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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12-1

매월당 시집 제4권 12-1

12 채실菜實 과실

 

1 원중과오영園中瓜五詠 밭 가운데의 오이에 대한 다섯 가지 노래

 

<청과靑瓜 푸른 오이>

자망미탈화미락紫芒未脫花未落 붉은 가시 벗지 않고 꽃도 지지 않았는데

록부수기화로적綠膚水肌和露摘 푸른 껍질 얼음 같은 살 이슬 째 따다가

입아소반만아의入我蔬盤滿我意 내 소반蔬盤에 놓으니 내 마음도 만족한데

혹구혹여자미족或灸或茹滋味足 지져도 먹고 날로도 먹어 자양과 맛이 풍족하네.

 

인언청과승서과人言靑瓜勝西瓜 사람들 말이 푸른 오이가 수박보다 났다던데

가충소주종당서可充蔬厨種當暑 부엌 나물로 채울 수 있어 더위 철에 심는다네.

십년산수만객여十年山水謾客與 십년 동안 산수에 묻혀 부질없이 그럭저럭 보내다가

일미생애거여허一味生涯遽如許 똑같은 생애가 어언 간에 그와 같이 지났네.

 

연사우립수자종煙蓑雨笠手自種 안개엔 도롱이, 비엔 삿갓 쓰고 손수 종자 심었더니

일악청요만광거一握靑瑤滿筺筥 한 움큼의 푸른 옥이 광주리에 가득하네.

각소하증만전비却笑何曾萬錢費 도리어 우스운 건 하증何曾이 만전萬錢을 쓰는 거라

적구위진수정미適口爲珍誰定味 입에 맞음이 진미인 걸 누가 맛을 정하는가?

 

라와산재공만취懶卧山齋供晚炊 산중 집에 게을리 누웠다 늦게야 삶아 공양하니

상계선차윤장위上界仙差潤膓胃 천상天上의 신선 음식 창자와 위를 윤택케 하네.

 

►‘급히 거遽’ 급急히, 분주奔走히. 갑자기

►‘대광주리 광筺’ ‘둥구미 거, 밥통 려(여)筥’

 

►하증何曾(199-278) 위진魏晉 시대 진晋 나라 무제武帝 때의 재상. 자는 영고穎考.

위명제魏明帝가 평원후平原侯가 되었을 때 일찍이 文學이 되었다.

위나라 함희咸熙 중에 사도司徒에 올랐다.

 

조상曹爽이 정치를 좌우하고 있었을 때

병을 핑계로 물러났다가 조상이 복주伏誅되자 관직에 다시 나갔다.

사마씨司馬氏를 도와 위제魏帝를 폐위하는 것을 도왔다.

진무제晉武帝가 선양을 받자 승상丞相과 태위太尉를 지내고 낭릉공朗陵公에 봉해졌다.

태부太傅까지 올랐다.

 

성격이 호탕하고 사치를 좋아해 수레나 복식 등을 몹시 호사스럽게 했으며

날마다 맛있고 좋은 음식을 차려 먹었다.

경비로 1만錢이 소모되었는데도 젓가락으로 집어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고 투정을 부렸다고 한다.

가충賈充(217-282)에게 아부하여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진서晉書 하증전何曾傳>

 

 

<첨과甜瓜 참외>

첨과란숙대자락甜瓜爛熟帶自落 참외는 잘 익으면 꼭지가 절로 떨어지니

박이식지감여밀剝而食之甘如蜜 벗겨서 먹어 보면 달기가 꿀과 같다네.

록피초학로래의綠皮初學老萊衣 푸른 껍질 처음에는 노래자老萊子의 옷 배웠고

상기가료상여갈霜肌可療相如渴 서리 같은 살은 바로 상여相如의 갈증을 치료할 수 있네

 

옥액경장전기복玉液瓊漿填其腹 옥 진액과 구슬 물아 그 뱃속에 차 있어

일작야승부평실一嚼也勝浮萍實 한 번만 씹어도 부평浮萍 열매보다 낫네.

