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5-31
5 시절節序
31 사절회문四節回文 사절회문 詩
1 봄[春]
홍행산도계적적紅杏山桃溪寂寂 붉은 살구꽃 산 복사꽃 시냇물도 적적한데
소당춘초몽의의小塘春草夢依依 작은 연못에 돋아난 봄풀 꿈도 어렴풋하여라.
동성쇄무향풍난東城鎖霧香風暖 동쪽 성엔 안개 잠기고 향기 바람 따뜻한데
북사제앵유연비北舍啼鶯乳燕飛 북쪽 집엔 꾀꼬리 울고 어미 제비 바삐 나네.
붉은 살구 산 호두는 시냇가에 쓸쓸이 섰고
작은 연못가의 봄풀은 꿈속에 아른거린다.
안개에 잠긴 동쪽 성에는 봄바람 따뜻하고
꾀꼬리 우는 북쪽 집에는 제비새끼 난다.
홍행산도계적적紅杏山桃溪寂寂 비연유앵제사북飛燕乳鶯啼舍北
소당춘초몽의의小塘春草夢依依 난풍향무쇄성동暖風香霧鎖城東
동성쇄무향풍난東城鎖霧香風暖 의의몽초춘당소依依夢草春塘小
북사제앵유연비北舍啼鶯乳燕飛 적적계도산행홍寂寂溪桃山杏紅
비연유앵제사북飛燕乳鶯啼舍北 나는 제비 어린 꾀꼬리는 집의 북쪽에서 울고
난풍향무쇄성동暖風香霧鎖城東 봄 안개는 따뜻한 바람을 타고 성 동쪽에 잠긴다.
의의몽초춘당소依依夢草春塘小 아련한 꿈속의 풀은 봄 연못에 돋아나고
적적계도산행홍寂寂溪桃山杏紅 쓸쓸한 시냇가의 복사와 산 살구는 익어간다.
2 여름[夏]
량점등상한철골凉簟藤床寒徹骨 서늘한 댓자리 등 평상 찬기가 뼈 속에 사무치는데
록과빙함랭침순綠瓜氷函冷侵唇 푸른 참외 얼음에 채워 냉기가 입술에 얼얼하네.
당위죽영청풍산堂圍竹影清風產 대 그림자 당堂에 둘려 맑은 바람 절로 나는데
함투산광벽대빈檻透山光碧黛颦 난간에 산 빛 들어와 푸른 눈썹 찡그리네.
량점등상한철골涼簟藤床寒徹骨 빈대벽광산투함顰黛碧光山透檻
록과빙함냉침순綠瓜氷函冷侵唇 산풍청영죽위당產風淸影竹圍堂
당위죽영청풍산堂圍竹影淸風產 순침냉함빙과록唇侵冷函氷瓜綠
함투산광벽대빈檻透山光碧黛顰 골철한상등점량骨徹寒床藤簟涼
빈대벽광산투함顰黛碧光山透檻 난간으로 푸른 빛 들어 와 눈썹 찡그러지는데
산풍청영죽위당產風淸影竹圍堂 바람 일어 맑은 대나무 그림자가 집을 에워싸네.
순침냉함빙과록唇侵冷函氷瓜綠 입술에 냉기 얼음에 채운 오이에서 오고
골철한상등점량骨徹寒床藤簟涼 뼈를 뚫는 차디찬 평상은 등나무 대자리처럼 서늘하구나.
3 가을[秋]
소동체우최갱핍疎桐砌雨催更逼 성긴 오동엔 섬돌의 비가 재촉하며 바싹 죄는데
읍로추공어초총泣露秋蛩語草叢 이슬에 우는 가을벌레 풀숲에서 속살거리네.
허백양파강토월虛白漾波江吐月 무심한 물결 출렁이며 강은 달을 토하는데
랭광요엽죽생풍冷光搖葉竹生風 냉랭한 빛 잎새를 흔드니 대나무에 바람이 이누나.
