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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4-19

매월당 시집 제44-19

4 풍운風雲 바람과 구름

 

19 오대산五臺山 6

차륙수此六首 비청한자수서非淸寒子手書 고록이존지姑錄而存之

이 여섯 수는 청한자가 손수 쓴 것이 아니지만 우선 기록해 두었다.

 

1

오대산상오운비五臺山上五雲飛 오대산 위에는 오색구름 나는데

관청계류수석시慣聽溪流漱石時 시냇물 돌 씻는 소리 익히 들어 왔네.

부감인환다소사俯瞰人寰多少事 사람 세상들 많고 적은 일들 굽어보았더니

분망다각불여귀奔忙多却不如歸 분주하고 구속 많아 돌아감만 못하다 했네.

 

오대산五臺山(1,565.3m)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홍천군·평창군에 걸쳐 있는 산.

수석漱石 수석침류漱石枕流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뜻으로

말을 잘못해 놓고 그럴 듯하게 꾸며대는 것. 또는 이기려고 하는 고집固執이 셈.

 

산거즉사山居卽事 산속에 살며 즉흥으로 읊다/유순정(1459-1512)

 

우제황매만색명雨霽黃梅晩色明 비 그치고 누렇게 익은 매실은 저녁 빛에 밝은데

개렴독좌대암경開簾獨坐對岩扃 발 열고 홀로 앉아 바위 문을 마주하네.

임간봉미궐아로林間鳳尾蕨芽老 숲 사이의 봉황꼬리 같은 고사리 싹 굳어졌고

원리잠두청자성園裏蠶頭菁子成 채소밭의 누에머리 같은 무는 밑이 들었구나.

 

소월임창소대촉素月臨牕宵代燭 밝은 달은 창에 다가와 촛불 대신 밤을 밝혀 주고

청천수석효문생淸泉漱石曉聞笙 맑은 샘물은 밤새도록 돌을 씻어 내려 새벽에는 생황 소리를 들려주네.

폐문백발종소삽閉門白髮從蕭颯 대문 닫고 나와 백발은 소삽한 바람에 맡겨 둔 채

한적송방양성령閑摘松肪養性靈 한가로이 송진을 따며 내 성령을 기르노라.

 

부감俯瞰 감시瞰視 하감下瞰, 부관俯觀. 높은 곳에서 내려다봄.

경기 고을 환경기京畿 고을(천자가 직할하던 영지) 대궐大闕 . 天下

분망奔忙 매우 바쁨. 바쁘게 뛰어다니다. 분주히 지내다.

 

우일牛逸 소를 잃고/금극기金克己(1150?-1209?/고려)

 

위군고각상환공寪君叩角相桓公 네가 뿔을 두드리며 노래하다 재상이 된 환공도 있건만

호사분망축하풍胡事奔忙逐下風 어인 일로 정신없이 바람을 쫓아 달아났느냐?

원방공교안수상元放恐敎安樹上 아마도 원방은 네게 나무위에서 편히 노는 법을 가르치려 했을 테고

가탐공견멱소중賈耽空遣覓巢中 공연히 가탐은 사람을 보내어 너의 집을 뒤져보라 하였나보다.

 

미도사사망양자迷途乍似亡羊子 길을 헤매는 내가 마치 양 잃은 사람과 같은데

신명환동실마옹信命還同失馬翁 운명만 믿고 따르자니 이번엔 말을 잃은 새옹과 같구나.

하고림풍편창망何苦臨風偏悵望 무엇하러 괴롭게 바람 맞으며 시름없이 바라보기만 하리오?

초인이득초인궁楚人已得楚人弓 초인이 벌써 초인의 활을 얻었을 텐데.

 

 

2

원통암하반야연圓通岩下般若淵 원통암圓通岩 아래 있는 반야연 물속에서

발발유어대대번潑潑遊魚隊隊飜 활발하게 노는 물고기 떼 지어 뒤척거리네.

