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4-6
4 풍운風雲 바람과 구름
6 강산백운江山白雲 강과 산의 흰 구름
1
백운효멱추강렴白雲曉冪秋江斂 흰 구름이 새벽녘 추강秋江을 덮다 거두니
강상고봉라일점江上孤峯螺一點 강 위의 외로운 봉 소라같이 한 점 우뚝하다.
삼삼상예점위화毿毿霜蘂粘葦花 엉성한 서릿발이 갈대꽃에 붙어 있고
담담강풍성혈염湛湛江楓猩血染 말쑥한 강 단풍엔 잔나비 피[猩血] 물들었다.
만래백운도강거晚來白雲渡江去 늦게 흰 구름은 강을 건너가는데
묘묘강호정염염渺渺江滸征冉冉 아득한 강변으로 설렁설렁 가노나.
백운불시무심자白雲不是無心者 흰 구름은 바로 그 무심한 자 아니건만
왕래서권장자재徃來舒卷長自在 가고 오고 펴고 마는 것 언제나 자유롭네.
기어백운수방아寄語白雲須訪我 흰 구름에 말 부치노니 모름지기 날 찾으라.
과아송관오차대過我松關吾且待 내 집 솔문 찾기를 내 또 기다리리니
기여여조구득의旣與汝曹俱得意 벌써 너희들과 모두 뜻이 맞았다면
조모상종종막개朝暮相從終莫改 아침저녁 서로 따르며 끝내 변치 않으리라.
►백운白雲 흰 구름.
‘오고가고 한다’는 뜻으로 절의 큰방 윗목 벽에 써 붙여 손의 자리를 알게 하는 文字.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구름과 같이 떠돌아다니는 수행승을 이르는 말.
►‘덮을 멱冪’ 덮다. 뒤집어쓰다. 바르다, 흙손질을 하다
►삼삼毿毿 털이나 나뭇가지가 가늘고 긴 모양.
‘털 길 산, 털 긴 모양 삼毿’ 털이 길다. 털이 너털거리다
수주연류녹삼삼數株烟柳綠毿毿 수 그루 안개 낀 버들 녹색가지 가늘고 긴데
양안청산기모람兩岸靑山起暮嵐 양쪽 언덕의 푸른 산엔 저녁 남기 일어나네
다소천애미귀객多少天涯未歸客 한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외로운 나그네
각종화리간강남却從畵裏看江南 도리어 그림 속에서 강남을 보네
/사근史謹(明代)
►위화葦花 갈대꽃.
►담담湛湛 잠잠湛湛, 침침. ‘괼 담, 잠길 침, 맑을 잠, 담글 점, 장마 음湛’
중후한 모양, 물이 깊고 가득찬 모양, 물이 잠잠한 모양, 맑고 깨끗한 모양,
깊은 모양, 이슬이 많이 내린 모양, 물이 사납게 흐르는 소리.
담담노사湛湛露斯 함초롬히 젖은 이슬
비양불희匪陽不晞 햇볕 아니면 마르지 않네/〈詩經 小雅 湛露〉
●탄금대彈琴臺/눌재訥齋 박상朴祥(1474-1530 성종5~중종25)
(충북 충주시 서북 4㎞ 지점에 있는 대)
침침장강상유풍湛湛長江上有楓 맑디맑은 강가에 단풍 붉게 물들었는데
선대고절백운총仙臺孤截白雲叢 신선 누대 같은 탄금대는 흰 구름 위로 우뚝 솟았구나.
탄금인거학변월彈琴人去鶴邊月 거문고 타던 사람 가고 없어 학만 달 아래 날고
취적객래송하풍吹笛客來松下風 나그네 피리 소리만이 솔바람에 실려 오네.
만사일회비서수萬事一回悲逝水 세상만사 물 흘러가듯 함이 슬프고
부생삼탄무비봉浮生三歎撫飛蓬 덧없는 인생 쑥대처럼 떠도는 삶임을 거듭 탄식하네.
수능사출호주목誰能寫出湖州牧 누가 그려 낼 수 있는가? 충주 목사가
산보광음석조중散步狂吟夕照中 석양 속을 산보하며 미친 듯이 읊조리는 것을
●고담古潭 오래된 연못/나옹懶翁 혜근惠勤(1320-1376/고려 후기)
춘거추래지기년春去秋來知幾年 봄 가고 가을 오길 몇 해인지 아는가?
징심무저겁공선澄深無底劫空先 맑고 깊으며 바닥도 없는데 공겁보다 오래되었네.
매경도태상여차每經陶汰常如此 매양 도태를 겪으면서도 항상 이와 같나니
잠잠용용일체전湛湛溶溶一體全 맑디맑고 넓디넓은 한 몸이 오롯하여라.
►묘묘渺渺 일망무제하다. 그지없이 넓고 아득하다.
●춘망사春望詞 봄날을 바라보며/설도薛濤((770?-830?/唐代 名妓)
其三
풍화일장로風花日將老 바람에 꽃잎은 날마다 장차 시들어 가는데
가기유묘묘佳期猶渺渺 아름다운 기약은 오히려 아득하네
부결동심인不結同心人 그대와 한마음 맺지를 못하고
공결동심초空結同心草 공연히 풀로 동심결을 맺고 있네
►‘물가 호滸’ 물가. 물의 이름
►염염冉冉 나아가는 모양模樣이 느림. 약弱함.
