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12-3
12 채실菜實 과실
3 황등黃橙 누런 등
혹애상등향차단酷愛霜橙香且團 서리 맞은 등 향기롭고 또 둥근 것 사랑하노니
압지추실광란반壓枝秋實光爛斑 가지를 짓누르는 가을 열매 찬란한 빛 아롱졌네.
병도벽파황금과幷刀劈破黃金顆 병주并州 칼로 황금 열매를 탁 쪼개어 내면
색미절승감귤간色味絕勝柑橘間 빛과 맛이 감柑과 귤 사이서 뛰어나게 좋다네.
범범신부록의상泛泛新浮綠蟻觴 동동 밥알 뜬 술을 잔에 새로 띄워서
일흡경장래장위一吸瓊漿來腸胃 옥 국물 한 번 들이마시면 창자와 위가 시원하네.
이문오왜수리향已聞吳娃袖裏香 오吳나라 여자 소매 속의 향기 벌써 맡았고
갱감창보준전미更堪傖父樽前味 다시 창보傖父의 술 단지 앞 그 맛도 볼 만하다네.
남국추심상풍취南國秋深霜風吹 남쪽 나라 가을 깊어 서리 바람 부는데
세세청향래옹비細細清香來擁鼻 가늘디가는 맑은 향이 예 와서 코를 찌르네.
일년호경착안간一年好景着眼看 일년 중 좋은 경치 눈여겨 볼 양이면
천개만개수류류千個萬個垂纍纍 천개 만개 주렁주렁 늘어져 있다네.
►란반爛斑 반짝 반짝 빛나는 모양.
‘빛날 란(난)/문드러질 란(난)爛’ 빛나다, 밝다. 화미華美하다, 화려華麗하다. 곱다
‘아롱질 반斑’ 아롱지다. 나누다. 얼룩
►병도幷刀 병주도幷州刀 혹은 병주전幷州剪. 병주并州의 칼. 병주에서 생산된 칼.
잘 드는 가위. 칼이 매우 예리하므로 사무 처리에 신속하고 결단성 있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희제왕재화산수가戱題王宰畵山水歌 왕재의 산수화를 재미로 노래함/두보杜甫(712-770 唐)
십일화일수十日畵一水 열흘에 강물 하나 그리고
오일화일석五日畵一石 닷새에 바위 하나를 그리네.
능사불수상촉박能事不受相促迫 일에 능숙한 사람은 남의 재촉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왕재시긍유진적王宰始肯留眞跡 왕재도 비로소 진실한 자취를 남겨두려 하네.
장재곤륜방호도壯哉崑崙方壺圖 장엄하구나. 곤륜산과 방호그린 그림이여!
괘군고당지소벽挂君高堂之素壁 그대의 집 높은 대청의 흰 벽에 걸어 놓았네.
파릉동정일본동巴陵洞庭日本東 파릉과 동정호로부터 일본 동쪽에 까지 있는데
적안수여은하통赤岸水與銀河通 적안의 물은 은하수로 통할 것 같고
중유운기수비룡中有雲氣隨飛龍 가운데 구름의 기운 나는 용을 따르네.
주인어자입포서舟人漁子入浦漵 뱃사람과 어부는 포구 안에 들어 있고
산목진아홍도풍山木盡亞洪濤風 산의 나무는 모두 큰 물결 이는 바람에 쓰러져 있네.
우공원세고막비尤工遠勢古莫比 먼 곳의 형세 더욱 빼어나 예로부터 견줄 이 없었으니
지척응수논만리咫尺應須論萬里 지척 간에도 응당 만 리를 논해야 하네.
언득병주쾌전도焉得幷州快剪刀 어떻게 하면 병주의 잘 드는 가위 구해서
전취오송반강수剪取吳松半江水 오 땅에 있는 송강의 강물 반쪽이라도 오려내 가질까?
(주註에 “引蘇曰 索靖見顧愷之畫 欣然曰 恨不帶并州快剪刀來 欲剪松江半幅紋練歸去”라 하였다)
●남당사南塘詞 3 사무친 그리움에 망부석이라도 되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잔장타계외인규殘粧堕髻畏人窺 지워진 화장과 떨어진 비녀 남이 엿볼까 두려워
의소의빈지자지宜笑宜顰只自知 마땅히 웃고 마땅히 찡그리며 다만 스스로 알죠.
