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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4-7

매월당 시집 제4권 4-7

4 풍운風雲 바람과 구름

 

7 풍긴風緊 바람이 급하다

 

동령북풍긴東嶺北風緊 동쪽 고개엔 북풍이 다급하고

서산황엽비西山黃葉飛 서산엔 누런 잎이 훌훌 날리네.

올좌사고주兀坐似枯株 오뚝이 앉은 게 마른 등걸도 같은데

묵묵환여치默默還如癡 묵묵한 게 어쩌면 백치와도 같네.

 

신시팔구수新詩八九首 새로 지은 시 팔구 편이 있어

기여심이이起余心怡怡 나를 일깨워 주어 마음 기쁘게 하네.

 

면아사고인緬我思古人 우두커니 이 몸이 옛사람을 생각느니

이아유위부而我猶爲夫 그렇담 내 아직도 사람 되어 있네.

일소입청산一笑入靑山 한바탕 웃고서 청산으로 들어가니

풍상종불투風霜終不渝 바람 서리 끝내 변하지 않았네.

 

정정백년내鼎鼎百年內 큼직한 한 백년 그 동안이나마

불수인치구不受人馳驅 남에게 쫓기거나 몰림을 받지 않고

매산우매라買山又買懶 산 사고 또 게으름도 사 놓았으니

기락야유유其樂也愉愉 그 즐거움이야 한없이 기쁘네.

 

종일대벽봉終日對碧峯 온종일 푸른 뫼 마주보고 있으니

벽봉지아무碧峯知我無 푸른 뫼 너도 날 아는가 모르는가?

 

 

►풍긴風緊 거센 바람. 급한 바람.

 

●강천모설江天暮雪 저물녘 눈 내리는 강가의 풍경

/이제현李齊賢(1287-1367 고려 충렬왕13~공민왕16)

 

풍긴운용참風緊雲容慘 바람은 거세 구름 모양 애처롭고

천한설세엄天寒雪勢嚴 날씨는 추워 눈 오는 기세 심하네

사한쇄백롱섬섬篩寒洒白弄纖纖 한기를 체로 쳐 고운 눈 만들고 놀다가

만옥진퇴염萬屋盡堆鹽 집집마다 소금을 쌓아 놓았네

 

원포회어도遠浦回漁棹 멀리 포구에 고기잡이 배 돌아오고

고촌락주렴孤村落酒帘 외딴 마을의 술집 깃발 내려졌네

삼경제색투은섬三更霽色妬銀蟾 깊은 밤 환한 눈빛이 은빛 달을 질투하니

갱약괘소렴更約掛疏簾 다시 성근 주렴을 드문드문 매달았네.

 

●한야원寒夜怨 차가운 밤의 슬픔/유효작劉孝綽(481-539/남조 양梁)

(樂府 雜曲歌詞)

 

야운생​夜雲生 밤하늘에 구름 일어나니

야홍경夜鴻驚 밤에 날아가는 기러기 놀란 듯 우는소리 들리네.

 

처절료료상야정悽切嘹嘹傷夜情

처량한 그 소리는 밤에 남편을 그리는 여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공산상만고연평空山霜滿高煙平

인적 없는 산에 서리가 가득 내리고 높은 봉우리에 노을 걸려 있네.

 

연화침조장고명鉛華沈照帳孤明

화장한 분도 어둡게 가라앉고 방의 휘장만이 홀로 훤한데

 

한월미寒月微 싸늘한 달 이외에

한풍긴寒風緊 차가운 바람이 매섭다.

 

수심절愁心絶 시름의 마음도 다하고

수루진愁淚盡 수심의 눈물도 말라버렸으니

 

정인불승원情人不勝怨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박정한 것은 원망스러워 견딜 수 없네.

 

사래수능인思來誰能忍 이렇게 생각하니 누가 견디고 참을 수 있겠는가.

 

►올좌兀坐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음.

►고주枯株 고주후목枯株朽木. 마른 나무. 고목 그루터기. 나뭇등걸

 

●견회遣懷 회포를 풀다/목은牧隱 이색(1328-1396 고려말~조선전기)

 

숙홀백년반倏忽百年半 잠깐 사이에 나이는 쉰인데

창황동해우蒼黃東海隅 동쪽 바다 모퉁이 고려에서 창황하게 지내네.

