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則과 着語】
거舉 거론하다.
앙산문삼성仰山問三聖 앙산이 삼성에게 물었다.
여명십마汝名什麼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명실상탈名實相奪 명분과 실상을 모두 빼앗는다.
구적파가勾賊破家 도적을 끌어들여 집안이 망하였구나.
성운聖云 혜적惠寂 “혜적慧寂입니다.”
좌단설두坐斷舌頭 혀를 옴짝 달짝 못하게 했네.
참기탈고攙旗奪鼓 (적군의) 깃대도 빼앗고 북도 빼앗아버렸다.
앙산운仰山云 혜적시아惠寂是我 “혜적은 바로 나다.”
각자수봉강各自守封疆 각자 자기의 영역을 지키는군.
성운聖云 아명혜연我名惠然 “저의 이름은 혜연慧然입니다.”
료불리탈鬧巿裏奪 시끄러운 저자 속에서 빼앗겼다.
거피차각수본분去彼此卻守本分 피차가 각각 본분을 지켰다.
앙산가가대소仰山呵呵大笑 앙산은 껄껄대며 크게 웃었다.
가위시개시절可謂是箇時節 상황에 딱 들어맞는 기연이라 말할 만하군.
금상포화錦上鋪花 금상첨화이다.
천하인부지락처天下人不知落處 천하 사람들이 귀착점을 알지 못했다.
하고何故 토광인희土廣人稀 상봉자소相逢者少
왜냐하면 국토는 넓고 사람은 적으며 서로 만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일사암두소一似巖頭笑 우비암두소又非巖頭笑 암두의 웃음과 닮았지만 암두의 웃음도 아니다.
일등시소一等是笑 위십마각작량단為什麼卻作兩段 똑같은 웃음인데 무엇 때문에 서로 다를까?
구안자시정당간具眼者始定當看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다.
►앙산仰山 앙산혜적仰山慧寂(807-883)
►삼성三聖 삼성혜연三聖慧然(?-?)
►구적파가勾賊破家=구적파가拘賊破家. 도적을 끌어들여 집안이 망하다.
‘글귀 구/올가미 구, 글귀 귀勾’ ‘잡을 구拘’
‘勾賊’ 도적을 초대함. ‘勾’=초招.
<밀암어록密菴語錄>
세존념화世尊拈花 구적파가句賊破家 세존의 염화는 도적을 불러들여 집을 파괴함이며
가섭미소迦葉微笑 성전실조聲前失照 가섭의 미소는 소리 앞에 비춤을 잃음이다.
►성운聖云 혜적惠寂 “혜적慧寂입니다.”
삼성이 앙산의 이름인 ‘혜적’이라 대답한 것은 상대방을 포괄하여 주객의 상대를
초월하고 人·境을 다 함께 빼앗은 평등절대의 세계를 나타내려는 것이다.
父母未生 이전에는 내가 그이고 그가 나이다.
앙산이 삼성을 絶對無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하니까
삼성은 오히려 이렇게 앙산을 평등의 세계에 감싸 버리고 만 것이다.
여기에는 그와 나라는 차별이 없으니 말하자면 賓主交換의
‘기기상응機機相應 구구상투句句相投’의 훌륭한 작용이라 하겠다.
►혜적시아惠寂是我 뭐, 혜적? 그건 내 이름이야.
상대방이 人·境을 아울러 빼앗은 平等一如의 세계로 나오니까 앙산은
人·境 모두를 빼앗지 않는 차별의 세계, 긍정의 입장에서 응한 것이다.
원오는 ‘각자수봉강各自守封疆 각자 자기의 영역을 지키는군’이라 착어했다
앙산은 앙산이고 삼성은 삼성인 것이다.
►아명혜연我名惠然 “제 이름은 혜연慧然입니다.”
앙산이 그래 나온다면 나도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즉시 긍정의 입장에서 반격했다.
►앙산가가대소仰山呵呵大笑 앙산은 껄껄대며 크게 웃었다.
시원하고 유쾌한 웃음에 원오는
‘가위시개시절可謂是箇時節 바로 지금이 웃을 때이다’라고 맞장구 치고는
다시 두 사람이 서로 자유자재로 賓主交換하는데 대해
‘금상포화錦上鋪花 비단 위에 꽃을 깐 듯 둘 다 훌륭하다’고 칭찬 했다.
►일사암두소一似巖頭笑 암두의 웃음과 비슷하다(66칙 참조)
►시정당간始定當看=시정당간試定當看. 시험 삼아 점검해보라.
‘비로소 시始’ ‘시험 시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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