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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9-3

매월당 시집 제4권 9-3

9 정수亭樹 정자

 

3 송정松亭 소나무 정자

 

송정적적송지반松亭寂寂松枝蟠 소나무 정자 적적하고 솔가지는 서렸는데

폭건려장래반환幅巾藜杖來盤桓 복건幅巾과 청려장靑黎杖으로 와서 서성거리네.

영락일정벽태윤影落一庭碧苔潤 뜰에 가득 그림자 떨어져 푸른 이끼 윤택하고

성감반천청풍한聲撼半天清風寒 하늘 반만큼 소리 흔들어 맑은 바람이 차갑네.

 

거두불견유혁일舉頭不見有赫日 머리 들어도 붉은 해 있는 걸 보질 못하고

측이시청요광란側耳時聽搖狂瀾 귀 기울이면 미친 물결 흔들리는 소리 들리네.

다연양처학비거茶煙颺處鶴飛去 차 끓이는 연기 나는 곳에 학 날아가고

약저고시운란산藥杵敲時雲闌珊 약 절구 두드리는 때 구름이 머뭇거리네.

 

인산석양금조명人散夕陽禽鳥鳴 사람 흩어진 석양판에 새들만 우는데

정시객거기초잔正是客去碁初殘 바로 그 손님 가고 바둑 처음 남은 때일세.

 

솔밭의 정자는 적적하고 소나무가지가 둘러싸고 있는데

복건 쓰고 명아주지팡이 짚고 와서 머물고 있네.

뜨락 한가득했던 그림자가 물러나자 푸른 이끼가 반들거리고

차고 맑은 바람이 하늘을 훑어대는 소리가 들리네.

 

머리를 들어도 붉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지 못하고

귀를 기울여보면 미친 듯 거센 물결이 일렁이는 소리.

차 끊이던 화롯불 연기 날리던 곳에 앉았던 학은 날아가고

약 절굿공이를 찧을 땐 구름이 흩어지네.

 

사람이 떠나고 황혼이 지면서 새들이 울어대니

바둑 뒀던 길손은 가고 바둑판만 처음 그 자리에 남은 바로 그때라네.

 

 

►적적寂寂 괴괴하고 조용함. 외롭고 쓸쓸함.

►서릴 반蟠 서리다(둥그렇게 포개어 감다) 두르다, 빙 감다. 두루 미치다

 

►폭건幅巾 도교의 도복道服에 쓰는 모자. 돌잔치 때 애기들이 쓰는 모자 같음.

►반환盤桓 머물다. 배회하다

►‘흔들 감撼’ 흔들다. 움직이다.

►반천半天 중천中天. 하늘 한가운데

►광란狂瀾 거세게 일어나는 물결

 

►저고杵敲 절굿공이. 약절구.

►란산闌珊 쇠잔衰殘하다. 시들다. 감퇴하다. 약해지다.

 

 

●채두봉釵頭鳳/육유陸游(1125-1210)

1

홍소수紅酥手 불그레한 고운 손으로

황등주黃縢酒 황등주 따라주는데

만성춘색궁장류滿城春色宮牆柳 성城 가득 봄빛이요 담장에는 버드나무

 

동풍악東風惡 동풍이 심술궂어

환정박歡情薄 즐거운 정 끊어졌네.

 

일회수서一懷愁緖 늘 수심 품고

기년리색幾年離索 몇 해 동안 헤어지고 나서 찾았던가.

 

착錯 이건 아냐,

착錯 잘못됐어,

착錯 뭔가 잘못 됐어.

 

2

춘여구春如舊 봄빛은 예와 같으나

인공수人空瘦 사람은 덧없이 야위어 가니

루흔홍읍교초투淚痕紅浥鮫綃透 눈물 흔적 붉게 젖어 얇은 비단에 어리네.

 

도화락桃花落 복사꽃 떨어진

한지각閑池閣 연못가의 누각은고요한데

산맹수재山盟雖在 ​산을 두고 굳은 맹세 하였건만

금서난탁​錦書難托 편지조차 못 부치니

 

​막莫 아서라,

막莫 말아라,

막莫 이 마음 어이할까.

 

 

●화채두봉和釵頭鳳 채두봉 시에 답하는 시/당완唐婉

1

세정박世情薄 세상 형편은 매몰차고

인정악人情惡 인정은 사납기만 한데

우송황혼화역락雨送黃昏花易落 황혼에 비까지 내려 꽃잎이 쉬 떨어지네,

 

효풍건曉風乾 새벽부터 마른 바람이 불어와

루흔잔淚痕殘 눈물이 말라서 자국만 남았다오.

 

욕전심사欲箋心事 이 심정을 글귀로 남기고 싶어

독어사란獨語斜欄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 혼잣말을 한다오.

 

난難어려운 처지가

난難 근심스러워

난難 속이 까맣게 탄다오.

 

2

인성각人成各 우리 둘은 서로의 갈 길이 달라

인성각금비작今非昨 지금은 결혼한 사이가 아니어서

병혼상사추천색病魂常似鞦韆索 아픈 마음은 늘 그넷줄처럼 널뛰기를 한다오.

 

각성한角聲寒 황혼에 쇠뿔 피리 소리 들리는 차가운 날

야란산夜闌珊 새날이 밝아 올 때까지 지새우고 있다오.

 

파인심문怕人尋問 왜 그런지 물을까 봐 부끄러워서

인루장환咽淚裝歡 눈물을 삼키고 즐거운 척한다오.

 

만瞞 단지 눈속임이어서

만瞞 그게 부끄러워

만瞞 차라리 눈을 감고 만다오.

 

陸游의 시 ‘釵頭鳳’과 전처前妻 당완唐琬의 답시答詩.

1144년 16살 나이에 陸游와 결혼한 唐琬은 陸游의 고종사촌姑從四寸이라는 설說이 유력하다.

어려서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두 사람 사이 금슬琴瑟이 매우 좋았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못마땅하기 그지없었다.

唐琬이 학문을 한다며 외간 남자를 만나고

陸游는연거푸 과거시험에 낙방했고 아기도 낳지 못했다.

 

끝내 시어머니의 강권强勸으로 휴처休妻(別居)했고 끝내 이혼離婚을 했다.

이후 陸游는 어머니가 정해준 왕씨王氏를 후처로 받아들였고

唐琬도 宋나라 왕실 종친宗親인 조사정趙士程의 정실正室로 재혼하게 됐지만 아기는 낳지 못했다.

 

1151년 陸游가 26세 되던 해의 봄,

심원沈園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唐琬과 趙士程 부부와 마주 쳤다.

 

趙士程이 너그럽게 唐琬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어

옛 남편에게 주안상을 올리게 허락했고

술이 불콰해진 陸游가 釵頭鳳 시를 지어 담벼락에 적어놓고 떠났다.

 

훗날 담벼락에 적힌 釵頭鳳시를 읽게 된 唐琬이 답장인 ‘和釵頭鳳’을 담벼락에 적어놓게 된다.

이후 시름시름 앓던 唐琬은 1158년, 26세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만다.

 

►두 詩를 동시에 두어야 이해의 폭이 깊어지므로 함께 올린다.

매월당 시집 제4권 5-1 채두봉釵頭鳳/조우인曺友仁(1561-1625) 참고

 

웬만한 것은 surfing으로 알 수 있는 것이고

어렵게 새 글을 작성하는 것은 또 하나의 편견을 심는 것이다.

보고 읽고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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