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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8-2

매월당 시집 제4권 8-2

8 누각樓閣

 

2 야숙강루夜宿江樓 밤에 강 다락에서 자고

 

청강추월백淸江秋月白 맑은 강엔 가을달이 하얗게 밝은데

랑타고성두浪打古城頭 물결이 옛 성 머릴 철썩철썩 치네.

원포어등형遠浦漁燈逈 먼 개포엔 고기잡이 등불이 아득하고

창파신기부滄波蜃氣浮 창파엔 어느새 신기루蜃氣樓 떠 있네.

 

빈주풍력긴蘋洲風力緊 마름 뜬 모래톱엔 바람이 급하고

사적안성수沙磧鴈聲愁 자갈밭엔 기러기 울음소리 시름겨워

일야봉승화一夜逢僧話 하룻밤 중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단란서구유團欒叙舊遊 그 옛날 놀던 일을 단란하게 얘기했네.

 

저녁에 강변 누각에 묵다

 

말간 강물엔 가을 달빛이 환하고

물결은 옛 성채에 찰랑거리네.

먼 포구 쪽은 고기잡이 불빛이 깜빡이고

푸른 물결 위에는 신기루가 뜬다네.

 

물풀이 뜬 물가 모래밭에는 바람이 드세고

자갈밭에서 들려오는 기러기 울음이 시름겹다네.

스님을 뵙고 하룻저녁 이야기를 나누는데

옛날에 노닐었던 일을 조근 조근 풀어놓으시네.

 

 

►‘멀 형逈’ 멀다. 판이하다. 아주 다르다

►창파滄波=창랑滄浪. 바다와 파도. 넓고 큰 바다의 맑고 푸른 물결.

 

창랑지수청혜滄浪之水淸兮 창랑滄浪의 물이 맑거든

가이탁오영可以濯吾纓 내 갓끈을 씻을 것이고

창랑지수탁혜滄浪之水濁兮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가이탁오족可以濯吾足 내 발을 씻으리라/<漁父詞>

 

●해운대에서/이광수李光洙(1892-1950)

 

창파滄波엔 명월明月이요, 청산靑山엔 청풍靑風이라.

청풍명월靑風明月이 고루高褸에 가득 차니

홍진紅塵에 막혔던 흉금胸襟이 활연개豁然開를 하더라.

 

바다가 좋다 하고 청산靑山도 좋다커늘

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뫼단 말가?

하물며 청풍명월 있으니 선경仙境인가 하노라.

 

누우면 산월山月이요, 앉으면 해월海月이라.

가만히 눈감으면 흉중胸中에도 명월明月 있다.

오륙도 스쳐가는 배도 명월明月 싣고 가더라.

 

어이 갈거나? 어이 갈거나?

이 청풍靑風 이 명월明月 두고 내 어이 갈거나?

잠이야 아모때 못자랴? 밤새도록 보리라.

 

 

●향수鄕愁/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1908-1967)

 

나는 영락零落한 고독의 가마귀

창량히 설한雪寒의 거리를 가도

심사心思는 머언 고향의

푸른 하늘 새빨간 동백에 지치었어라

 

고향 사람들 나의 꿈을 비웃고

내 그를 증오하여 폐리敝履같이 버리었나니

어찌 내 마음 독사 같지 못하여

그 불신한 미소와 인사를 꽃같이 그리는고

 

오오 나의 고향은 머언 남쪽 바닷가

반짝이는 물결 아득히 수평에 졸고

창파滄波에 씻긴 조약돌 같은 섹시의 마음은

갈매기 울음에 수심저 있나니

 

​희망은 떨어진 포켓트로 흘러가고

내 흑노黑奴같이 병들어

이향異鄕의 치운 가로수 밑에 죽지 않으려나니

오오 저녁 산새처럼 찾아갈 고향길은 어디메뇨

 

►신기蜃氣 물결 위의 신기루蜃氣樓

►빈주蘋洲 개구리밥이나 부평초가 떠있는 물가 모래밭

►단란團欒 빈 구석이 없이 매우 圓滿함. 親密하게 한곳에서 즐김.

 

맥맥상망해후난脈脈相望邂逅難 끊임없이 바라봐도 만나기 어려운데

천교차석일단란天敎此夕一團欒 하늘이 오늘 저녁만 단란 한 번 허락했구나.

/<이제현李齊賢 칠석七夕>

 

●제우인촌거題友人村居 시골에서 사는 벗에 대하여 쓰다

/양촌陽村 권근權近(1352-1409 공민왕1~태종9)

 

其一

대죽촌중리유인大竹村中里有仁 큰 대나무 숲이 있는 마을에 어진 사람이 있으니

이이백중공포린怡怡伯仲共圃鄰 기쁘고 즐겁게 맏이와 둘째가 함께 農事지으며 이웃하여 사네.

일준소어단란처一樽笑語團圞處 한 동이 술에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단란團欒한 곳

화기훈연만좌춘和氣熏然滿坐春 훈훈薰薰하고 화목和睦한 기운이 자리에 가득한 봄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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