽 이슬비는 아침 볕에 섞이었다네.

 

탁탁천산수濯濯千山瘦 씻은 듯 일천 산이 수척해지고

소소중초황蕭蕭衆草黃 쓸쓸하게 모든 풀이 누렇게 됐네.

서당정불내西堂情不耐 서쪽 당에서 이 마음 견딜 수 없어

료화송생장聊和宋生章 애오라지 송생宋生의 시에 화답하네.

 

►넓을 호灝 넓다(≒浩) 깊다. 밝고 맑다

►탁탁濯濯 (산이) 벌거벗은 모양. 반들반들한 모양.

►소소蕭蕭 바람이나 빗소리 따위가 쓸쓸함.

►송생宋生=송옥宋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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