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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4-9

매월당 시집 제4권 4-9

4 풍운風雲 바람과 구름

 

9 청산여허호靑山如許好 청산이 저같이 좋아

 

청산여허호靑山如許好 청산이 저렇듯 경치가 좋고

간수여허청澗水如許清 시냇물도 저렇듯 맑고 맑은데

사좌무인성四座無人聲 사방 자리엔 사람 소리 없고

일조첨전명一鳥簷前鳴 한 마리 새만이 처마 끝에서 우네.

 

청산은 좋기도 하여

골짜기 물은 맑아서 좋네.

주위에 앉은 사람은 소리 없이 조용하고

새 한 마리가 처마 앞에서 지저귀네.

 

퇴연와균상頹然臥筠床 쓰러지듯 대 평상에 누워 있는데

황엽퇴전영黃葉堆前楹 누런 잎들 툇마루에 쌓여 오누나.

득구파첨신得句頗尖新 구句 얻은 게 하도 첨신尖新하여서

일소호기횡一笑豪氣橫 한 번 웃자 호기豪氣가 가로질러라.

 

무너지듯 대나무 평상에 누웠더니

노란낙엽이 기둥 앞에 쌓이네.

시 한 수 지었더니 상당히 예리하고 새로워

크게 웃으며 갑자기 호기로워지네.

 

욕도삼협류欲倒三峽流 삼협三峽의 흐르는 물 역류시키고

욕소천인병欲掃千人兵 천 사람의 무기武器도 쓸어버리려네.

가소비도룡可笑費屠龍 가소롭다! 용 잡는데 재산 허비 해

박학무성명博學無成名 박학博學하나 이름은 이룬 것 없네.

 

삼협의 강물을 뒤집어서라도

수많은 병사들의 무기를 쓸어버리리.

우습네, 용 잡는 법 배우다 돈을 다 써버렸으니

박학다식한들 제 이름 석자도 못 날린다네.

 

 

►간수澗水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

 

●불지암佛智庵/안재安齋 성임成任(1421-1484 세종3~성종15)

 

​유객래투숙有客來投宿 이 나그네 하룻밤 자려 했는데

무인해출영無人解出迎 아무도 맞으러 나오는 이 없네

산위최상지山圍最上地 산들은 최상의 땅을 에워싸 있고

승송대승경僧誦大乘經 스님은 대승경을 외고 있었구나

 

간수하시헐澗水何時歇 산 개울물은 언제 그칠 것인고?

구등철야명篝燈徹夜明 등불만이 밤새도록 환히 밝구나

진중포환몽塵中泡幻夢 이 세상은 물거품이요 幻夢이니

환향차중성還向此中醒 여기 와서 비로소 이것 하나 깨달았네

 

►사좌四座 사좌四坐. 四方. 주위에 앉은 사람

 

●소서팔사消暑八事 더위를 피하는 여덟 가지/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송단호시松壇弧矢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

괴음추천槐陰鞦遷 홰나무 그늘에서 그네 타기

허각투호虛閣投壺 빈 정자에서 투호 놀이하기

청점혁기淸簟奕棋 깨끗한 대자리 위에서 바둑 두기

서지상하西池賞荷 서쪽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동림청선東林聽蟬 동쪽 숲 속의 매미소리 듣기

우일사운雨日射韻 비 오는 날 시 짓기

월야탁족月夜濯足 달밤에 발 씻기

 

같은 제목과 운자韻字로 재첩再疊, 삼첩三疊 16수를 더 지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우소서팔사又消暑八事 16수를 더 지어 모두 40수의 더위를 이기는 시를 지었다.

 

<괴음추천槐陰鞦遷 홰나무 그늘에서 그네 타기>

 

괴룡일형언방제槐龍一桁偃芳隄 홰나무 큰 가지 하나 다리처럼 늘어져

수하추천량고제垂下鞦遷兩股齊 그넷줄 아래로 드리우고 두 허벅지 가지런히 모아

직파암중비전체直怕巖中飛電掣 바위틈에서 번개처럼 낚아챌까 두려워하듯 곧게 날아오르니

홀간천외벽운저忽看天外碧雲低 홀연 하늘 밖 푸른 구름이 아래에 있는 듯하네.

 

국래파사궁요확跼來頗似穹腰蠖 구부려 내려 올 땐 자못 허리가 활처럼 굽은 ‘자벌레’요

분거진동고익계奮去眞同鼓翼雞 떨쳐 차고 올라 갈 땐 참으로 날개 치는 ‘장닭’과 한가지로다.