로부산중학번포老夫山中學樊圃 늙은 사람 산중에서 번지樊遲의 밭가는 걸 배워서

세우수종과여질細雨手種瓜與瓞 가랑비 속에 손수 참외·오이 심었더니

 

엽저리리부지수葉底離離不知數 잎새 밑에 주렁주렁 수도 없이 달렸네.

대객첨빙잡명설對客甜氷雜茗雪 손님 대해 단 얼음과 차에 눈[雪]을 섞고

올연좌아청허부兀然坐我淸虛府 맑고 깨끗한 이내 집에 오똑하게 앉았으니

각희간장척증울却喜肝臟滌蒸鬱 간과 오장 찌는 듯 답답함을 씻어 줘 되려 기쁘네.

 

가석골몰진중인可惜汨沒塵中人 애처로운 건 티끌 속에 골몰해 하는 사람들

만사상의과여갈萬事相依瓜與葛 만사를 서로 기대길 오이와 칡덩굴같이 하네.

 

►노래자老萊子(?-?) 춘추 시대의 초楚나라 사람. 중국 24 효자 중의 한 사람.

춘추시대 공자와 같은 시기의 현인으로

초왕이 그가 賢才임을 듣고 불렀으나 응하지 않고 강남江南에 머물렀다.

그가 거처하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부락을 이루기를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난을 피하여 몽산蒙山 남쪽에서 농사를 짓고 살면서 70세의 나이에도 색동옷을 입고

어린애 장난을 하면서 늙은 부모를 즐겁게 해 주었다고 전해진다.

<노래자> 15편을 지었다.

 

►상여相如 한漢의 文人인 사마상여司馬相如(BC179-BC117)

자는 장경長卿, 성도成都 사람.

 

그의 문학은 부賦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뛰어나 초사楚辭를 조술祖述한

송옥宋玉·가의賈誼·매승枚乘 등에 이어 '이소재변離騷再變의 부賦라고도 일컬어진다.

 

특징은 사물을 따르기보다 오히려 상상의 분방奔放함에

간결하기보다 오히려 다변적多辯的인 데에 있다.

어휘는 세련되고, 구절은 균제均齊를 존중하고 화려하다.

 

자허子虛·상림上林·대인大人 등의 부賦는 한漢·위魏·육조六朝 文人의 모범이 된다.

그는 晩年에 갈증병渴症病으로 고생하였다.

 

►부평실浮萍實 부평열매.

소설 <열국지列國志>에

“초楚나라의 소왕昭王이 강에서 이상스러운 열매를 얻었는데 크기가 말과 같았다.

비상非常하게 닫고 맛있었으나 무슨 열매인지 몰라서 후일에 孔子에게 물었더니

그것은 부평浮萍의 열매라고 하였다.”라고 하였다.

 

►번지樊遲

번지청학가樊遲請學稼 번지가 곡식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청하자

자왈子曰 오부여로농吾不如老農 "나는 노련한 농부만 못하다"

 

청학위포請學爲圃 채소 기르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청하자

왈曰 오불여로포吾不如老圃 "나는 노련한 채소 재배가만 못하다"

 

번지출樊遲出 자왈子曰 번지가 나가자 공자가 말했다.

소인재번수야小人哉樊須也 "소인이로다. 번수는!

 

상호례上好禮 윗사람이 예의를 좋아하면

즉민막감불경則民莫敢不敬

백성 가운데 아무도 감히 그를 공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상호의上好義 윗사람이 정의를 좋아하면

즉민막감불복則民莫敢不服

백성 가운데 아무도 그에게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상호신上好信 윗사람이 신의를 좋아하면

즉민막감불용정則民莫敢不用情

백성 가운데 아무도 감히 진실을 행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부여시夫如是 이렇게 되면

즉사방지민강부기자이지의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 언용가焉用稼

사방의 백성이 자기 자식을 포대기에 감싸 업고 찾아들 것인데 곡식 농사는 지어서 어디에 쓰느냐?"