니차거귀관료你且去歸觀了네 우선은 돌아가 볼 것이라 ‧‧‧

백년인사즉전면百年人事即纏綿 백년 동안 사람의 일은 얽혀 줄줄이 이었다네.

(위의 것은 동대東臺를 읊은 것이다)

 

원통암圓通岩 아래 반야연에서

팔딱팔딱 물고기 떼 지어 뒤척이네

물고기 사라진 뒤 보고 알았으니

한 평생 사람의 일 얽히고 설켰네

 

반야연般若淵

반야연은 허목許穆(1595-1682)<오대산기五臺山記>에 나온다.

 

산개다토소석山蓋多土少石 산목다회山木多檜

오대산은 흙이 많고 돌이 적으며 나무는 전나무가 많다.

 

산중지수합류위대천山中之水合流爲大川 산중의 물이 합류하여 큰 내가 되는데

지남대동학至南臺東壑 남대 동쪽 계곡에 이르러

 

위반약연爲般若淵 지월정하至月井下 위금강연爲金剛淵

반야연般若淵이 되고 월정사 아래에 이르러 금강연金剛淵이 된다.

 

동대東臺를 읊었다는 설명과 원통암 아래 반야연이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닐까?

동대에 있는 암자는 관음암인데 관세음보살의 별호가 원통圓通이니

원통암은 동대의 관음암과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반야교에서 상류로 올라가면 동대에서 흐르는 물과 본류가 만나면서 생긴 깊은 못이 있다.

시에 등장하는 반야연일 가능성이 높다.

못 옆에 원통암이라 부를 만한 바위도 보인다.

/유학자의 오대산 인식/유산기와 한시를 중심으로/권혁진

발발潑潑 활발함. 고기가 기세 좋게 물에서 노는 모양. 물고기가 뛰는 모양.

 

전원즉사田園卽事 3/동명東溟 정두경(1597-1673 선조30~현종14)

其二

수류음중일경미垂柳蔭中一逕微 실버들 그늘 속에 오솔길 희미하고

잡화생수초방비雜花生樹草芳菲 온갖 꽃 핀 나무와 풀도 꽃답네.

소인독작유시구騷人獨酌有詩句 시인은 혼자 술 마셔도 시가 나오고

촌로상봉무시비村老相逢無是非 마을 노인 만나도 시비가 없구나.

 

춘수백어쟁발발春水白魚爭潑潑 봄물에 뱅어 고기들 팔팔 거리고

야전황작자비비野田黃雀自飛飛 들밭의 참새 절로 펄펄 나는구나.

적공미해한거흥翟公未解閑居興 의 적공은 이 한가로운 흥취를 모르고

왕한문전거마희枉恨門前車馬稀 문 앞에 찾아오는 수레와 말 드물다고 한탄했다니.

 

어유봉魚有鳳(1672-1744)/<기원집杞園集>4

한식후寒食後 한식이 지난 후

자풍덕묘하환경自豊德墓下還京 풍덕의 묘소로부터 서울로 돌아오다가

감시흥애感時興哀 시절을 느끼고 슬픔이 일어

회불자이懷不自已 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마상馬上 이두시以杜詩 말 위에서 杜甫의 시구

 

면상삼년토춘풍초우생面上三年土春風草又生

면상삼년토面上三年土 춘풍초우생春風草又生으로

 

분운구점分韵口占 운을 나누어 읊조리다

 

발발천어희潑潑川魚戱 팔딱거리며 냇물은 물고기들 뛰어놀고

득득산조명得得山鳥鳴 지천으로 산새들 울고 있는데

이아독하사而我獨何事 나만 홀로 무슨 일 때문에

묵묵포고정默默抱苦情 묵묵히 괴로운 마음 품고 있는가

 

궁양망무은穹壤莽無垠 끝없이 아득한 천지처럼

적한하시평積恨何時平 쌓인 이 한은 어느 때 평온해질까

삼복회옹어三復晦翁語 회옹晦翁(주희)이 한 말을 3번 되뇌어보니

종불여무생終不如無生 종국에는 죽느니만 못하다네/번역 한상철

 

 

3

중대고악강시종中臺高嶽講時鍾 중대中臺 높은 뫼에 강하는 때 종소리에

행애창망망불궁杏靄蒼茫望不窮 아지랭이 창망하여 바라봐도 끝이 없네.