습습량시취사좌習習凉颸吹四座 솔솔 선선한 바람이 주위에 앉은 사람들에게 불어오며

부지홍일이경서不知紅日已傾西 붉은 해가 이미 서쪽으로 기운 줄도 몰랐네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퇴연頹然 무너지는 모양. 낙담한[실망한] 모양. 풀 죽은 모양.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는 모양.

 

●춘일취기언지春日醉起言志 어느 봄날 취중에 떠오르는 생각/이백李白(701-762)

 

처세약대몽處世若大夢 한바탕 꿈같은 이 한 세상

호위노기생胡爲勞其生 어찌 그 삶을 수고롭게 하랴.

소이종일취所以終日醉 그러므로 종일토록 취해

퇴연와전영頹然臥前楹 기둥 앞에 엎드려 쓰러져 누었노라.

 

각내면정전覺來眄庭前 깨어나 뜰 앞을 언뜻 보니

일조화간명一鳥花間鳴 한 마리 새가 꽃 속에 우누나.

차문여하시借問如何時 묻노니 지금이 어느 때인가?

춘풍어류앵春風語流鶯 봄바람 부는데 앵무새 소리 들리는구나. ​​

 

감지욕탄식感之欲歎息 이를 느끼고 탄식하고자

대주환자경對酒還自傾 술을 대하여 또 다시 잔을 기울이노라.

호가대명월浩歌待明月 호탕히 노래하며 명월을 기다리노라니

곡진이망정曲盡已忘情 곡조가 끝나자 이미 시름조차 잊었노라.

 

►균상筠床 대나무 평상

 

●하경夏景 여름 정경/기대승奇大升(1527-1572)

 

포석균상수의와蒲席筠床隨意臥 대 평상에 자리 깔고 내 멋대로 누웠더니

허령소박도미풍虛鈴疎箔度微風 창문에 친 주렴 사이로 실바람이 솔솔

단원갱유생량수團圓更有生凉手 부채질을 더하니 바람 더욱 시원해

돈각염증일야공頓覺炎蒸一夜空 푹푹 찌는 더위도 오늘밤엔 사라졌네

 

►‘기둥 영楹’ 기둥. 맞선 모양. 채(가옥을 세는 단위)

►‘자못 파頗’ 자못. 상당相當히. 매우, 퍽

 

►첨신尖新/조선시대의 한시

우리나라의 시는 고려 이익재를 종주로 삼아

본조本朝의 선조·인조의 사이에 계승하여 지어진 것이 가장 융성하였다.

 

백옥봉(백광훈), 차오산(차천로), 허부인(허난설헌), 권석주(권필), 김청음(김상헌), 정동명(정두경) 등

여러 대가가 있었는데 대저 모두 풍부하고 웅장하며 고상하고 화려한 정취를 주로 하였다.

 

영조 이후로부터는 풍기風氣가 한 번 변하여 이혜환(이용휴)·이금대(이가환) 부자,

이형암(이덕무), 유영재(유득공), 박초정(박제가), 이강산(이서구) 같은 여러 대가들이

혹은 기괴함을 주로 하고 혹은 독특하고 참신한 것을 주로 하여

그 일대의 오르내린 자취는 옛날과 비교하면 성·만당 때와 같다./김택영 <소호당집>

 

16세기에 들어와 사림파의 정치적 역할이 증대되고 道學의 학문적 탐구와

실천적 지향이 보다 본격화되면서 시사에도 새로운 조류가 대두되었다.

 

서경덕徐敬德·이언적李彦迪·이황李滉·이이李珥 등이 이 새로운 조류를 대표하며

송익필宋翼弼은 미천한 신분 출신이면서도

도학파와의 연계에서 달관의 인생관을 시로 표출하였고

 

정철鄭澈은 그의 국문시가와의 대비에서

한시가 떨어지는 편이어서 한국 한시의 어떤 한계를 보여주는 셈이다.

 

송시宋詩의 사변성思辨性·기교성技巧性과 도학파시의 도덕적 제어성制御性에 반발하여

이를 극복하려 唐詩를 배워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출을 지향하는 운동이

백광훈白光勳·최경창崔慶昌·이달李達에 의해 주도되어 이들을 '삼당三唐'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삼당의 시풍은 임제林悌에게 이르러 한층 분방하게 나타났으며 허균許筠에게로 이어졌다.