① 빨리 가는 모양. 가만가만히 가거나 멀어져 없어지려는 모양/<굴원屈原 구장九章>
염염정도간冉冉征途間 얼른얼른 지나는 길손들 중
수시장년자誰是長年者 오래 오래 살 사람 그 누구인고/<두보杜甫 옥화궁玉華宮>
광음염염불아연光陰冉冉不我延 세월은 흘러흘러 날 위해 늦추지 않고
화비초초점창태花飛悄悄粘蒼苔 꽃잎은 조용조용 푸른 이끼에 가 붙는다.
/<이선제李先齊 춘일소양강행春日昭陽江行>
② 부드러워 늘어지는 모양.
염염류지벽冉冉柳枝碧 염염한 버들가지 푸르고
연연화예홍娟娟花蘂紅 곱디고운 꽃술은 붉구나.
/<두보杜甫 봉답잠삼보궐견증奉答岑參補闕見贈>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其八
염염고생죽冉冉孤生竹 하늘하늘 외로운 대나무
결근태산아結根泰山阿 태산 언덕에 뿌리를 내렸네
여군위신혼與君爲新婚 그대와 갓 결혼한 것은
토사부녀라兔絲附女蘿 새삼이 이끼에 붙은 격이네요
토사생유시兔絲生有時 새삼이 생기는 것도 때가 있듯이
부부회유의夫婦會有宜 부부도 만나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천리원결혼千裏遠結婚 천리 먼 곳과 혼인을 맺었으니
유유격산피悠悠隔山陂 산과 언덕이 멀고머네요.
사군영인노思君令人老 그대 생각에 사람을 늙게 하니
헌거래하지軒車來何遲 마차는 어찌 이다지도 늦어지는가요
상피혜란화傷彼蕙蘭花 애처롭다 저 혜란꽃이여
함영양광휘含英揚光輝 꽃봉오리 아름답게 광채를 내지만
과시이불채過時而不采 때가 지나도 따는 이 없으니
장수추초위將隨秋草萎 장차 가을 풀 따라 시들어버리리
군량집고절君亮執高節 그대의 높은 정절을 믿나니
천첩역하위賤妾亦何爲 이 몸 또한 무엇을 시름하리
►송관松關 소나무 빗장. 소나무 가지로 엮은 허술한 대문.
시문柴門 싸리문 사립, 사립짝문, 시비柴扉
사립문이 표준어이며 사립문은 사립짝을 달아서 만든 문으로
잡목의 가지나 수수깡, 갈대, 억새 같은 풀을 엮어 만든 문짝.
낙일한선조落日寒蟬噪 석양에 쓰르라미 울어대고,
장천권조환長天倦鳥還 먼 하늘에는 날다 지친 새들 돌아오네.
병중심외객病中深畏客 병중이라 찾아오는 손님을 꺼리어
백주쇄송관白晝鎖松關 대낮에도 솔가지 대문을 닫는다네.
/이규보李奎報 <우용암사寓龍巖寺>
●걸퇴乞退 퇴직을 청함/석요일釋寥一 스님 요일
(大師가 궁중으로 불려 들어와 20년 동안 있었다)
오경잔몽기송관五更殘夢寄松關 새벽꿈마다 빗장 지른 절에 있었건만
십재저회자금간十載低徊紫禁間 십년 동안 고개 숙인 채 궁궐 속을 돌아다녔네.
조명세함란봉영早茗細含鸞鳳影 아침 차는 가냘프게 난봉 그림자를 품고 있고
이향신설자고반異香新屑鷓鴣斑 기이한 향은 자고반 향을 금방 부순 것이네.
자련수학상청한自憐瘦鶴翔靑漢 안타깝구나! 여윈 학이 푸른 하늘을 날아야 하는데.
구사한원원벽산久使寒猨怨碧山 오래됐구나! 외로운 원숭이가 푸른 산과 떨어져 있은 지
원파잔양환구은願把殘陽還舊隱 소원은 남은 해 잡아놓고 예 살던 곳에 돌아가는 것.
불교암반백운한不敎巖畔白雲閑 바윗가에서 흰 구름 혼자 심심하지 않도록.
►여조汝曹 너희들
2
군불견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는가?
통명지가자이열通明只可自怡悅 통명通明은 다만 저 혼자 기뻐했고
로직간여시주홀魯直看汝時拄笏 노직魯直은 너를 볼 때 홀笏을 괴었었네.
고인증여이위환古人曾與爾爲歡 옛사람이 일찍이 너와 함께 기뻐했고
아역여이맹이한我亦與爾盟已寒 나 또한 너와 벌써 찬[寒] 것 함께 하자 맹세했네만
지한왕래료무적只恨徃來了無迹 다만 한 되는 건 가고 옴에 자취 없음일세.
