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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7-4

매월당 시집 제4권 7-4

7 계간溪澗 시내와 도랑

 

4 좌계변석坐溪邊石 시냇가 돌에 앉아서

 

절간성랭랭絕澗聲冷冷 깊은 골짝에 졸졸 시냇물 소리 들리는데

상유반석평上有盤石平 그 위엔 평평한 반석이 앉아 있네.

음음수목영陰陰樹木榮 그늘 짙어 수목들은 한창 우거졌는데

산조시일성山鳥時一聲 산새가 이따금 한소리 뽑아대네.

 

부감심담청俯瞰深潭清 굽어보니 깊은 못이 맑기도 하여

가이탁아영可以濯我纓 이내 갓끈 끌러서 씻을 만도 하네.

년래소진사年來少塵事 몇 해 동안 속세 일 거의 적어서

천석협소지泉石愜素志 물과 돌 산골이 평생 뜻에 만족하네.

 

장제기하의將製芰荷衣 앞으론 연잎[蓮葉]으로 옷 지어 입고

인란패벽려紉蘭佩薜荔 인란紉蘭하고 승검초[薜荔]를 차리라.

원사만장진遠謝萬丈塵 저 멀리 만길 티끌을 사절하자.

자유릉운시自有凌雲翅 스스로 구름 높이 날 날개 예 있네.

 

당당대장부堂堂大丈夫 당당한 대장부의 몸을 가지고

기긍위충비豈肯爲虫臂 어찌 즐겨 벌레의 팔뚝이 되랴.

 

 

►냉랭冷冷 쌀쌀하게 찬 模樣.

 

●증심인선자贈心印禪子 심인선자心印禪子에게 주다/벽송碧松 지엄智嚴(1464-1534)

 

산촉촉수냉냉山矗矗水冷冷 산봉우리 뾰족뾰족 시냇물 졸졸

풍습습화명명風習習花冥冥 부는 바람 살랑살랑 예쁜 꽃은 고요하네

도인활계지여차道人活計只如此 도인들이 사는 방법 단지 이와 같다보니

하용구구번세정何用區區煩世情 이런저런 속세의 일 걱정하여 무엇 하리

 

​●강선루차니환운降仙樓次泥丸韻/손곡蓀谷 이달李達(1539-1618)

 

월명노화백月明露華白 달이 밝아 이슬은 희게 빛나고

야정추강심夜靜秋江深 밤은 고요한데 가을 강은 맑아 깊구나

선각일배주仙閣一杯酒 신선 누각에서 한 잔 술과

냉냉삼척금冷冷三尺琴 쓸쓸한 석자 거문고 소리

불시감시절不是感時節 시절을 느꼈다는 것은 옳지 않다

자연상아심自然傷我心 스스로 그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다

 

►음음陰陰 습기濕氣 차고 축축함.

숲이 무성하여 어둠침침한 모양.

막막수전비백로漠漠水田飛白鷺 널따란 논에 해오라기 날고

음음하목전황숙陰陰夏木囀黃鷫 음침한 여름 나무에는 숙상새 지저귀네.

/<왕유王維 적우망천작積雨輞川作>

 

●도연명사진도陶淵明寫眞圖/죽우竹友 사과謝薖(?-1133 北宋)

 

연명귀거심양곡淵明歸去潯陽曲 도연명이 심양瀋陽의 구석으로 돌아가

장려포혜건일폭杖藜蒲鞵巾一幅 나무 지팡이에 두건 하나를 썼네.

음음노수전황리陰陰老樹囀黃鸝 잎이 무성하고 어둑한 늙은 나무엔 꾀꼬리가 지저귀고

염염동리찬상국艶艶東籬粲霜菊 반들반들한 동쪽 울타리엔 서리 맞은 국화가 산뜻하네.

 

세분무진과안공世紛無盡過眼空 세상이 어지러운 게 끝이 없었으나 괘념치 않았고

생사부풍수의족生事不豐隨意足 생계가 넉넉하지 못해도 뜻을 추구했기에 만족했다네.

묘당지자노봉필廟堂之姿老蓬蓽 조정에서 임하는 자세로 가난하게 늙었으니

환도소조근용슬環堵蕭條僅容膝 좁은 집에서 쓸쓸히 겨우 무릎만 폈다네.

 

대아완둔나시서大兒頑鈍懶詩書 큰아이는 고집 세고 둔해서 詩書를 게을리 하였고

소아교치애리률小兒嬌癡愛梨栗 작은 아이는 어리고 철이 없어 배와 밤만 좋아했다네.

노처일모하서귀老妻日暮荷鋤歸 늙은 아내가 해질 무렵 호미 들고 돌아오면

흔연일소공와실欣然一笑共蝸室 즐겁게 작은 집에서 함께 크게 웃었다네.

 

아시미견수간신哦詩未遣愁肝腎 시를 읊조려도 근심스런 마음을 놓지 못했으니

취리호아공지필醉裏呼兒供紙筆 취해서 아이를 부르면 종이와 붓을 바쳤다네.

시시득구첩사지時時得句輒寫之 때때로 시구를 얻으면 늘 털어놓았는데

오언평담용일률五言平淡用一律 오언五言을 평범하게 사용한 한 가락이었다네.

 

전가주숙야타문田家酒熟夜打門 농가에 술이 익으면 밤에도 문을 두드렸으니

두상자유록주건頭上自有漉酒巾 머리 위에는 응당 술 거르는 두건이 있었다네.

