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17-3
17 기용器用
3 지로地爐 땅 화로
산방청초야하장山房清悄夜何長 산방山房은 맑고 쓸쓸한데 밤은 어이 긴가?
한척등화와토상閑剔燈花臥土床 한가로이 등불 돋우며 흙마루에 누워 있네.
뢰유지로편요아賴有地爐偏饒我 의지하는 건 땅 화로라 편벽되이 나를 돕고
객래시부자다탕客來時復煑茶湯 손님 올 땐 다시금 차도 설설 끓인다네.
산방 맑고 고요한데 어찌 밤은 이리 긴지
한가로이 등불 끄고 흙마루에 누웠다네.
흙 화로 의지되어 내 더욱 넉넉하니
손님이 오실 때면 매번 찻물 끓인다네
►지로地爐 실내 난로. 봉당 가운데 만든 화로. 땅을 파서 불을 피운 화로
●설야雪夜 눈 오는 밤/김시습金時習(1435-1493 세종17~성종24)
분분비설쇄한첨紛紛飛雪洒寒簷 분분하게 하는 눈이 찬 처마에 뿌리는데
월색훈창영세염月色薰窓映細簾 달빛이 창에 흐릿하게 가는 발에 비친다.
지로화소항자난地爐火燒炕子暖 땅 화로[地爐]에 불타서 구들[炕子]이 따뜻한데
옹금고와의염염擁衾高臥意懕懕 이불 두르고 높이 누워 마음 편안하다.
●동일冬日 겨울날/범성대范成大(1126-1193)
골돌무연설야장榾柮無烟雪夜長 땔나무가 활활 타는 눈 내리는 밤은 긴데
지로외주난여탕地爐煨酒暖如湯 난로에서 데운 술이 탕약처럼 따스하네
막진노부무반정莫嗔老婦無盤飣 안주 없다 마나님을 타박하지 마시게나
소지회중우율향笑指灰中芋栗香 미소 지며 재속의 밤 익는 냄새 가리키니
/<사시전원잡흥四時田園雜興> 60首
●한산시寒山詩/한산자寒山子(6??-6?? 唐)
구주한산범기추久住寒山凡幾秋 한산에서 산지 무릇 몇 해던가
독음가곡절무우獨吟歌曲絶無憂 혼자 노래를 읊조리니 근심하나 없구나
봉비불엄상유적蓬扉不掩常幽寂 사립문을 닫지 않으니 항상 깊고 고요하니
천용감장장자류泉涌甘漿長自流 샘에서 늘 솟아나는 단물은 절로 흐르네
석실지로사정비石室地爐砂鼎沸 봉당 가운데 만든 질화로는 모래인데 의론이 분분하다
송황백명유향구松黃栢茗乳香甌 송홧가루는 잣나무의 싹이며 유향 수지를 사발에 담아뒀네
기찬일립가타약飢餐一粒伽陀藥 굶주릴 때 먹는 한 알의 약은 부처님의 말씀이며
심지조화의석두心地調和倚石頭 마음의 본바탕은 조화로워 돌 머리에 몸을 기대네
►뢰유賴有 의지 하다.
‘의뢰할 뢰(뇌)賴’ 의뢰하다. 힘입다. 의지依支하다
●고열苦熱 괴로운 찜통더위/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1347-1392)
헌창증울한번장軒窓蒸鬱汗翻漿 창문으로 무더위가 몰려와 즙을 짜듯 땀이 흘러
적일동운주각장赤日彤雲晝刻長 시뻘겋게 달아오른 여름 낮이 모질게도 길다네.
뢰유촌심능사수賴有寸心能似水 의지할 곳 물처럼 잘 통하는 사람들의 인정.
각어염처작청량却於炎處作淸涼 불처럼 뜨거운 곳도 오히려 시원하게 만든다네.
►편요偏饒=편벽偏僻 도회지都會地에서 멀리 떨어짐.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침.
►‘삶을 자煑’ 삶다. 끓이다. 굽다.
'韓詩 > 매월당집梅月堂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월당 시집 제5권 1-1 (0) | 2025.03.07 |
---|---|
매월당 시집 제4권 18 등촉燈燭 (0) | 2025.03.07 |
매월당 시집 제4권 17-2 (7) | 2024.02.29 |
매월당 시집 제4권 17-1 (6) | 2024.02.28 |
매월당 시집 제4권 16 문방文房 (9) | 2024.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