하처야승유미도何處野僧猶未到 어느 곳들 중이 아직도 도착 못하고

석양하리독휴공夕陽霞裏獨携笻 석양의 노을 속에 홀로 지팡일 끄는가?

(위의 것은 중대中臺를 읊은 것이다)

 

창망滄茫 물이 푸르고 아득하게 넓은 模樣. 넓고 멀어서 아득함.

 

구자판문자고九子坂聞鷓鴣/이군옥李群玉(?-? )

 

락조창망추초명落照蒼茫秋草明 석양의 낙조 아득하여 가을 풀빛 밝은데

자고제처원인행鷓鴣啼處遠人行 자고새 우는 곳에 멀리 가는 나그네

정천힐곡기구로正穿詰曲崎嶇路 한창 구불구불 험한 길을 뚫고 가는데

갱청구주격책성更聽鉤輈格磔聲 또 다시 구구 꺼어꺽우는 소리 들린다.

 

증박계강심안우曾泊桂江深岸雨 전에 계강의 깊은 안벽에 비가 올 때에도

역어매령조귀정亦於梅嶺阻歸程 또 매령에서 돌아오는 길 막혔을 때에도

차시위이장천단此時為爾腸千斷 지금도 너 때문에 애간장이 천 가닥 끊어지니

걸방금소백발생乞放今宵白髮生 나 좀 놓아주어라, 오늘 밤 백발만 늘어난다.

 

제범파정벽상題泛波亭壁上 범파정 벽에 쓰다/이용일李用一(?-?)

범파정泛波亭 홍천강변에 있었던 정자

 

석화강수록참차石花崗樹綠參差 석화산 바위 언덕 나무는 들쭉날쭉

야색창망백일지野色滄茫白日遲 아득히 푸른 들판에 해는 더디가네

안득범파정하수安得泛波亭下水 어찌하면 범파정 아래 흐르는 물로

년년작우삽앙시年年作雨揷秧時 해마다 모내기할 때에 비를 만들까

 

 

4

북대사월적잔설北臺四月積殘雪 북대北臺4월에도 남은 눈이 쌓였는데

청소백지대토출靑蔬白芷戴土出 푸른나물 흰구릿대 흙을 이고 나오네.

라옹대반유고운懶翁臺畔有高雲 나옹대 가에는 높은 구름 떠 있어

잠음유수묘난측岑崟幽邃杳難測 높고 깊고 아득하여 측량하기 어려워라.

(위의 것은 북대北臺를 읊은 것이다)

 

백지白芷 구릿대의 뿌리.

감기感氣한 두통頭痛요통腰痛비연鼻淵 따위에 쓰며 外科藥으로도 널리 쓰임.

 

잠음岑崟 높고 가파른 산봉우리.

봉우리 잠, 산세 험준한 모양 음봉우리, 산봉우리. 낭떠러지

험준할 음험준險峻하다. 높다. 산봉우리

 

입심산주란야入深山住蘭若 깊은 산에 들어가 아란야阿蘭若에 머물고

잠음유수장송하岑崟幽邃長松下 높은 산의 깊은 곳에 큰 소나무 아래에 있다.

/영가대사永嘉大師 <증도가證道歌>

 

유수幽邃 그윽하고 깊숙함.

산천험곡山川險谷 과 내와 험한 계곡[險谷]

유수소생幽邃所生 유수幽邃(깊고 고요한 곳)에서 태어나는

훼목약초卉木藥草 과 약초藥草들과

대소제수大小諸樹 크고 작은 나무들에

 

백곡묘가百穀苗稼 백곡百穀들의 모종이며

감자포도甘蔗葡萄 사탕수수 포도나무

우지소윤雨之所潤 비를 맞고 흠뻑 젖어

무불풍족無不豊足 풍족하기 그지없네./묘법연화경

 

게송에서 산은 천상중생, 은 인도중생, 은 수라중생,

은 축생중생, 는 아귀중생, 는 지옥중생이 태어나 사는 곳을 비유했다.

