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3-13
3 우설雨雪 비와 눈
13 우중시선행雨中示善行 우중에 선행에게 보이다
궁려여여량상의窮廬與汝兩相依 궁한 집에서 너와 둘이 서로 의지하고 있으니
적적모자독엄비寂寂茅茨獨掩扉 적적한 며 지붕 밑에 홀로 사립문 닫고 있다.
등만복리장록암藤蔓覆梨張綠暗 등 넝쿨 배나무 덮어서 푸르고 어두운 것 벌렸고
약묘모우절홍비藥苗冒雨折紅肥 약초 싹 비 무릅쓰고 붉고 살찐 것 터져 나온다.
유사말로신무병惟思末路身無病 오직 말로에 몸에 병 없을 것 생각하면서
각희평생수불기却喜平生首不鞿 또 다시 한평생 머리에 굴레 없는 것 기뻐한다.
어조역지오소락魚鳥亦知吾所樂 고기와 새 또한 나의 즐기는 바 알아서
림천종일자망기林泉終日自忘機 임천林泉에서 종일토록 딴 마음 잊었네.
►궁려窮廬 허술하게 지은 집. 가난한 집.
●계자서誡子書/공명孔明 제갈량諸葛亮
부군자지행夫君子之行 무릇 군자의 행실은
정이수신靜以修身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검이양덕儉以養德 검소함으로 덕을 기르니
비담박무이명지非澹泊無以明志 마음이 맑고 깨끗하지 않으면 뜻을 밝게 할 수 없고
비녕정무이치원非寧靜無以致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하지 않으면 먼 곳에 이를 수 없다.
부학수정야夫學須靜也 무릇 배움은 모름지기 고요해야 하며
재수학야才須學也 재능은 배움을 필요로 한다.
비학무이광재非學無以廣才 배우지 않으면 재능을 넓힐 수 없고
비지무이성학非志無以成學 뜻이 서지 않으면 배움을 이룰 수 없다.
음만칙불능려정淫慢則不能勵精 마음이 음란하고 게으르면 마음을 가다듬고 힘쓸 수 없고
험조칙불능야성險躁則不能冶性 마음이 거칠고 조급하면 성품을 다스릴 수 없다.
년여시치年如時馳 나이는 시간처럼 달려가고
의여일거意與日去 의지는 날과 함께 사라지면서
수성고락遂成枯落 마침내 말라 떨어지게 되어
다부접세多不接世 세상과 함께하지 못하고
비수궁려悲守窮廬 곤궁한 집에서 슬퍼 탄식한들
장부하급將復何及 장차 돌아가려해도 어떻게 미치겠는가.
계자서誡子書
무후武侯 諸葛亮(181-234)이 죽기 전 54세 되던 해 8살 된 장남 제갈첨諸葛瞻에게 남긴 교훈서.
86자의 짧은 글이지만 학문을 이루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이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이다.
►적적寂寂 괴괴하고 조용함. 외롭고 쓸쓸함.
성성적적惺惺寂寂은 옳지만 성성망상惺惺妄想은 그르고
적적성성寂寂惺惺은 옳지만 적적무기寂寂無記는 그른 것이다
/영가永嘉 현각玄覺(665-713)
성성적적惺惺寂寂=위빠사나
적적성성寂寂惺惺=사마타
온갖 번뇌 망상이 생기지 않고 마음이 고요하면서도 새벽하늘의 별처럼 또렷한 것
적적寂寂 물결이 잠잠해진 고요한 호수같이 어떤 번뇌도 일지 않는 평화로운 상태.
성성惺惺 반짝이는 별처럼 영롱하고 또렷하게 마음에 와 박히는 것/원효 <금강삼매경론>
►‘사립문 비扉’ 사립문. 문짝. 집, 가옥家屋
►등만藤蔓 넝굴.
●죽장암竹長菴/김시습金時習
고저석경사高低石徑斜 높고 낮은 돌길이 비껴 있고
잠적유승가岑寂有僧家 적막한 곳에 사찰이 있다네.
만일조고수晚日照高樹 석양은 큰 나무를 비치고
동풍취야화東風吹野花 봄바람이 들꽃이 불며
계류명사련溪流明似練 흐르는 시내의 청명함이 비단 같고
등만곡여사藤蔓曲如蛇 덩굴의 굽어진 것이 뱀 같네.
참례명산편參禮名山遍 참례하러 명산 두루 다니니
소요즉아가逍遙卽我家 소요하는 곳이 곧 나의 집일세.
►모우冒雨 비를 무릅씀.
►각희却喜 오히려(도리어) 좋다.
●이롱편안耳聾便安/농은農隱 윤추尹推(1632-1707년)
언과방지자이롱言寡方知自耳聾 내가 말이 왜 줄었지?
이롱성유과언공耳聾誠有寡言功 아하, 귀 먹어서 그렇구나.
인수어대오안청人雖語大吾安聽 사람들의 큰 목소리 내 귀엔 작은 소리
아역성미피불통我亦聲微彼不通 내 목소리 역시 작아 남들도 멀뚱멀뚱
묵묵겸겸종일좌默默謙謙終日坐 입 닫고 말없이 온종일 앉아 있으니
료료적적일당공廖廖寂寂一堂空 고요하고 한적하여 빈집인 듯 느껴지네.
평생박잡다우회平生駁雜多尤悔 성격이 박잡하여 평생 후회 많았는데
천탈기총행차옹天奪其聰幸此翁 하늘이 이제서야 늙은이 귀를 막았구나.
인개권아사치롱人皆勸我使治聾 사람들이 너도나도 귀 치료를 권하지만
오왈오롱역유공吾曰吾聾亦有功 귀먹은 체 지내는 게 나에겐 더 좋은 거라
중구훤효문역염衆口喧嚆聞亦厭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 들리니 너무 좋아
동심성기묵유통同心聲氣默猶通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없이도 통한다오.
기난청어환무어旣難聽語還無語 들리지 않은 뒤로 나도 말이 줄었으니
비시도공각희공非是逃空却喜空 말 많던 늙은이가 적막함이 좋아졌네.
차리방지지자소此理方知知者少 이런 이치 아는 자 세상에 몇 안 될 거라
경상제이소우옹競相提耳笑愚翁 사람들은 소곤소곤 이 늙은이 흉을 보네.
►‘재갈 기鞿’ 재갈. 고삐. 굴레.
►임천林泉 수풀과 샘물. 또는 수풀 속에 있는 샘물. 은사隱士의 정원庭園.
►망기忘機 속세俗世의 일이나 욕심慾心을 잊음.
기심機心을 잊음.
즉 세욕에 끌리는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 물외의 지취旨趣를 추구하는 심성의 상태를 지칭함.
●대주對酒 술을 마시며/백거이白居易(772-846)
1
교졸우현상시비巧拙愚賢相是非 솜씨 있고 없고 잘나고 못나고 서로 따지는데
여하일취진망기如何一醉盡忘機 술 한번 취해서 몽땅 잊음이 어떨런지?
군지천지중관착君知天地中寬窄 하늘과 땅 사이 넓고 좁음을 그대는 아시는가?
조악난황각자비鵰鶚鸞凰各自飛 독수리 물수리 난새 봉황새 제 멋대로 나는 세상
2
와우각상쟁하사蝸牛角上爭何事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툰들 무엇 하리?
석화광중기차신石火光中寄此身 부싯돌 번쩍이듯 찰나에 사는 몸
수부수빈차환락隨富隨貧且歡樂 부귀빈천이 있는 그대로 즐겁거늘
불개구소시치인不開口笑是癡人 입 벌리고 웃지 않는 자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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