시에 대한 감식안에 뛰어났던 허균은 자기 시대까지

조선왕조 한시의 선집인 <국조시산國朝詩刪>을 내어 놓기도 하였다.

 

허균과 막역한 사이였던 권필權韠은 청려淸麗한 시풍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는데

불우한 생애로 강한 현실 부정의식을 지니고 있어

광해군光海君의 난정亂政을 풍자한 시로 필화筆禍를 당해 죽었다.

 

이 시대 시사에서 특기할 만한 다른 한 가지는

황진이黃眞伊·이매창李梅窓·이옥봉李玉峰·신사임당申師任堂·허난설헌許蘭雪軒 등

여류 한시인들의 작품 활동이다.

 

이들은 모두 천부적인 시재를 타고난 출중한 규수시인이었으며

여성만이 표현할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조선 후기의 시사적 특징은 주자학적 관념문화의 해체에 따른 상대 현상으로

시에서도 경험과 감각이 강조되어 종래의 시가 대체로 풍웅豊雄·고화高華의 취향이었던데 대하여

기궤奇詭·첨신尖新의 미학이 지배적이었다./블로그: 빈 산

 

►일소一笑 한 번 웃음. 경시輕視하는 웃음.

►호기豪氣 씩씩한 의기義氣. 꺼드럭거리는 기운氣運.

 

●영해寧海/변중량卞仲良((?-1398 朝鮮 태조7)

 

이월강성제경지二月江城霽景遲 2월 강가에 비 그치고 원경이 아득하여

방주산책동춘사芳洲散策動春思 물가를 산책하니 봄 그리움이 일어나네

소년류락상호기少年流落傷豪氣 젊어서 떠다니며 豪氣가 상하여서

반일오환우구지半日娛歡遇舊知 반나절 친구 만나 즐거움도 나누었노라

 

매유개시난파주梅柳開時難把酒 매화 버들 피어날 때 술 구하가 어렵다 하나

누대다처만제시樓臺多處謾題詩 누대樓臺 좋은 곳에 시 아니 읊을 소냐

경화북망기천리京華北望幾千里 서울 북쪽 바라보니 몇 천리나 아득한지

매부과정독자비每賦瓜亭獨自悲 늘 원두막에서 시 읊으니 나 혼자 슬프구나

 

►‘가로 횡, 빛 광橫’ 갑자기. 가로. 옆, 곁

►삼협三峽 양자강揚子江 서쪽 사천분지四川盆地로 들어가는 입구의 협곡峽谷.

구당협瞿塘峽·무협巫峽·서릉협西陵峽

 

►비도룡費屠龍 도룡屠龍 즉 용 잡는 기술을 배우려고 가산을 허비함을 말한다.

도룡지기屠龍之技 용을 잡아 도살하는 재주 곧 기술은 높으나 쓸모가 없는 재주.

천하에 없는 높은 기술인 들 현실에서 所用이 없으면 空論에 지나지 않는다.

 

주한만학거어지리익朱汗漫學居於支離益 주평만朱泙漫은 용을 잡는 기술을 지리익支離益에게 배워

단천금지가삼년기성單千金之家三年技成 千金의 가산을 기울이고 3년 만에 기술을 이루었으나

이무소용기교而無所用其巧 쓸 곳이 없었다./<莊子 雜篇 열어구列禦寇>

 

●차운륙안위명부次韻六安魏明府 三首/진순유陳舜俞(?-1074/北宋)

其二

소년심지욕마공少年心志欲摩空 어린 시절 마음에 품은 뜻은 하늘에 닿았고

점로비비회만종漸老卑飛悔滿悰 늙어감에 낮게 날며 한껏 즐김을 뉘우쳤지

조오할계감포복早悟割雞堪飽腹 일찍 깨달았네 닭 잡아 배불리 먹는 것이 낫지

불수신고학도룡不須辛苦學屠龍 애써 용 잡는 재주 배울 필요 없다는 것을

 

►박학博學 배운 것이 많고 학식學識이 넓은 사람.

박학이독지博學而篤志 광범위하게 배우고 배우려는 의지를 돈독하게 하며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 간절하게 묻고 일상에 가까운 것에서부터 사유해 나간다면

인재기중의仁在其中矣 인은 그 가운데 있다./<논어 자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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