 

 

5

서헌고봉심고절西巘高峯甚孤絕 서산의 높은 봉우리 외롭게도 끊겼는데

우통수담기청렬于筒水潭氣淸洌 우통于筒의 못물은 기운이 맑고 차네.

상인휴병자전다上人携瓶自煎茶 상인上人은 병 가지고 손수 차를 달이고

례배서방극락불禮拜西方極樂佛 서방의 극락세계 부처님께 예배하네.

(위의 것은 서대西臺를 읊은 것이다)

 

고절孤絕

대일설對一說 대일설이여

태고절太孤絕 너무 고절하구나.

무공철추중하설無孔鐵鎚重下楔 구멍 없는 철퇴로 거듭 쐐기를 박음이로다.

 

염부수하소가가閻浮樹下笑呵呵 염부수 아래서 껄껄 웃노니

작야려룡요각절昨夜驪龍拗角折 어젯밤 검은 용이 뿔이 꺾여 부러졌도다.

 

별별別別 특별하고 특별하구나

운양로인득일궐韻陽老人得一橛 소양노인(운문)은 말뚝 하나를 얻었음이로다.

/벽암록 제14칙 운문의 대일설 []

 

우통수于筒水

권근權近(1352-1409)<오대산서대수정암중창기>에서

우통수를 언급한 이후에 수많은 시와 기문이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로 꼽아왔다.

/국역 <동문선東文選> 80

 

서대지하西臺之下 유함천용출有檻泉湧出 서대 밑에서 샘이 솟아나서

색미승상色味勝常 빛깔과 맛이 보통 우물물보다 낫고

기중역연其重亦然 물의 무게 또한 무거운데

왈우통수曰于筒水 우통수于筒水라고 한다.

 

서류수백리이위한강이입우해西流數百里而爲漢江以入于海

서쪽으로 수백리를 흘러가다 한강이 되어 바다로 들어가는데

 

한수수중류지취漢雖受衆流之聚 한강이 비록 여러 군데서 흐르는 물을 받아 모인 것이지만

이우통위중랭而于筒爲中冷 우통수가 중령中泠이 되어

색미불변色味不變 빛깔과 맛이 변하지 아니하여

약중국지유양자강若中國之有楊子江 마치 중국의 양자강과 같다.

한지득명이차漢之得名以此 한강이라 이름 짓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도 권근의 기문을 인용하며

오대산 서대 밑에 솟아나는 샘물이 있는데 곧 한강의 근원이라 기록하였다.

 

김창흡도 우통수를 자세히 기록하였다.

왕심우통수往尋于筒水 우통수를 찾아갔다.

처벽이색결處僻而色潔 외진 곳에 있는데 물빛이 깨끗하여

사승제천似勝諸泉 다른 샘보다 나은 듯하다.

미즉일반감향味則一般甘香 물맛은 마찬가지로 달고 향긋하다.

 

세칭한강수발원어우통世稱漢江水發源於于筒 세상에서는 한강 물이 우통수에서 발원한다고 하는데

당초소취사의필유재當初所取舍意必有在 당초 발원지로 우통수를 선택한 데에는 필시 의도가 있을 것이다.

 

대각유천臺各有泉 천각유호泉各有號

우통수 뿐만 아니라 오대에 각각 뛰어난 샘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재항姜再恒(1689-1756)<五臺山記 입재유고立齋遺稿>에 기록하였다.

 

차위옥계수此爲玉溪水 중대는 옥계수玉溪水라 하고

동위청계수東爲靑溪水 동대는 청계수靑溪水라 하며

서위우통수西爲于筒水 서대는 우통수于筒水라 하고

남위총명수南爲聦明水 남대는 총명수聦明水라 하며

북위감로수北爲甘露水 북대는 감로수甘露水라 한다.