/<論語 자로편子路篇>

 

 

<서과西瓜 수박>

천상화운작봉정天上火雲作峯頂 하늘 위에 불 구름이 산봉우릴 짓는데

대지산하여죽정大地山河如粥鼎 대지大地의 산과 내는 죽粥 끓이는 솟과 같네.

오경소공응불거午景燒空凝不去 낮볕이 공중을 불태우며 엉겨 가지를 않는데

서기핍인여명정暑氣逼人如酩酊 더운 기운이 바싹 죄어와 사람이 온통 취한 것 같네.

 

석두한천류욕갈石竇寒泉流欲渴 돌구멍의 찬 샘에 흐르던 물이 마르려 하니

초의규선무공렬蕉衣葵扇無功烈 파초잎 옷과 아욱잎 부채도 아무런 공도 없네.

서국수전종옥방西國誰傳種玉方 서국西國에서 그 누가 옥 심는 법 전해 왔나?

활아양곡염증역活我暘谷炎蒸域 우리 양곡晹谷의 그 불로 찌는 지경을 살렸다네.

 

수정절처옥립둔水晶折處玉粒屯 수정이 터지는 곳에 옥 같은 알이 엉켜 있고

감정착후경장번甘井鑿後瓊漿飜 단 우물 판 뒤에는 구슬 국물이 출렁이네.

청문동릉막이원青門東陵邈以遠 청문靑門이나 동릉東陵은 아득하게 멀어서

세변인망불부반世變人亡不復返 세상 변하고 사람 죽어 다시 돌아오지 못하네.

 

지상여전재간편紙上餘錢載簡編 종이 위에 남은 돈은 역사책에 기재되어

공유화파류인전空有話靶留人傳 공연히 얘기꺼리 남겨 사람들에게 전하네.

아유동원십무전我有東園十畝田 나에게 동쪽 밭 열 이랑이 있는데

과과리리여앙원顆顆離離如盎園 덩어리마다 둥실둥실 동이 같이 둥그네.

 

산중풍로일자만山中風露日滋蔓 산 속에 바람·이슬이 날로 붓고 덩굴지게 하는데

경원무린가수원境遠無隣可修怨 지경이 멀고 이웃 없어 원망할 이도 없네.

갈래절파창옥병渴來切破蒼玉瓶 목마르기에 처음으로 푸른 옥병 같은 걸 깨었더니

일작가능소아민一嚼可能消我悶 단 한번 씹는 걸로 이 내 답답증 풀어졌네.

 

►규선葵扇(=芭蕉扇) 빈랑檳榔나무의 잎으로 만든 부채.

►양곡晹谷 해 돋는 곳. <서경書經>에 “댁우이왈宅嵎夷曰 양곡晹谷”이라 하였다.

‘해 반짝 날 역, 해 반짝 날 석晹’

 

►청문靑門 도성문都城門.

한漢 나라 長安의 동남방 문인 패성문覇城門이 청색이었으므로 청문이라 하였던 것에서 연유.

 

진秦의 소평邵平이 동릉후東陵侯로 있다가 진 나라가 망하자 서민이 되어 청문 부근에서

외를 심어 생활했는데 그 외는 五色이고 매우 아름다워 세상에서

동릉과東陵瓜 또는 청문과靑門瓜라 했다./<사기史記 소상국세가蕭相國世家>

 

애만청문거哀挽靑門去 슬픈 만가挽歌는 청문으로 가나니

신천강수요新阡絳水遙 새 무덤 길에 강수 물이 아득하구나.

