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 唱】
고위불립도방고孤危不立道方高
“고고하게 위세를 부리지 않지만 도는 드높다.”는 것은
설두송조주심상위인처雪竇頌趙州尋常為人處
설두가 조주의 평소에 사람을 지도할 때를 송했음이니
불립현묘不立玄妙 불립고위不立孤危
현묘玄妙함과 고고함을 내세우지 않는지라
불사제방도不似諸方道 총림에서 흔히 말하는
타파허공打破虛空 격쇄수미擊碎須彌 “허공을 타파하고 수미산을 쳐부수며
해저생진海底生塵 수미고랑須彌鼓浪 바다 밑에 티끌이 일고 수미산에 파도가 쳐야
방칭타조사지도方稱他祖師之道 조사의 도에 걸맞다“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소이설두도所以雪竇道 고위불립도방고孤危不立道方高
설두는 “고고하게 위세를 부리지 않지만 도는 드높다”고 말했던 것이다.
벽립만인壁立萬仞 (세상 사람들은) 만 길 벼랑에 서서
현불법기특령험顯佛法奇特靈驗 불법의 기특한 영험을 나타내는 것이
수연고위초준雖然孤危峭峻 비록 고고하고 높다고 하겠지만
불여불립고위不如不立孤危 (조주는) 고고함을 세우지 않아도
단평상자연전록록지但平常自然轉轆轆地
평상시 자연스럽게 또굴 또굴 매끈하게 수행자를 제접한다.
불립이자립不立而自立 위세를 부리지 않아도 저절로 위엄스레 되고
불고이자고不高而自高 높이지 않아도 저절로 높아지며
기출고위機出孤危 방견현묘方見玄妙
상대방과의 주고받는 말[機]속에서 고고함이 우러나와 현묘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소이설두운所以雪竇云 그러므로 설두스님은
입해환수조거오入海還須釣巨鼇 “바다에 들어가면 큰 자라를 낚아야 한다.” 했다.
간타구안종사등한수일어看他具眼宗師等閑垂一語 용일기用一機
안목을 갖춘 종사(조주)는 무심히 말을 한마디 하거나 한 기틀을 써서
부조하현라방不釣蝦蜆螺蚌 직조거오直釣巨鼇 야불방시작가也不妨是作家
새우나 소라는 낚지 않고 대뜸 큰 자라를 낚아 올리니 참으로 작가답다.
차일구此一句 용현전면공안用顯前面公案
이 한 구절로써 본칙 공안을 밝혀준 것이다.
감소동시관계로堪笑同時灌溪老
(설두 송의 3구절에서) “우습다, 같은 시대의 관계스님이여!”하였는데
불견승문관계不見僧問灌溪
듣지 못하였는가? 어떤 스님이 관계지한灌溪志閑(?-895)에게 물었다.
구향관계久響灌溪 “관계스님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래인데
급호도래及乎到來 막상 와 보니
지견개구마지只見箇漚麻池 삼[麻]이나 축일 정도의 작은 웅덩이로군.”
계운溪云 여지견구마지汝只見漚麻池 차불견관계且不見灌溪
“자네는 삼 축일 정도의 작은 웅덩이만 보고 관계는 보질 못하는구나.”
승운僧云 여하시관계如何是灌溪 “어떤 것이 관계灌溪(흘러가는 개울물)입니까?”
계운溪云 벽전급劈箭急 “쏜살같은 급류이지.”
우승문황룡又僧問黃龍 또 어떤 스님이 黃龍慧南(1002-1069)에게 물었다.
구향황룡久響黃龍 급호도래及乎到來 지견개적반사只見箇赤斑蛇
“황룡스님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래인데 막상 와 보니 붉은 점박이 뱀만 보이는군요.”
룡운龍云 자지견적반사子只見赤斑蛇 차불견황룡且不見黃龍
“자네는 붉은 점박이 뱀만 보았지 황룡은 보지 못하는구나.”
승운僧云 여하시황룡如何是黃龍 “어떤 것이 황룡입니까?”
룡운龍云 타타지拖拖地 “꿈틀꿈틀 기어간다.”
승운僧云 홀우금시조래시여하忽遇金翅鳥來時如何
“갑자기 금시조金翅鳥(용을 잡아먹는 새)를 만났을 때는 어떻습니까?”
