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11-2
11 연음燕飮 잔치 자리서 술 마시다
2 관사화연觀使華宴 사신의 화려한 찬치를 보고
비연쌍쌍략우회飛燕雙雙掠又廻 나는 제비 쌍쌍으로 스쳐갔다 다시 돌아오는데
류앵흡흡어화개流鶯恰恰語花開 뛰노는 꾀꼬리 때맞추어 꽃핀 것을 지껄이네.
십년왕사시천수十年徃事詩千首 십년 세월 지나간 일, 지은 시가 千首요
만리귀심주백배萬里歸心酒百杯 만리 돌아가고픈 마음 술이 또 백 잔일세.
성두이희은촉단星斗已稀銀燭短 별들 이미 드물고 은 촛불은 짧은데
현가부진옥산퇴絃歌不盡玉山頹 거문고 노래 한없어서 옥산玉山이 무너졌네.
훈연반취아견몌醺然半醉兒牽袂 거나하게 반쯤 취한 계집 소매 잡아당기며
군거료서기일래君去遼西幾日來 그대 요서遼西로 가게 되면 언제 오나 물어보네.
►흡흡恰恰 1)꼭. 바로. 마침. 2)짹짹. 꾀꼴꾀꼴[새가 우는 소리]
►성두星斗 별. 북두北斗와 남두南斗.
►현가絃歌 거문고 따위의 현악기絃樂器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
현가주연絃歌酒讌 거문고를 타며 술과 노래로 잔치함.
접배거상接杯擧觴 작고 큰 술잔을 서로 주고받으며 즐기는 모습.
►옥산퇴玉山頹 옥산이 무너짐.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용지容止>에
산공山公이 말하기를
혜숙야지위인야嵇叔夜之爲人也 혜숙야嵇叔夜의 사람됨은
암암약고송지독립巖巖若孤松之獨立 마치 외로운 소나무가 홀로 선 것처럼 빼어나
기취야其醉也 그가 술에 취하면
아아약옥산지장붕峨峨若玉山之將崩 높은 玉山이 장차 넘어지려는 것 같았다
한데서 ‘옥산퇴玉山頹“가 유래 되었다.
청풍명월불용일전매淸風明月不用一錢買 청풍명월은 돈 한 푼도 주고 살 필요 없으니
옥산자도비인추玉山自倒非人推 옥산이 절로 무너졌고 사람이 떠민 것이 아니라오.
/이백李白의 〈양양가襄陽歌〉
주註에 ‘계강취도稽康醉倒 인위여옥산지장퇴人謂如玉山之將頹’라 하였다.
●망호당심매望湖堂尋梅 망호당 매화를 찾아서/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 연산군7~선조3)
망호당하일주매望湖堂下一株梅 망호당 아래 한 그루 매화
기도심춘주마래幾度尋春走馬來 몇 번이나 봄을 찾아 말을 달려 왔던고
천리귀정난여부千里歸程難汝負 천리 돌아가는 길에 널 저버리기 어려워
고문갱작옥산퇴敲門更作玉山頹 다시 문을 두드려 옥산이 무너지듯
망호당은 한강 근처에 있던 독서당의 부속 건물로
퇴계는 1541년에 사가독서를 하며 이곳에 머물렀다
매화를 유별히 사랑한 退溪선생은 매화시 72제 107수 중
62제 91수가 매화시첩梅花詩帖이다.
►훈연醺然 얼큰하게 취하다. 거나하게 취하다. 알딸딸하게 취하다.
●절영絶纓 관끈을 끊다
암중견몌취중정暗中牽袂醉中情 어둠 속 잡아끈 손은 취중의 행동인 것을
옥수여풍이절영玉手如風已絶纓 고운 손 바람 같이 관끈을 끊었다네.
축어수기십분청畜魚水忌十分淸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수 없기에
진설군왕강해량盡說君王江海量 군왕의 넓은 도량 바다 같다 일러오네.
절영絶纓 ‘관끈을 끊는다’는 뜻으로 남자의 넓은 도량을 일컫는다./<설원說苑 복은復恩>
초楚 장왕莊王(?- BC591)은 초나라의 제22대 군주(재위 BC613-BC591)이다. 이름은 려侶.
성왕의 손자이자 목왕의 아들이며 공왕의 아버지. 춘추오패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①불비불명不飛不鳴 울지도 날지도 않는 새
아버지 목왕이 죽어서 왕위에 오른 직후 아직 젊은 왕이었기 때문에 왕자 섭燮이 모반을 일으켰다.
왕자 섭은 일단 수도와 왕실을 완전하게 지배하여 스스로 왕을 자칭했다.
그러나 반대 세력의 확대로 신변의 위험을 느껴 장왕을 가두고 북방으로 도망쳤다.
왕자 섭은 진晉나라와 진秦나라, 초나라의 국경 가까이의 상밀商密이라는 곳에서
반격을 개시하려고 했으나 도중에 노盧라는 마을에서 살해당했다.
장왕은 풀려나 수도로 돌아왔다.
장왕은 즉위한 후 3년 동안 밤낮으로 놀기만 하며 나라 전체에 영을 내렸다.