/<두보杜甫 고무위장군만사3수故武衛將軍挽詞三首>

 

삼경상심이죽흥三徑尙深移竹興 은자의 집 세 갈래 길은 아직도 대나무 옮길 흥이 깊은데

청문다사종과인靑門多謝種瓜人 청문에서 외 심은 사람에게 더욱 감사해야 하리.

/<김수녕金壽寧 만성謾成>

 

►자만滋蔓 점점 늘어서 퍼짐.

 

 

<자과紫瓜 붉은 오이>

록려자현이관장綠藜紫莧已慣膓 푸른 명아주, 붉은 비름 벌써 창자에 익숙하고

각순권궐경이강角筍拳蕨莖已剛 뿔 같은 죽순, 주먹 같은 고비 그 줄기 벌써 쇠었네.

하말추초소반중夏末秋初蔬盤中 여름 끝나고 초가을 나물 접시 속에서

희견자과원이장喜見紫瓜圓而長 둥글고 긴 붉은 오이 참 반갑게 보았네.

 

신루백췌시하건身累百贅是何愆 몸에 난 백도 넘는 사마귀 그 무슨 죄이며

경부천우우가상頸附千疣尤可傷 목에 난 천이나 되는 혹 더없이 가엾어라.

수연박지은소흉雖然剝之銀酥胸 그건 그렇지만 쪼개 보면 그 속에 은빛 젖가슴

일담돈각간담량一啖頓覺肝膽凉 한번 먹으면 별안간에 간담이 서늘한 걸 깨닫겠네.

 

포지팽지용무궁炮之烹之用無窮 이걸 가지고 볶고 삶고 쓰이는 데도 무궁하여

상천소뢰오득상上天所賚吾得嘗 하늘이 기른 그것을 내가 얻어 맛보았네.

 

인간추환오정팽人間蒭豢五鼎烹 사람 세상 소 돼지 다섯 솥으로 삶는 것

종연루피총욕경終然屢被寵辱驚 끝내 가서는 여러 번 은총과 욕됨에 놀래느니

불여차미담환농不如此味淡還濃 이 맛이야 담담하면서도 진한 맛 있어

자유부귀풍류정自有富貴風流情 부귀와 풍류風流의 담긴 것만 못하네.

 

군불견君不見 그대는 못 보았나?

은지담소조유려隱之啖蔬操愈厲 은지隱之는 나물 먹고 지조 더욱 다듬었고

경절종차포기청景節種此褒其清 경절景節은 이걸 심고 그 맑은 걸 칭찬한 일을!

속자생소불하근俗子生疎不下筋 속된 사람들 생소해서 젓가락 대지 않았네마는

아종차과종여생我種此瓜終餘生 난 이 오이를 심으면서 남은 생명 마치리라.

 

►권궐拳蕨 고사리

►혹 췌贅 혹(병적으로 불거져 나온 살덩어리) 군더더기. 데릴사위

►‘허물 건愆’ 허물. 악질惡疾(고치기 힘든 병) 나쁜 병

►‘혹 우疣’ 혹. 사마귀. 군더더기

►‘줄 뢰(뇌), 줄 래(내)賚’ 주다. 위로慰勞하다

►추환蒭豢=추환芻豢

추와 환은 각각 초식草食 가축과 잡식雜食 가축으로 맛있는 고기 음식을 뜻한다.

 

심지소동연자心之所同然者 하야何也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똑같이 옳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위리야의야謂理也義也 그것은 즉 의리이다.

 

성인선득아심지소동연이聖人先得我心之所同然耳

성인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똑같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먼저 알았다.

 

고리의지열아심故理義之悅我心 따라서 의리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은

유추환지열아구猶芻豢之悅我口 마치 고기 음식이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맹자 고자告子> 上

 

►총욕경寵辱驚

총욕약경寵辱若驚 총애를 받거나 치욕을 당하거나 놀란 듯이 하며

귀대환약신貴大患若身 큰 환란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겨라.