오생원국척吾生元跼蹐 우리 생애는 본디부터 하늘과 땅의 구속을 받으며 살아가는데

세로역기구世路亦崎嶇 세상살이 길 또한 기구하구나.

 

백발혹시유白髮或時有 백발은 때를 따라 늘어가나니

청산하처무靑山何處無 내 묻힐 청산이야 어디엔들 없으랴.

미음의부진微吟意不盡 나지막하게 시 읊으나 뜻 모두 펼 수 없어

올좌사고주兀坐似枯株 마른 나무같이 오뚝이 앉아 있을 뿐일세.

 

►묵묵默默 아무 말 없이 잠잠潛潛하다.

 

●묵묵默默/허형만

 

백수의 노모가 칠순의 아들 손을 꼬옥 쥐고

꽃잎 한 장 살짝 떨쳐놓듯 한 말씀 하신다

 

자네, 꼭 한번은 오게

 

당신이 돌아가시면

사십구제 중 한 번은 오라는 당부 말씀

 

그리곤 더 이상 아무 말이 없다

아들도 노모의 눈빛만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다

 

그림자를 들여 유리창으로 이 광경을 보던

마당의 소나무가

먹먹한지 말없이 그림자를 거둔다

 

소나무 우듬지에서 쉬고 있던 흰구름도

말없이 지리산 정령치를 넘는다

/한국시인 제 43대 04호 2021년 6월 사단법인한국시인협회

 

►기여起余 나를 일깨워 주다

 

기여자起予者 상야商也 나를 일깨워 준 사람은 너 상이로다.

시가여언시이의始可與言詩已矣 비로소 같이 시를 말할 수 있구나.

/<論語 팔일편八佾篇>

 

►이이怡怡 이연怡然 기쁘고 좋음. 화목한 모양.

자로문왈子路問曰 자로가 여쭈었다.

하여사가위지사의何如斯可謂之士矣 어떠해야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자왈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절절시시切切偲偲 서로 절절하게 충고하고 격려하며

이이여야怡怡如也 화기애애하다면

가위사의可謂士矣 선비라고 할 수 있다.

 

붕우절절시시朋友切切偲偲 친구 간에 서로 절절하게 충고하고 격려하며

형제이이兄弟怡怡 형제간에 화기애애한 것 말이다.

 

►‘멀 면/가는 실 면緬’ 멀다. 아득하다. 생각하다

►불투不渝 불변不變하다. 변하지 않다. ‘변할 투, 변할 유渝’

 

<시詩經 國風 제7 정풍鄭風 80. 고구羔裘 염소 갖옷>

고구여유羔裘如濡 염소갖옷 윤이 나는 듯한데

순직차후洵直且侯 참으로 곧은 군주이시네

피기지자彼其之子 저기 가시는 저분은

사명불투舍命不渝 목숨을 버려도 변하지 않는다네.

 

고구표식羔裘豹飾 염소갖옷 범 가죽을 꾸미니

공무유력孔武有力 늠름한 무용이 힘차시네.

피기지자彼其之子 저기 가시는 저분은

방지사직邦之司直 나라를 옳은 길로 이끄신다네.

 

고구안혜羔裘晏兮 염소갖옷 곱고 성대하며

삼영찬혜三英粲兮 3가지 덕이 눈부시다네.

피기지자彼其之子 저기 가시는 저분은

방지언혜邦之彦兮 나라의 훌륭한 인재이시라네.

 

►정정鼎鼎 성대하고 수려하다.

 

차의운회箚疑韻會 태서완모太徐緩貌

차의에 "회운에 행동이 느린 모양이다."라고 하였다.

 

정정백년여전속鼎鼎百年如電速 덧없는 백년이 번개같이 빠르구나.

/도연명陶淵明 <飮酒二十首> 其三

 

●제원기중소교참동계후題袁機仲所校參同契後

/원기중이 교정한 참동계 뒤에 적다.