노농시문상마장老農時問桑麻長 늙은 농부에게 때마다 뽕나무 삼나무가 잘 자라느냐 묻고는

제호설합내상친提壺挈榼來相親 술병과 술통을 들고 와 가까이했다네.

 

일준경취배창와一樽徑醉北窓臥 한 통 술에 마침내 취하면 북쪽 창가에 누워

소연자위희황인蕭然自謂羲皇人 쓸쓸하게 스스로를 복희씨 시대 사람이라 했다네.

차공문도궁역락此公聞道窮亦樂 이분은 道를 깨달아 궁한 것도 즐겼으니

용모불고사단악容貌不枯似丹渥 얼굴이 쇠하지 않고 붉은빛 윤이 나는 듯했다네.

 

유림분분수혼탁儒林紛紛隨溷濁 유학儒學하는 선비들이 잇달아 혼탁함을 따랐으니

산림고의구적막山林高義久寂寞 산림의 높은 뜻은 오래도록 적막하였지.

가령구원금가작假令九原今可作 만약 황천에서 지금 일으킬 수 있다면

거공람여야불악擧公籃輿也不惡 공의 가마를 드는 것도 또한 나쁘지 않으리.

 

►부감俯瞰 감시瞰視, 하감下瞰, 부관俯觀. 높은 곳에서 내려다봄.

►진사塵事 속세俗世의 어지러운 일. 世上의 俗된 일.

 

죽색춘추견절의竹色春秋堅節義 푸른 대나무 세월 가도 절의가 굳고

계류일야세탐람溪流日夜洗貪婪 시냇물은 밤낮으로 탐욕을 씻어내네.

심원형정무진사心源螢淨無塵事 마음 근원이 밝고 맑아 속된 일 없으니

자차심지도미감自此深知道味甘 이로부터 도의 맛 단 것을 깊이 알겠네.

/야은冶隱 길재吉再(1353-1419)

 

●우서일절偶書一絶 우연히 써 본 시 하나/원감충지圓鑑沖止(1226-1293)禪師

 

우여정원정여소雨餘庭院靜如掃 비온 뒤의 정원 뜰은 쓸어낸 듯 깨끗하고

풍과헌창량사추風過軒窓凉似秋 창 스치는 바람결은 서늘하여 가을 같네

산색계성우송뢰山色溪聲又松籟 산 풍광과 물소리와 솔바람도 더해지니

유하진사도심두有何塵事到心頭 어찌하여 속세 일에 마음 감이 있으리오

 

►소지素志 소의素意. 본래本來부터 품은 뜻. 근본 취지.

 

●이별離別/김삿갓

 

연조비가사燕趙非歌士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자사와

상봉촉석루相逢矗石樓 촉석루에서 다시 만났네.

한연응단첩寒烟凝短堞 차가운 연기는 담 옆에 아롱지고

낙엽하장주落葉下長洲 낙엽은 긴 모래밭에 떨어지누나.

 

소지위기권素志違其卷 우리들 본래의 뜻은 서로 달라도

동심이백두同心已白頭 마음은 하나건만 이미 백발이 되었네.

명조남해거明朝南海去 그대 내일 아침 남해로 떠나가면

강월오경추江月五更秋 강산에는 어느덧 가을 깊어 오리라.

 

►인란紉蘭 난蘭을 꿴다[結]는 말. ‘새끼 닌(인)紉’ 새끼줄. 노끈.

(인품이) 고결하다. 고상하다.

 

호강이여벽지혜扈江離與辟芷兮 강리와 벽지 향초 옷을 해 입고

인추란이위패紉秋蘭以爲佩 가을 난초 엮어서 허리에 차는 도다

 

란지변이부방혜蘭芷變而不芳兮 난지 향초 변해서 이제는 향기 없고

혜화이위모蕙化而爲茅 전혜 향초 바뀌어서 띠 풀이 되었도다.

 

하석일지방초혜何昔日之芳草兮 예전에는 그토록 향기를 내뿜더니

금직위차소애야今直爲此蕭艾也 지금은 그저 이런 잡초들이 되었는가.

주註에 “인紉 색야索也”라 하였다./<초사楚辭 이소離騷>

 

►벽려薜荔 줄사철나무. 노박덩굴과의 상록활엽常綠闊葉 덩굴나무.

‘타래붓꽃 려(여)荔’ 타래붓꽃. 果樹의 이름. 향기풀

 

●우중수기雨中睡起 비 속에서 졸다 일어나서

/복암宓庵 석釋 원감冲止/圓鑑冲止(1226-1292)國師

 

선방격적사무승禪房閴寂似無僧 선방은 고요하고 적막해 스님 없는 듯

우읍저첨벽려층雨浥低簷薜荔層 비가 처마 밑 층계 덩굴을 적셨네.

오수경래일이석午睡驚來日已夕 오후에 자다가 일어나니 해는 이미 저물어

산동취화상감등山童吹火上龕燈 산 아이가 불을 때면서 감등龕燈을 올리네.

/<東文選> 2卷

 

►기긍岂肯 어찌 ‧‧‧하려 하겠는가?

‘어찌 기岂’ 어찌 ‧‧‧ 하겠는가, 어떻게 ‧‧‧ 하겠는가, 그래 ‧‧‧ 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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