 

하위총욕약경何謂寵辱若驚

총애를 받거나寵 모욕을 받으면辱 놀란 것처럼若驚 함은 무엇을 말하는가

 

총위하寵爲下 총애를 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신하가 되었다는 것이니

득지약경得之若驚 총애를 받아도 놀란 듯이 하고

실지약경失之若驚 총애를 잃어도 놀란 듯이 하라

 

시위총욕약경是謂寵辱若驚

​이것을 일컬어 총애를 받거나 치욕을 당하거나 놀란 듯이 한라고 한다.

/<노자>

 

►은지隱之 오은지吳隱之. 진나라의 광주지사로 청백리로 유명하다

그는 광주廣州 빈천貧泉 물을 마시고도 청렴한 절조가 더욱 높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나물 먹고서 지조가 더욱 높아졌다는 말은 상고할 수 없다.

 

●탐천貪泉 욕심이 생기는 샘물/오은지吳隱之(?-413)

 

고인운차수古人云此水 옛 사람이 말하기를 이 샘물은

일삽회천금一歃懷千金 한번 마시면 천금을 생각나게 한다네

시사이제음試使夷齊飮 그러나 백이와 숙제에게 이 샘물 마시게 해도

종당불역심終當不易心 나처럼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라

 

貪泉은 양자강 남쪽 광주廣州의 석문石門에 있는 샘으로

한 모금 마시기만 해도 탐욕스러워진다.

 

吳隱之가 廣州刺史로 부임하다가 이 샘물의 유래를 들어 알면서도 물을 마시고는 읊은 시이다.

이 물을 마셨지만 청렴한 관리로 이름이 높아져서 그 후로는 이 샘을 廉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도천지수盜泉之水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의 줄임말.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둑의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말로

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결코 부정한 짓은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선>는 진晋나라의 육기陸機가 지은 맹호행猛虎行이라는 시가 실려 있다.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는 그 모두冒頭에 나온다.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아무리 목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고

열불식악목음烈不息惡木陰 아무리 더워도 악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노라

악목기무지惡木豈無枝 나쁜 나무엔들 가지가 없겠는냐 마는

지사다고심志士多苦心 뜻있는 선비는 고심이 많구나

 

도천은 지금도 산동성 사수현에 있는데 <설원說苑>에도 나온다.

공자가 어느 날 목이 몹시 말랐으나 그 샘물을 떠먹지 않았고

또 승모勝母라는 마을에는 날이 저물어 도착했지만 머물지 않고 곧장 떠났다.

승모란 자식이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이므로

그런 이름이 붙은 마을에서는 하룻밤도 자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과白瓜 흰 오이>

백로이희상초숙白露已晞霜初肅 흰 이슬 벌써 마르고 서리 처음 엄숙한데

백과대분장이척白瓜帶粉長二尺 흰 오이가 가루를 띄고 길이가 두 자나 되네.

발출금조작상부拔出金刁斫霜膚 쇠칼을 빼어 들고 서리 같은 살을 찍어서

소당란자염시읍小鐺爛煑鹽豉泣 냄비에 푹 무르게 지져 소금 양념 다 섞으면

 

자미절승동파갱滋味絕勝東坡羹 자양이며 그 맛이 동파東坡의 국보다 절대로 낫네.

독각웅번기막급犢角熊蹯企莫及 송아지 뿔, 곰 발바닥은 바란 대로 못 미치지만

혹화작약엄위저或和芍藥淹爲● 혹시 작약芍藥을 섞어 절여 오이지를 만든다면(艹殂)

향첨랄취진무적香甜辣脆眞無敵 향기롭고 달고 맵고 연한 게 참말로 따를 게 없네.

 

각소주옹약지차却笑周顒若知此 우스운 건 주옹周顒이 만일 이 맛을 알았다면

부독만숭천추말不獨晚菘擅秋末 늦은 배추가 가을 끝에 홀로 판치지 못했으리.