 

여경년경행순창予頃年經行順昌 내가 근년에 순창을 지나가다

[남검주속현南劒州屬縣] 남검주의 속현이다

 

게운당포憩篔簹鋪 운당포에서 쉬었는데

[운당령재사현篔簹嶺在沙縣] 운당령은 사현에 있다

 

견유제황황영지見有題煌煌靈芝 일년삼수一年三秀 여독하위予獨何爲

“찬란한 영지 1년에 3번 자라 나나 나는 홀로 무엇을 하였는가?

 

유지불취지어어벽간자有志不就之語於壁間者

뜻이 있어도 이루지 못하였다."라는 벽의 글이 있음을 보고

 

삼부기사이비지三復其詞而悲之 3번 그 말을 반복하고 비통해 하였는데

부지제자하인不知題者何人 적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나

적여여의회야適與予意會也 마침 나와 더불어 뜻이 회합하였다.

 

경원정사팔월칠일慶元丁巳八月七日 재과기처再過其處

경원 정사(1197) 8월 7일 다시 그곳을 지나갔는데

 

구제고부복견舊題固不復見 옛날 글이 진실로 다시 보지 못하여

이굴지세월而屈指歲月 손가락으로 꼽으니

홀홀여사십년忽忽餘四十年 문득 40여 년이었으나

차지진부취의此志眞不就矣 이 뜻을 진실로 이루지 못하였다.

 

도간우독차서道間偶讀此書 길 가다 우연히 이 글을 읽고

병감전사幷感前事 아울러 지난 일에 감회가 일어

희제절구戱題絶句 재미 삼아 절구를 짓다.

 

정정백년능기시鼎鼎百年能幾時 덧없이 흘러가는 백년이 얼마나 되는 고

영지삼수욕하위靈芝三秀欲何爲 영지가 3번 자람은 무엇을 하고자 함인가

금단세만무소식金丹歲晩無消息 금단은 해가 저물어도 소식이 없으니

중탄운당벽상시重歎篔簹壁上詩 운당포 벽 위의 시를 보고 거듭 탄식하네.

/가욕可欲님의 블로그

 

●지산효풍芝山曉風 건지산의 새벽바람/자산紫山 금우열琴佑烈(1823~1904)

(구한말 서화수장가였던 자산紫山이 <자산이십영紫山二十詠>에서 읊었다)

 

효창소쇄담생풍曉窓瀟灑淡生風 새벽 창으로 산뜻한 맑은 바람 불어와

소각진분만념공消却塵氛萬念空 세속 기운 쓸어버리니 잡념이 사라지네

삼수영지금세모三秀靈芝今歲暮 영지靈芝는 3번 피는데 올해도 저무는구나!

운당시감회암공篔簹詩感晦庵公 운당시篔簹詩 감상하며 회암晦庵 선생 우러르네

 

​►치구馳驅 말이나 수레 따위를 타고 달림.(남의 일을 爲하여) 바삐 돌아다님.

 

●기영주강사군寄寧州康使君 영주의 강사군에게/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1347-1392)

(녕주寧州 충청도 천안天安, 평안도 안주安州의 고려시대 이름)

 

위주고소락爲州古所樂 고을 수령은 예로부터 즐거운 벼슬자리라

원지향수친遠地向誰親 먼 지방의 부임지에서 누구와 친했을까.

별구능무념別久能無念 이별한 지 오래여서 내 생각도 안 날 테고

시다사불빈詩多似不貧 시를 많이 지으니 빈곤하지는 않겠네.

 

치구오이권馳驅吾已倦 숨 가쁘게 달려온 세월에 이미 지쳤으니

면식자의진眠食子宜珍 먹고 자는 문제는 자네에게 마땅히 소중하네.

하일용산제何日龍山第 언제쯤이면 용산의 집에서

상간백첩건相看白㲲巾 하얀 모직 두건을 쓰고 서로를 마주 볼까.

 

►유유愉愉 좋아하는 模樣. 얼굴을 부드럽게 하여 기뻐하는 모양.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

‘즐거울 유, 구차할 투愉’ 즐겁다. 기뻐하다, 즐거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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