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9-1
9 정수亭樹 정자
1 추정秋亭 가을 정자
추정산기호쟁영秋亭山氣好崢嶸 가을 정자 산 기운이 좋고도 우뚝한데
강상성풍괄안명江上猩楓刮眼明 강 위에 붉은 단풍 눈부시게 환하네.
암수불인혐태부巖瘦不因嫌太富 바위 여윈 게 그 어디 너무 富한 혐의 탓이랴!
간청비시조완명澗清非是釣完名 냇물 맑은 게 완명을 낚는 것 아닐세.
가을의 정자는 주변에 우뚝한 산의 정취가 묻어나서 좋고
강물 위에 비친 붉은 단풍이 눈에 확 띄네.
빼빼한 바위는 뒤룩뒤룩 살찐 거만한 부자가 싫어서 그럴까
골짝 개울물은 맑지만 물고기가 없어 낚시는 못한다네.
한화천타경풍곡寒花千朶經風曲 찬 꽃 천 떨기는 바람을 겪어 구부정하고
눈태일정연우생嫩苔一庭緣雨生 뜰에 가득한 고운 이끼는 비 때문에 생긴 걸세.
점검인간무승사點檢人間無勝事 인간 세상 점검해 봐야 좋은 일이란 없는데
림천흥미로다정林泉興味老多情 임천林泉의 산간 흥미는 늙을수록 다정만 하네.
싸늘한 날씨에 수북한 꽃떨기가 바람 따라 휘었고
뜨락에 가득 낀 부드러운 이끼는 비온 뒤에 돋았다네.
인간의 일은 꼼꼼히 살핀다고 좋아지지 않으니
늙을수록 자연에 정 붙이고 재미있게 살아야하네.
►쟁영崢嶸
① 산이 높고 가파른 모양. 뛰어난 모양.
백이칭대로伯夷稱大老 백이를 대로라 칭하나니
기시세쟁영豈是歲崢嶸 이 어찌 나이 많다는 데서 뛰어나다 하리오.
/<이숙李埱 노송老松>
② 깊고 어두우며 험한 모양.
천구음쟁영天衢陰崢嶸 하늘 거리-날씨-는 침침하고 험해서
객자중야발客子中夜發 나그네인 나는 밤중에야 길을 떠났다.
/<두보杜甫 자경부봉선현영회5백자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
③ 세모歲暮에 일이 많음. 세사쟁영歲事崢嶸/<서언고사書言故事>
●만월대회고滿月臺懷古/황진이黃眞伊(?-?)
고사소연방어구古寺蕭然傍御溝 궁궐을 흐르는 냇물 옆의 옛 절은 쓸쓸하고
석양교목사인수夕陽喬木使人愁 석양의 큰 나무는 나를 시름겹게 하네.
연하냉락잔승몽煙霞冷落殘僧夢 쓸쓸한 연기 노을은 노쇠한 승려의 꿈이런가
세월쟁영파탑두歲月崢嶸破塔頭 가파른 세월에 탑머리는 부서졌네.
황봉우귀비조작黃鳳羽歸飛鳥雀 봉황은 돌아가고 참새들만 날아
두견화발목양우杜鵑花發牧羊牛 진달래 만발한 곳에 소와 양이 풀을 뜯네
신송억득번화일神松憶得繁華日 송악의 번화하던 지난날을 생각하니
기의여금춘사추豈意如今春似秋 어찌 이 봄이 가을 같을 줄 알았으리.
►성풍猩楓 붉은 단풍잎
►태부太富 거부巨富
►완명完名 흠 없는 완전한 이름값
완명미절完名美節 명예와 훌륭한 공로는
불의독임不宜獨任 혼자 독차지하지 말라.
분사여인分些與人 조금은 남에게 나누어주어야
가이원해전신可以遠害全身 해를 멀리하여 몸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다.
욕행오명辱行汚名 욕된 행실과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불의전추不宜全推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라.
인사귀기引些歸己 조금은 끌어다 나의 책임으로 돌려야
가이도광양덕可以韜光養德 지혜를 안으로 간직하고 덕을 기를 수 있다.
/채근담菜根譚 19
►‘늘어질 타朶’ 늘어지다. 나뭇가지가 휘휘 늘어지다. 움직이다, 흔들다
►‘어릴 눈嫩’ 어리다. 연약軟弱하다. 미숙未熟하다
►임천林泉 수풀과 샘물. 또는 수풀 속에 있는 샘물. 은사隱士의 정원庭園.
주인불상식主人不相識 주인과는 알지 못하는 사이인데
우좌위임천偶坐爲林泉 이렇게 마주 앉았음은 임천 때문이라.
/<하지장賀知章 제원씨별업題袁氏別業>
불여무목겸무이不如無目兼無耳 차라리 눈과 귀 없는 귀머거리 장님 되어
귀와임천필차생歸臥林泉畢此生 임천으로 돌아가 이 생애 마쳤으면.
/<윤선도尹善道 피적북새被謫北塞>
●산중山中/석만우釋卍雨(1352-1435 高麗)
한창사조욱寒窓射朝旭 차가운 窓으로 아침 햇살 비쳐들고
위좌상번금危坐爽煩襟 단정端正히 앉으니 번거로운 마음이 서늘해진다.
진필모산수振筆摹山水 붓을 휘둘러 山水畵 그리고
개서열고금開書閱古今 책冊을 펼쳐 古今을 思慮보노라.
무심간만승無心干萬乘 만승萬乘에 要求할 마음이 없고
유추향천금有箒享千金 천금가치千金價値로 아는 떨어진 비만 가졌도다.
자적천림흥自適泉林興 임천林泉의 興이 自適하여
인제방외음因題方外吟 이로 因하여 方外의 詩를 짓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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