 

오천합류지금강연五泉合流至金剛淵 다섯 개 샘이 합류하여 금강연金剛淵에 이르고

위한수상유운爲漢水上游云 한강의 상류가 된다고 한다.

 

오대산 물의 효능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원사로 향하던 세조가 계곡물을 만나자 지나던 동자승에게 등을 밀게 하면서

임금의 옥체를 본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하자

동자승은 문수보살을 친견했다 말하지 말라며 사라졌고

병은 씻은 듯 사라졌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목욕하고 병이 완치되었다는 설화는 오대산의 물이 죄책감을 씻었다

 

상인上人 덕이 높은 중.

일심행아누다라삼먁삼보리一心行阿耨多羅三藐三菩提

심불산란心不散亂 시명상인是名上人/<마하반야경摩訶般若經>

 

 

6

산남준책호기린山南峻磔號麒麟 산 남쪽은 깎아질러 기린이라 부르는데

야초방비기미진野草芳菲氣味真 들풀 곱고 우거져 기미氣味가 순진하네.

욕식오대단적의欲識五臺端的意 오대산의 분명한 뜻 다잡아 알려 하면

안중동자면전인眼中瞳子面前人 눈 가운데 동자요 얼굴 앞의 사람일세.

(위의 것은 남대南臺를 읊은 것이다)

 

적의的意 진실한 의미. 참된 의미.

안중동자면전인眼中瞳子面前人 눈 가운데 동자요 얼굴 앞의 사람일세.

 

금불부도로金佛不度爐 금불은 화로를 지나가지 못하고

목불부도화木佛不度火 목불은 불을 건너가지 못하며

니불부도수泥佛不度水 진흙불은 물을 건너지 못하도다.

 

삼불형의총부진三佛形儀總不眞 삼불의 형상과 거동은 다 진실이 아니고

안중동자면전인眼中瞳子面前人 눈 가운데의 동자엔 그대 앞의 사람이라.

약능신득가중보若能信得家中寶 만약 능히 집에 있는 보배를 믿기만 하면

제조산화일양춘啼鳥山花一樣春 새 울고 꽃피는 것이 한결같은 봄이로다.

/금강경 정신희유분 제6

삼불형의총부진三佛形儀總不眞 , , 화신의 형상과 거동은 다 진실이 아니고

안중동자면전인眼中瞳子面前人 눈 가운데 동자는 그대 앞의 사람이라.

약능신득가중보若能信得家中寶 만약 능히 집에 있는 보배를 믿기만 하면

제조산화일양춘啼鳥山花一樣春 새 울고 꽃 피는 것이 한결같은 봄이로구나.

/야부도천冶父道川

 

 

또 한 수

 

오대석일신라지五臺昔日新羅地 오대산은 옛날엔 신라의 땅이어서

신성효명종차출神聖孝明從此出 신성하고 효명孝明한 분 예서부터 나왔네.

작오평리백관둔雀烏坪裏百官屯 작오雀烏 벌판 속에선 百官이 모여서

호호앙천란도소呼號仰天攔道笑 울부짖어 하늘 보며 길을 막고 웃었네.

 

암혈림간진추수岩穴林間盡追搜 바위 구멍 숲 사이를 모조리 수색하니

초식파의형여학草食破衣形如鶴 풀 먹으며 해진 옷 형상이 학 같았네.

대보신위불가궐大寶神位不可闕 큰 보물 신성한 지위를 빠지게 할 수 없어

백료위요작군사百僚圍繞作君師 일백 관원들 둘러싸고 君師로 모시었네.

 

사로일구세층등斯盧一區世蹭蹬 사로斯盧의 한 구역에 대대로 머물러서

천년홍업기우자千年鴻業基于玆 천년 큰 기업基業을 여기에다 기초 닦았네.

부유신효출공주復有信孝出公州 다시 또 신효信孝한 분이 公州에 태어나서

사학일우연대비射鶴一羽緣大悲 학 한 마리 쏜 것이 큰 자비慈悲에 인연되었네만

 

자장불식로만수慈藏不識老曼殊 자장대사慈藏大師 늙은 문수보살을 알지를 못해서

생증상만심대치生增上慢深大癡 거만한 마음 더하여 아주 크게 어리석었네.