막시랑심유권련莫是郞心猶綣戀 낭군은 오히려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반상시유몽래시半床時有夢來時 반절 평상에 걸쳐 누워 꿈속에 있을 때 오지 않으려나요?
수조산차안역소水阻山遮雁亦疎 물이 막고 산이 가려 기러기 또한 드문데
경년불득광주서經年不得廣州書 해가 지나도록 광주의 편지 받지 못하네.
장아차일천반고將兒此日千般苦 아이 데리고 이 날에 여러 가지로 괴로우니
사득아랑미방초思得阿郞未放初 낭군이 해배되기 전으로 갈 수 있었으면.
병도삼척결심흉幷刀三尺決心胸 잘 드는 가위 삼척으로 가슴을 잘라내면
흉리분명견주공胸裡分明見主公 가슴 속엔 분명히 낭군 보이리.
종유룡면모화필縱有龍眠摹畵筆 가령 용면이 화필을 본뜬다면
정성자시탈천공精誠自是奪天工 정성이 스스로 하느님의 기교로움을 빼앗으리.
홍귤촌서월출산紅橘村西月出山 홍귤동 마을 서쪽에 월출산,
산두석사망인환山頭石似望人還 산 정상의 바위는 사람 돌아오길 바라는 것만 같네.
차신만사유여한此身萬死猶餘恨 이 몸은 만 번 죽더라도 오히려 여한이 있으니
원작산두일편완願作山頭一片頑 산 정상의 한 조각 굳센 바위이길 원하노라.
►범범泛泛(汎汎)
① 둥둥 떠 있는 모양. 범범汎汎.
채화향범범采花香泛泛 꽃을 따니 향기 둥둥 떠 있고
좌객취분분坐客醉紛紛 앉은 손님들은 취하여 어지럽도다.
/두보杜甫 <九日>5首
이자승주二子乘舟 두 분이 탄 저 배는
범범기경汎汎其景 그림자 지으며 둥둥 떠 흘러가네.
/<詩經 패풍邶風 이자승주二子乘舟>
② 찬찬하지 않고 데면데면함.
●산정대작차운진정국사山亭對酌次韻眞靜國師
산속의 정자에서 술을 주고받으며 진정국사의 시에 차운하다/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요요수옥원초속搖搖樹屋元超俗 흔들거리는 나무 집은 원래 세속과 멀어지고
범범사정가기오泛泛槎亭可寄吾 둥실 떠있는 떼 정자는 내(몸을) 맡길 만하네.
총도남방생리호總道南方生理好 모두들 말하네, 남쪽이 살기 좋다고
어비주숙우상호魚肥酒熟又相呼 술 익고 물고기 살지니 또 서로 부르네.
►록의綠蟻 밥알이 동동 뜬 술. 미주美酒의 이칭異稱.
●재군와병정침상서在郡臥病呈沈尙書/사조謝脁(464-499 六朝 제齊)
회양고굉수淮陽股肱守 회양의 태수는 거기가 천자의 손발과도 같은 곳이므로 잘 지켜라 하니
고와유재자高臥猶在玆 초연히 병으로 엎드려서 회양淮陽을 지키고 있었는데
황복남산곡況復南山曲 항차 내가 지키는 곳은 남산 한 모퉁이의 작은 곳이므로
하이유서시何異幽棲時 더욱 한직이어서 세간에서 숨어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리오.
련음성농절連陰盛農節 지금은 농사철인데도 비는 연달아 오니
대립취동치籉笠聚東菑 우산과 삿갓을 쓰고 동쪽 밭에 모두 모여 일을 하고 있는데
고각상주엄高閣常晝掩 관청의 높은 누각은 낮에도 문을 닫고
황계소쟁사荒階少諍辭 풀이 난 계단에는 쟁송도 적네
진단청하실珍簞淸夏室 진기한 대나무 발로 여름의 실내는 시원하고
경선동량시輕扇動涼颸 가벼운 부채로 시원한 바람 일어나며
가방료가천嘉魴聊可薦 맛이 있는 방어를 권할 수 있고
록의방독지淥蟻方獨持 푸른 개미가 뜬것과 같은 술이 지금 막 익었으니 홀로 마시네.