상대수유난진환相對須臾難盡歡 잠깐 사이 서로 만나 기쁨 다하지 못했는데
아연풍기소장공俄然風起掃長空 아연히 바람 일어 먼 하늘로 씻어내고
단간만리봉찬완但看萬里峯讚岏 보이느니 만리 봉우리만 우뚝우뚝 할 뿐일세.
►통명通明 양梁나라 도홍경陶弘景의 자字.
어렸을 때 갈홍葛洪의 <神仙傳>을 읽고서 養生의 뜻을 품었다.
독서 만여 권에 금기琴棋에 능하였고 초예草隷에 뛰어났다.
산중하소유山中何所有 산속에 무엇이 있는가?
령상다백운嶺上多白雲 고개 위에는 구름이 많도다.
지가자이열只可自怡悅 다만 스스로 기뻐할 수는 있으나
불가지증군不可持贈君 가져다가 그대에게 줄 수는 없노라.
조문산중하소유詔問山中何所有 산속에 무엇이 있는가?
부시이답賦詩以答 질문에 대해 답하는 시/도홍경陶弘景457537)
남북조 시기 제나라 황제 소도성이 출사를 권유하면서 보낸 글에
완곡하게 거절하기 위해 보낸 답시이다.
도홍경은 육조시대 제일의 도가 사상가로 의학자요 문인이었다.
송, 제, 양 삼대에 걸쳐 살았다.
송나라 때는 제왕시독帝王侍讀으로 대접받았고
제나라 때는 우위전중 장군에 이르렀으나 후에 구곡산(강소성 茅山)에 은거하였다.
양나라 때는 무제가 계속 불렀으나 출사하지 않았지만
양무제는 수시로 국가 대사를 자주 그에게 물어 山中宰相이라 불렸다.
그는 산수를 사랑했고 도술을 좋아했으며 음양오행과 지리, 의약까지 무불통지였다.
그가 은거했던 구곡산은 현재 모산으로 불리는데 강소성 진강시 남방 60킬로미터 지점에 있다.
주봉인 대모봉은 해발 372미터로 높지는 않지만 전설 어린 유서 깊은 산이다.
전설에 따르면 서한 때 모영이라는 사람이 출가하여 이곳에 와 수도하니
아우 모고와 모충도 벼슬을 버리고 찾아와 삼 형제가 함께 득도하여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당송 이후 이 산은 동남 도교의 중심지가 되었다/<중국명시 감상>
►이열怡悅 즐겁고도 기쁨. ‘기쁠 이怡’ ‘기쁠 열悅’
►노직魯直 송宋나라 황정견黃庭堅의 자字, 호는 산곡도인山谷道人.
공규貢奎의 〈제우소감소상시題虞小監小像>詩에
주홀증초상拄笏曾招爽 '홀을 괴고 일찌기 상爽을 부르며
투잠매구영投簪每懼盈 비녀 던져 언제나 영盈을 두려워했네'고 하였다.
►주홀拄笏 홀을 턱에 굄. 수판手版으로 뺨을 굄.
석교서반남대로石橋西畔南臺路 돌다리 서쪽 곁 남대 길에서
주홀간산우일추拄笏看山又一秋 홀 괴고 산을 바라보니 또 한 번 가을이로세.
<홍간洪侃 조조마상早朝馬上>
►수유須臾 불교에서의 시간 단위. 순간, 잠시,
매우 짧은 시간을 뜻하는 싼스끄리뜨 무후르타(muhūrta). 모호율다牟呼栗多라고 음역한다.
찰나刹那와 같은 뜻으로 자주 사용된다.
시간에 대한 단위는 경전이나 논서마다 달리 사용된다.
<구사론>에서는 120찰나가 1달찰나怛刹), 60달찰나가 1납박臘縛(lava),
30납박이 1수유, 30수유가 1晝夜라고 했다.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에서는 20念이 1순瞬이고, 20순이 1탄지彈脂,
20탄지가 1납박, 20납박이 1수유, 30수유가 1주야라고 했다.
두 논서의 계산에 따르면 1수유는 48분에 해당한다.
►아연 俄然 급작스러운 模樣. 급작스레. ‘아까 아俄’ 아까. 갑자기. 잠시暫時
►‘산 뾰족할 찬巑’ 산이 뾰족하다. 높이 솟다. 고상高尙하다
►‘산 뾰족할 완岏’ 산이 뾰족하다. 가파르다. 높다
●백운白雲/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영조38~헌종2)
추풍취백운秋風吹白雲 가을바람 흰 구름에 불어
벽락무섬예碧落無纖翳 푸른 하늘 가린 것 없구나.
홀염차신경忽念此身輕 이 몸도 갑자기 가볍게 느껴져
표연사출세飄然思出世 훌쩍 날아 세상으로 나가고 싶네.
●백운白雲/이규보李奎報(1168-1241 고려 의종22~고종28)
일편백운한一片白雲閑 한 조각 흰 구름은 한가히
수풍낙저산隨風落低山 바람 따라 산에 떨어지네.
동서본무계東西本無繫 동서 어디에도 본래 매이지 않으니
호거호래환好去好來還 기분 좋게 갔다가 기분 좋게 돌아오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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