월정사기막유재月精寺基邈猶在 월정사月精寺 터 멀어도 아직 그대로 있어

고비보탑하괴기古碑寶塔何瑰奇 옛 비와 보탑이 어찌 그리도 진지한가?

 

아금송자일오유我今送子一遨遊 나 이제 그댈 보내어 한번 놀게 하는데

차수저리개쌍미且須這裏開雙眉 그 속에서 두 눈썹을 우선 열어야 하네.

오만봉두추월저五萬峯頭秋月低 오만 산봉우리에 가을달이 나직한데

관문봉정자규제慣聞峯頂子規啼 산마루서 자규子規의 울음 익히 들어 왔으리.

 

추풍절력경잔수秋風浙瀝驚殘樹 가을바람 썰렁하여 쇠잔한 나무 놀래게 하는데

한월선연상토계寒月禪妍上土階 찬 달이 환하게 흙섬돌에 올라와서

명력력시환료료明歷歷時還了了 역력히 밝았다 때론 도로 마치는 듯

태반반처초처처苔斑斑處草萋萋 이끼무늬 아롱진 곳에 풀이 한창 우거졌네.

 

오대산경인여문五臺山境人如問 오대산 지경을 사람이 만일 묻거들랑

십리송간우엽제十里松間芋葉齊 십리 길 솔 사이에 토란잎 가지런하다 하소.

 

사로斯盧 斯盧國. 신라新羅.

층등蹭蹬 잘못 디뎌 길을 잃음. 권세權勢를 잃고 어정거림.

홍업鴻業 나라를 세우는 큰 사업事業.

 

신효信孝(?-?)

신효信孝는 충청남도 공주 출신으로 신라 때의 거사이다.

 

<三國遺事 탑상塔像>대산월정사오류성중臺山月精寺五類聖衆조에

그에 관한 내용이 전하는데 다음과 같다.

 

신효는 지극한 효성으로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고기를 구하려고 산과 들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길에서 학 다섯 마리를 만나 활을 쏘았더니

그 중 한 마리가 날개깃 하나를 떨어뜨리고 모두 날아가 버렸다.

 

신효가 그 깃으로 눈을 가리고 사람을 보니 모두 짐승으로 보였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고기를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어머니를 대접했다.

 

이후 신효는 자신이 살던 집을 절로 만들어 효가원孝家院이라 하였다.

그는 길을 떠나 전국을 여행하였다.

 

경주 경계 하솔河率에 이르러 학의 깃으로 사람들을 보니 모두 사람의 형상으로 보였다.

그는 늙은 아낙네로 변신한 관음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자장법사가 집을 지어 머물렀던 곳으로 들어가 살았다.

 

어느 날 다섯 명의 승려가 신효를 찾아와 말하기를

그대가 가지고 온 가사袈裟 한 폭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고 하였다.

 

신효가 영문을 몰라 하자 승려들이 또한 말하였다.

그대가 눈을 가리고 사람을 본 그 학의 깃이 바로 가사이다.”

 

신효가 학의 깃을 승려들에게 건네니 가사의 찢어진 곳에 대었는데 꼭 맞았다.

학의 깃털이 아니고 베였던 것이다.

신효는 작별한 후에야 비로소 그들이 다섯 성중의 화신임을 알았다.

 

신효가 살던 곳은 오늘날의 오대산 월정사月精寺를 일컫는다.

이 월정사에는 신효 이후 범일梵日의 제자인 신의信義가 와서 암자를 세우고 살았으며

뒤에 또 水多寺의 장로 有緣이 살았는데 이로부터 점차 큰 절을 이루었다고 한다.

 

자장慈藏(590-658) 황룡사 구층탑을 세운 신라의 승려

월정사月精寺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珍富面 五臺山에 있는 사찰.