소동체우최갱핍疎桐砌雨催更逼 풍생죽엽요광냉風生竹葉搖光冷
읍로추공어초총泣露秋蛩語草叢 월토강파양백허月吐江波漾白虛
허백양파강토월虛白漾波江吐月 총초어공추로읍叢草語蛩秋露泣
랭광요엽죽생풍冷光搖葉竹生風 핍갱최우체동소逼更催雨砌桐疎
풍생죽엽요광냉風生竹葉搖光冷 대 잎에 이는 바람 쓸쓸한 풍경을 흔들고
월토강파양백허月吐江波漾白虛 달을 토하는 강물의 물결은 밝은 하늘에 빛나네.
총초어공추로읍叢草語蛩秋露泣 풀숲의 귀뚜리들 울면서 가을 이슬 걱정하는데
핍갱최우체동소逼更催雨砌桐疎 다시 다그치듯 재촉하는 비에 오동 잎 겹쳐 깔리네.
4 겨울[冬]
명창지장횡매소明窓紙帳橫梅小 밝은 창 종이 방장에 작은 매화 비꼈는데
담월소렴영죽한淡月疎簾映竹寒 담담한 달 성긴 발에 비치는 대나무 차 보이네.
청설압지서학로晴雪壓枝棲鶴老 갠 눈[雪]은 가지를 누르고 깃들인 학도 늙었는데
랭풍적야점성단冷風敵夜點星團 찬바람 밤을 두드려 별 떼를 점검하네.
명창지장횡매소明窓紙帳橫梅小 단성점야적풍냉團星點夜敵風冷
담월소렴영죽한談月疎簾映竹寒 노학서지압설청老鶴棲枝壓雪晴
청설압지서학노晴雪壓枝棲鶴老 한죽영렴소월담寒竹映簾疎月談
랭풍적야점성단冷風敵夜點星團 소매횡장지창명小梅橫帳紙窓明
단성점야적풍냉團星點夜敵風冷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찬바람 지나고
노학서지압설청老鶴棲枝壓雪晴 그친 눈 위 가지에 늙은 학 잠들었다.
한죽영렴소월담寒竹映廉疎月談 찬 대나무 성긴 발에 비친 달과 이야기 하고
소매횡장지창명小梅橫帳紙窓明 작은 매화는 비스듬히 종이창을 밝히네.
►회문回文 한시체漢詩體의 한 가지.
1)머리에서부터 내리읽으나 아래에서부터 내리 읽으나
아래에서부터 치읽으나 다 말이 되게 글귀(-句)를 이루었음.
2)여러 사람이 次例로 돌려보도록 쓴 글.
바둑판처럼 글자를 배열하여 중앙으로부터 선회하면서 읽어도 뜻이 통하는 것도 있다.
말하자면 순독順讀·역독逆讀·선회독旋回讀이 가능한 시가 회문시이다.
그러나 후대에는 선회독의 시는 없어졌다.
회문시의 시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에서는
진秦나라 소백옥蘇伯玉의 처가 지었다는 <반중시盤中詩>와
두도竇滔의 처 소혜蘇蕙가 지었다는 <직금회문시織錦回文詩>를 들었다.
회문시는 진晋나라 이후에 유행을 이루었다.
부함傅咸의 <회문반복시回文反覆詩> 조식曺植의 <경명팔자鏡銘八字>
양梁나라 간문제簡文帝의 <회문사선명回文紗扇銘>
진陳나라 유왕留王의 <회문回文>과 왕융王融의 <춘유春遊> 등이 대표적이다.
그 뒤로는 소동파蘇東坡의 <제직금화題織錦畫><금산사金山寺> 등이 유명하다.
宋代까지의 회문시는 상세창桑世昌이 엮은 <회문유취回文類聚>에 망라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회문시가 유행하였다.
그 중에서도 이지심李知深이 잘 지었고 竹林高會에 참여하였던 문사들도 즐겨 썼다.
특히 이규보李奎報는 21수나 되는 많은 회문시를 지었다.
그 중에서도 이수李需의 30운 회문시를 보고 지은
<차운이시랑수이회문화장구설시次韻李侍郞需以回文和長句雪詩> 30운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형군소邢君紹·달전達全 등이 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김시습의 <춘하추동사절시春夏秋冬四節詩> 4수가 유명하다.
/한국민족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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