“감히 간언하는 자가 있거든 죽여 버리겠다. ”
어느 날 장왕은 왼쪽에 정나라 여자를,
오른쪽에는 월나라 여자를 껴안고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때 오거伍擧가 간언했다.
“수수께끼를 올리겠습니다.
언덕 위에 새가 있는데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습니다.
이 새는 무슨 새입니까?”
장왕이 대답했다.
“3년을 날지 않았으니 한 번 날아오르면 하늘을 찌를 것이고
3년을 울지 않았으니 한 번 울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물러가라. 나는 수수께끼를 맞혔다.”
여러 달이 지나고 장왕은 더욱 방탕해졌다.
이에 대부 소종蘇從이 간언하니 장왕이 말했다.
“내가 영을 내렸던 것을 듣지 못했는가?”
소종이 대답했다.
“이 한 몸 죽어 임금을 깨우치는 것이 신이 바라는 바입니다.”
그러자 장왕은 놀이를 그만두고 정사를 살펴 간신 수백 명을 주살하고 또 수백 명을 등용하였다.
또한 오거와 소종에게 정무를 맡기니 나라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였다.
이 사건에서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하였다.
②절영지연絶纓之緣
장왕莊王이 영윤令尹 투월초鬪越椒의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와
여러 신하를 점대漸臺에 모아 놓고 연회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는 장왕의 비빈妃嬪 허희許姬도 참석했다.
“과인이 풍류를 즐기지 않은지 6년이다.
이제 역신도 제거되어 나라가 안정을 찾았다.
문무관원들은 실컷 마시고 마음껏 즐기도록 하라.”
임금과 신하는 푸짐한 음식과 흥겨운 풍류로 하루를 즐겼다.
저녁이 되어도 흥이 다하지 않자 장왕은 불을 밝히고 사랑하는 허희許姬를 시켜서
여러 대부와 장군들에게 술을 돌리게 했다.
술잔을 받은 신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받아 마셨다.
그런데 난데없이 광풍이 연회석을 휩쓸며 모든 촛불을 일시에 꺼 버렸다.
미처 불을 밝히지 못한 어둠속에서 장웅蔣雄이 허희를 껴안았다.
허희는 깜짝 놀라 잡힌 손을 뿌리쳐 뽑고 오른손으로 장웅의 관끈을 잡아채 끊었다.
관끈을 손에 넣은 허희는 잽싸게 몸을 돌려 장왕 앞으로 달려가 조용히 고했다.
“첩이 대왕의 명을 받들어 백관에게 술을 돌리는데
그 중 한사람이 무엄하게도 불 꺼진 어둠속에서 첩의 손을 잡아 당겼습니다.
첩이 그 자의 관끈을 낚아채 왔으니 빨리 불을 밝혀 그 무례한 자를 찾아내도록 하소서.”
물론 그 말은 애첩이 자신의 정절을 자랑하고자하는 말이었다.
허희의 말을 들은 장왕은 아직 불을 밝히지 말라 명하고 이어서
“과인은 오늘의 이 연회에서 경들과 마음껏 즐기기로 약속했다.
경들은 모두 관끈을 끊고 실컷 마시도록 하라.
관끈이 끊어지지 않은 자는 마음껏 즐기지 않겠다는 자이다.”
백관들이 모두 관끈을 끊은 뒤에 장왕은 비로소 촛불을 밝히라고 명했다.
이로써 허희의 손을 잡은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연회를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허의가 장왕에게
“신첩은 남녀 간에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더구나 군신 간에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왕께서 여러 신하에게 술을 돌리라 시킨 것은 신하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엄하게도 신첩의 손을 잡아끈 자가 있었으나 대왕께서 그 자를 색출하지 않으셨으니
어떻게 상하 관계가 유지되며 남녀의 예의가 바로 잡히겠습니까?”
“이 일은 여자가 알바가 아니다.
옛날 임금과 신하가 술자리를 같이 할 때에는
술은 석 잔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낮에만 열고 밤에는 벌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인이 모든 신하들에게 마음껏 즐기도록 명했고
낮에 이어 밤까지 불을 밝히며 즐기도록 했다.
술 취한 뒤의 광태는 아름다울 것이 없고 國士의 마음을 상하게 하여
신하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할 것이며 과인이 명한 뜻에도 어긋나지 않겠는가.”
그로부터 다시 3년이 지난 후
이웃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왕이 포위되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장웅이 나타나 왕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주면서
자기 자신이 왕의 옷을 바꿔 입고 이곳에서 대신 죽겠다면서 이곳을 벗어나라고 했다.
장왕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서열도 그리 높지도 않고 나에게 은혜를 입은 일도 없는데
내 죽음을 대신한다니 그 무슨 말인가?"
그러자 그 장군이 말했다.
"저는 3년 전에 이미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3년 전 어전의 주연에서 폐하의 여인을 희롱한 죄를 범하고도
폐하의 넓은 도량으로 지금까지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그 은혜를 갚을 때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기 옷과 장왕의 옷을 바꿔 입고 왕이 안전하게 피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끝까지 싸우다가 죽었다.
후세에서 이 연회를 이름하여 절영회絶纓會라 일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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