<삼국유사>에 나타난 창건 유래에는 자장慈藏이 당나라에서 돌아온 643(신라 선덕여왕 12)

오대산이 문수보살文殊菩薩이 머무는 성지라고 생각하여 지금의 절터에 草庵을 짓고

머물면서 문수보살의 진신眞身을 친견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또한 민지閔漬가 쓴

<봉안사리奉安舍利 개건사암開建寺庵 제일조사第一祖師 전기傳記>에 인용한

<대산본기臺山本記>에는 이때 그가 머물던 곳이 바로 현재의 월정사 터이며

자장은 훗날 다시 8을 짓고 7일 동안 머물렀다고도 전하고 있어

이 절은 643년 자장이 건립했다고 볼 수 있다.

 

자장은 이곳에서 초가집을 짓고 문수보살을 친견하고자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태백산 정암사에서 입적하였다.

 

이후 신의信義 선사가 암자를 건립하여 머물며 이곳에서 입적하였다.

이후 한동안은 머무는 승려가 없어 황폐해 졌다가

유연有緣이 머물면서 암자를 건립하여 사찰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1307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이일而一이 중창하였고 1833년에 또다시 불이나 전소되었다.

1844년 영담瀛潭, 정암淨庵이 사찰을 중건하였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1.4후퇴 때 사찰의 대부분이 전소되었으나

1964년 이후 탄허呑虛, 만화萬和, 현해玄海 등이 중건하였다./네이버 지식백과

 

절력浙瀝 비나 눈이 내리는 소리. 가을바람의 부는 소리.

요요了了 똑똑한 模樣. 분명分明模樣.

반반斑斑 고르지 못한 模樣. 여러 가지 빛이나 얼룩무늬가 섞여 있는 모양

처처萋萋

(풀이) 무성하다. 우거지다.

 

청천역력한양수晴川歷歷漢陽樹 맑은 내 건너 한양의 나무숲 역력하고

방초처처앵무주芳草萋萋鸚鵡洲 꽃다운 풀 앵무주에 더부룩하게 자랐구나.

/<최호崔顥 황학루黃鶴樓>

 

양화만만비고도楊花漫漫飛古渡 버들개지는 옛 나루에 하늘하늘 끝없이 날고

초색처처련청천草色萋萋連淸川 풀빛은 더부룩 무성하게 맑은 냇물에 이었구나.

/<권담權湛 춘일소양강행春日昭陽江行>

 

구름이 떠다니는 모양.

유엄처처有渰萋萋 온 하늘에 온통 구름이라

흥우기기興雨祁祁 비는 줄줄 듬뿍 내리어/<시경詩經 소아小雅 대전大田>

 

 

연도별 오대산五臺山 유산기遊山記

 

1626 신즙申楫 <하음집河陰集 관동록상關東錄>

1631 신익성申翊聖 <낙전당집樂全堂集 유금강소기遊金剛小記>

1644 윤선거尹宣擧 <노서유고魯西遺稿 파동기행巴東紀行>

1676 송광연宋光淵 <범허정집泛虛亭集 오대산기五臺山記>

1687 정시한丁時翰 <우담집愚潭集 산중일기山中日記>

 

1708 조덕린趙德鄰 <옥천문집玉川文集 관동록關東錄>

1718 김창흡金昌翕 <삼연집三淵集 오대산기五臺山記>

1723 김이만金履萬 <학고집鶴臯集 산사山史>

1727 강재항姜再恒 <입재유고立齋遺稿 오대산기五臺山記>

1732 권섭權燮 <옥소고玉所稿 유행록遊行錄>

/유학자의 오대산 인식/유산기와 한시를 중심으로/권혁진

 

이이李珥는 산수를 즐기는 사람을 눈으로만 보고 산수의 진취眞趣를 모르는 사람,

산수의 취미를 알지만 도체道體를 모르는 사람,

산수에서 도체를 보는 사람으로 심미안을 나눈 바 있다.

/이이李珥 <홍치재인우유풍악록발洪恥齋仁祐遊楓嶽錄跋> <栗谷全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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