하리침주실夏李沈朱實 여름 자두의 씨는 냉수에 붉은 씨를 가라앉히고
추우절경사秋藕折輕絲 가을 연뿌리는 꺾으면 가는 실이 나오네.
량신경하허良辰竟何許 이렇게 좋은 시절 얼마나 갈까
숙석몽가기夙昔夢佳期 이미 옛날에 그대와 만날 약속의 날을 꿈꾸어 왔는데
좌소도가적坐嘯徒可積 지금은 이렇게 앉아서 읊조리며 백성들에게 아무 것도 한일이 없고
위방세이기爲邦歲已朞 지방을 다스리기 이미 1년이 지나갔다네.
현가종막취絃歌終莫取 자유子游는 현가와 예악으로 교화했다하나 나는 그것을 취하지도 아니했고
무궤령자치撫几令自媸 안석을 어루만지며 스스로 추한 꼴만 보이고 있네.
문선文選 사조재군와병謝跳在郡臥病>詩에
‘가방료가천嘉魴聊可薦 록의방독지綠蟻方獨持’라 하였는데
주註에 “선왈銑曰 록의綠蟻 주야酒也”라 하였다.
►‘잔 상觴’ 잔盞. 잔을 내다
►경장瓊漿 미주美酒(=경장옥액琼浆玉液 옥액경장玉液琼浆)
신선이 먹는 음료나 좋은 술을 말하는데 하사한 약주를 두고 이른 말.
화작기진華酌旣陳 유경장사有瓊漿些 화려한 술자리 여니 경장이 있도다.
/<초사楚辭 초혼招魂>
●사약온賜藥醞 약주를 하사하다
수작신선고본료誰作神仙固本醪 누가 신선이 마시는 약주를 만들었나
경장일음속연도瓊漿一飮俗緣逃 경장을 한번 마시면 속세 인연 사라지네
도연취와북창하陶然醉臥北窓下 북창 아래에 얼큰하게 취해 누우니
유유청풍명월고唯有淸風明月高 맑은 바람 불어오고 밝은 달이 높이 떠 있네
/<열성어제列聖御製>卷七 宣祖
►창보傖父 시골뜨기.
비천한 사람(육조 시대 남쪽 사람이 북쪽 사람을 얕보고 한 말)
►옹비擁鼻
안사안유비질按謝安有鼻疾 살펴보니 사안(동진의 재상)이 코에 병이 있어
대인음시對人吟詩 사람을 대하여 시를 읊으면
즉이수옹비이음則以手擁鼻而吟 손으로 코를 막고 읊으니
락하제생洛下諸生 낙양의 여러 학생들이 본받아 따라 했다.
효이위지效而爲之
그래서 웅비는 '시를 읊는다.'라는 의미로 쓴다.
<옹비음擁鼻吟>
동진東晋 때 사안謝安이 낙하서생영洛下書生詠을 읊을 적에
비질鼻疾이 있는 관계로 소리가 탁濁하였는데
당시의 명류名流들이 그것을 본받으려 해도 되지 않으므로
혹은 손으로 코를 가리어 그 소리를 흉내 냈던 데서 온 말이다.
전하여 소리를 길게 빼는 우아한 음영吟詠을 뜻한다./<晉書 謝安傳>
<사안謝安(320-385)>
자 안석安石. 동진東晋 명문인 진군陳郡 양하陽夏(河南省) 출생.
오랫동안 회계會稽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왕희지王羲之 ·지둔支遁 등과 교우,
풍류를 즐기다가 40이 넘은 중년에 비로소 중앙정계에 투신하였다.
처음 정서대장군征西大將軍 환온桓溫의 휘하에서 활약하다가 이부상서의 요직으로 진급하였고
제위帝位를 찬탈하려는 환온의 야망을 저지하였다.
환온이 죽은 뒤 재상이 되었을 때 前秦王 부견苻堅이 100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하는 것을 막았고
383년 형의 아들 사현謝玄과 부견의 군대를 비수底水에서 격파하였다.