이간여저차미진易簡如咀此味珍 이간易簡이 만일 이 맛의 진기한 것 씹었다면

빙호선생당굴슬氷壺先生當屈膝 빙호氷壺선생이 마땅히 무릎을 꿇었으리.

 

로자명년신약건老子明年身若健 늙은이[老子]가 명년에 몸이 만일 건강하다면

갱종진과시모옥更種珍瓜施茅屋 진기한 오이 다시 심어 띳집에다 덩굴 올려

대득추천비숙시待得秋天肥熟時 가을 하늘에 살찌고 익을 때를 기다리면

불모동릉과오색不慕東陵瓜五色 오색빛 나는 동릉東陵의 오이 흠모하지 않으리라.

 

►독각犢角 송아지 뿔. 송아지 뿔이 고치[繭]나 밤알[栗]만할 때의 것은

천지에 제사할 때 희생으로 쓰여졌다.

 

<後漢書 조희전趙熹傳> 견률독繭栗犢 註에

독각여견률犢角如繭栗 언소야言小也

“송아지 뿔이 고치나 밤알만 하다는 것은 작음을 말한다.”라 하였으니

송아지는 어리기 때문에 맛이 좋다는 것이다.

 

곰 발바닥[熊蹯]은 팔진미八珍味의 하나로 풍한風寒을 물리친다고 한다.

 

►●(초두머리 초艹)+(죽을 조殂)

 

►주옹周顒 남북조시대 남제南齊사람. 자는 언륜彦倫.

그는 공덕장孔德璋의 ‘북산이문北山移文'으로 유명하여졌다.

 

종산鍾山(北山)에 숨었다가 임금의 명에 응해 북제北齊에서 벼슬을 살아

해염현령(海鹽縣令)이 되었고 다시 종산으로 들어가려 하니

 

공치규孔稚珪(덕장德璋)가 ‘북산이문北山移文’을 지어 못 오게 막았다.

그가 산중에 있을 때 임금이 ‘산중에서는 무슨 맛난 것을 먹는가?’ 하고 물으니

‘첫봄의 부추와 늦가을에는 배추가 맛이 좋습니다.’ 했다.

 

 

남북조시대 송나라 은사인 주옹周顒(?-493)이 남경의 북산北山인 종산鐘山에 은거하다

후에 남제南齊의 조정에 출사해서 해염 현령을 제수 받았다.

 

이때 함께 은거하던 친구 공치규孔稚圭(447-501)가

장문의 '북산이문北山移文'을 지어 그의 변신을 조롱했다.

 

그는 출사이전 주옹의 은거를 두고

우취초당偶吹草堂 "초당에서 어줍찮은 실력으로 피리 불고

남건북악濫巾北岳 북악에서 함부로 두건을 쓰고 다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옹의 출사를

임참간괴林慚澗愧 "수풀도 한없이 부끄러워하고 시냇물도 더없이 부끄러워했다"

며 후안무치한 인물이라고 그의 변절을 신랄하게 꾸짖었다.

 

여기서 '우취偶吹'는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함께 연주를 한다'는 뜻으로

실력도 없으면서 명성을 훔치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생황과 비슷한 악기인 우竽를 잘 불지도 못하면서 악사로 행세하며 국록을 축낸

남곽선생南郭先生의 고사인 '남우충수濫竽充數'에서 유래한다.

 

여러 악사들과 합주를 할 때는 진짜 실력을 몰랐으나

독주를 하게 되자 실력이 들통날까봐 도주했다는 고사가

<한비자韓非子 내저설內儲說>에 실려 있다.

 

북악北岳은 북산 곧 주옹이 은거했던 종산을 가리킨다.

건巾은 은자들이 쓰는 두건이며 '남건濫巾'은 가식적으로 은자처럼

두건을 쓰고 돌아다녔다는 뜻이니 '우취'와 그 속뜻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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