룡운龍云 성명난존性命難存 “목숨을 보존하기 어렵겠지.”
승운僧云 임마즉조타식담거야恁麼則遭他食噉去也 “그렇다면 그 금시조를 만나면 먹히겠군요.”
룡운龍云 사자공양謝子供養 “그대의 공양에 감사드리오.”
차총시립고위此總是立孤危 시즉야시是則也是
이상의 얘기는 모두가 고고한 경지를 세운 것이니 옳기는 옳다하겠지만
불면비력不免費力 종불여조주심상용저終不如趙州尋常用底
너무나 힘(인위적 조작)을 쓴 것이므로 조주가 평상시 했던 것과는 같지 못한 것이다.
소이설두도所以雪竇道 그러므로 설두스님은
해운벽전역도로解云劈箭亦徒勞
“쏜살같은 급류라 말할 줄은 알았지만 부질없는 헛수고였다.”한 것이다.
지여관계황룡只如灌溪黃龍 즉차치即且致
관계와 황룡과의 경우는 그만두더라도
조주운趙州云 조주가 말한
도려도마渡驢渡馬 “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넌다.”는 것을
우작마생회又作麼生會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시변간試辨看 가려보아라.
►전록록지轉轆轆地 자유자재로 움직이다.
►구마지漚麻池 삼을 담그기 위해 파 놓은 웅덩이.
마麻 표면불평表面不平 마麻는 표면이 평평하지 않음임.
불광활不光滑 광활光滑(빛나면서 매끄러움)하지 않음임.
여저종지일면광일면마如這種紙一面光一面麻
예컨대(如) 이러한 종류의 종이는 한 면은 빛나고 한 면은 마麻다.
마우면부두반麻又面部痘瘢
마麻는 또 얼굴 부분의 두반痘瘢(두창의 흉터)임.
►승문황룡僧問黃龍
승僧은 <전등록傳燈錄>21 고산지악鼓山智岳으로 되어 있음.
지악智岳 오대승五代僧 복주인福州人(금속복건今屬福建)
유방참악주황룡불계游方參鄂州黃龍不契
유방하다가 악주 황룡을 참했으나 계합하지 못했고
반민알고산신안국사득법返閩謁鼓山神晏國師得法
민閩으로 돌아가 고산 신안국사神晏國師를 알현해 득법했다.
의주불거依住不去 신안적神晏寂 계주장석繼主丈席
의주依住하며 떠나지 않다가 신안이 寂하자 장석을 繼主했다.
서호署號는 료종대사了宗大師/전등록傳燈錄21
►황룡黃龍
황룡회기黃龍晦機(회기誨機) 당대승唐代僧 청하인淸河人 성장姓張
초참암두전활初參巖頭全奯 처음 암두전활巖頭全奯을 참알參謁하고
후사사현천산언後師事玄泉山彦 뒤에 현천산언玄泉山彦을 사사師事하여
득사기법得嗣其法 그의 법 이음을 얻었다.
당唐 천우天祐(904-907)
유화지악주遊化至鄂州(호북湖北)황룡산黃龍山
유화遊化하다가 악주鄂州(호북) 황룡산黃龍山에 이르자
절수시봉전건법우節帥施俸錢建法宇
절수節帥가 봉전俸錢을 보시布施하여 법우法宇를 건립했으며
주사자의호초혜대사奏賜紫衣號超慧大師
주청奏請하여 자의紫衣와 초혜대사超慧大師란 호를 주었다.
대장법석大張法席 법석을 크게 벌렸다/조당집祖堂集12 전등록傳燈錄23
►황룡黃龍 황룡혜남黃龍慧南(1002-1069)
►타타지拖拖地 뱀이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모양.
형용서서전진모形容徐徐前進貌 서서히 전진하는 모양을 형용.
►금시조金翅鳥 가루다garuda. 용을 잡아먹는다는 전설의 큰 새.
►성명性命 사람의 천성天性과 천명天命.
유정지성여명야有情之性與命也 유정有情의 성性과 명命임.
►비력費力↔省力. 인위적으로 힘을 쓰다. 수고하다.
/2014-09-18 23: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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