국초國初의 왕도王導와 함께 명재상으로 칭송이 높았으며
또 당시의 손꼽는 문화인이기도 하였다.
비수에서 승리를 거둔 지 2년 만에 병사하였다./네이버 지식백과
●교거추흥郊居秋興 성 밖에 거주하는 가을의 흥취/석주石洲 권필權韠(1569-1612)
수연묘옥일상서數椽茆屋一床書 두어 서까래 띠 집에 책이 놓인 책상 하나
생리소연불원여生理蕭然不願餘 먹고 살기 쓸쓸해도 넉넉하길 원치 않으매
무한세간영욕사無限世間榮辱事 세간에는 영예와 치욕한 일 무한히 많건만
독림추수간유어獨臨秋水看游魚 홀로 가을 물가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보네
하엽조잔류엽황荷葉彫殘柳葉黃 연잎은 시들었고 버들잎도 누렇게 물들어
교거물색근중양郊居物色近重陽 성 밖의 물색은 벌써 중양에 가까워졌으나
무인송주첨추흥無人送酒添秋興 술 보내 가을 흥취 더해줄 사람이 없으니
내차한화옹비향奈此寒花擁鼻香 코를 찌르는 이 국화꽃 향기 어이할거나
►루루纍纍(간체자累累) ‘맬 루(누), 쌓을 뢰(뇌), 맬 류(유)纍’ 매다. 얽히다
지쳐서 초라한 모양. 실망한 모양. 새끼로 잇달아 꿴 모양. 주렁주렁한 모양.
●제총요祭塚謠/손곡蓀谷 이달李達(1539-1612?)
백견전행황견수白犬前行黃犬隨 흰둥이 앞서 가고 누렁이 따라가는
야전초제총류류野田草際塚纍纍 들밭 풀 가에는 무덤들 늘어섰네.
로옹제파전간도老翁祭罷田間道 제사 마친 늙은이는 두둑 길에서
일모취귀부소아日暮醉歸扶小兒 손주의 부축 받고 취하여 돌아오네.
●시자질示子姪 아들과 조카에게 말로 하지 않아도 깨우치게 하다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8-1241 고려 의종 22~고종 28)
가련차일신可憐此一身 가여운 이 한 몸
사작백골후死作白骨朽 죽으면 썩어 백골이 되리라
자손세시수배총子孫歲時雖拜塚 자손들 세시마다 비록 절은 하겠지
기어사자역하유其於死者亦何有 그것이 죽은 이에게 무슨 상관있을까
하황백세지후가묘원何況百歲之後家廟遠 하물며 백년 세월 지난 후 집 사당 멀다 하고
녕유운급래성일회수寧有雲伋來省一廻首 어찌 존경을 다하는 마음으로 성묘하고 돌볼까
전유황웅제前有黃熊啼 앞에선 누런 곰이 울고
후유청시후後有靑兕吼 뒤에는 푸른 외뿔소가 울부짖고 있겠지
고금분광공류류古今墳壙空纍纍 예전의 시체가 놓였던 구덩이는 비어서 널려있는데
혼재혼무수득구魂在魂無誰得究 넋이 있고 없는 것 뉘라서 알리요
정좌자사량靜坐自思量 차분히 앉아 스스로 생각해보니
불약생전일배유아구不若生前一杯濡我口 살아생전에 한 잔 술로 입을 적심만 못하네
위향자질도爲向子姪導 아들과 조카들을 이끌어 보려 해도
오로하상함여구吾老何嘗涵汝久 이 늙은이 너희들과 추억에 젖을 날 얼마나 될까
불필격선위不必擊鮮為 생선 두드려 올리는 것 필요하지 않으니
단가근치주但可勤置酒 단지 술만이라도 힘써 올려주게나
지전천관전상삼紙錢千貫奠觴三 천 꿰미 지전 사르고 세잔 술 올려도
사후녕지수불수死後寧知受不受 죽고 난 후 술잔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 어찌 알겠나
후장오불요厚葬吾不要 호화로운 장사도 나는 바라지 않는다
도작막금인소취徒作摸金人所取 도둑 무리들 더듬어 가져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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