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 唱】
저개공안這箇公案 산승山僧 이 공안은 산승(원오)이
구일재성도舊日在成都 지난날 성도成都에 있으면서
참진각參真覺 진각眞覺선사를 참방하여 물었던 것이다.
각운覺云 그때 진각선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소간마조제일구只消看馬祖第一句 자연일시리회득自然一時理會得
“다만 마조가 처음 한 대답만 잘 보면 본칙공안을 자연히 단박에 알 수 있다”
차도저승且道這僧 말해보라, 저 스님은
시회래문是會來問 불회래문不會來問 알고서 물었을까 모르고서 물었을까?
차문불방심원此問不妨深遠 이 물음이 심오하다 하겠다.
리사구자離四句者 “사구四句를 여읜다.”는 것은
⓵유有 있음
⓶무無 없음
⓷비유비무非有非無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음
⓸비비유非非有 비비무非非無 있지 않음도 아니고 없지 않음도 아님이다.
리차사구離此四句 절기백비絕其百非
이 사구를 여의면 오만가지의 잘못된 생각[百非]이 끊긴다.
지관작도리只管作道理 불식화두不識話頭 토두뇌불견討頭腦不見
그저 말로써 이러쿵저러쿵 하면 화두話頭를 모르고 핵심을 찾아볼 수 없다.
약시산승若是山僧 만일 산승(원오)이라면
대마조도료待馬祖道了 마조의 말이 끝나자마자
야편여전좌구也便與展坐具 례삼배禮三拜 곧 바로 坐具를 펴 3배하고서
간타작마생도看他作麼生道 마조가 어떻게 말하는가를 보았을 것이다.
당시마조當時馬祖 약견저승래若見這僧來 만일 내가 당시에 마조이었다면 승이 찾아와
문리사구절백비問離四句絕百非 “사구를 여의고 백비를 끊고서
청사직지모갑서래의請師直指某甲西來意
스님께서는 저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곧바로 가르쳐 주십시오” 물었을 때
이주장以拄杖 벽척편봉간출劈脊便棒趕出 간타성불성看他省不省
등줄기를 방망이로 갈겨 내쫓아내고서 깨달았는지 않았는지를 살펴봤을 것이다.
마대사馬大師 지관여타타갈등只管與他打葛藤
마조는 오로지 그에게 말을 해 주었기 때문에
이지저한以至這漢 당면차과當面蹉過 갱령거문지장更令去問智藏
이 승이 서로 마주하고도 몰라보고 다시 지장스님에게 물었던 것이다.
수부지마대사殊不知馬大師 래풍심변來風深辨
이는 마조가 찾아온 자를 잘 분별할 줄 몰랐기 때문이라 하겠다.
저승몽동這僧懞懂 주거문지장走去問智藏 장운藏云
이 승이 어리석게도 지장에게 달려가 묻자 지장이 말했다.
하불문화상何不問和尚 “왜 마조스님에게 묻질 않았더냐?”
승운僧云 화상교래문和尚教來問 “스님이 당신을 찾아가서 물으라고 하였습니다.”
간타저사자看他這些子 찰착편전拶著便轉 갱무한가처更無閑暇處
그가 조금만 살펴보고 내질러 몸을 비꼈더라면 결코 부질없는 짓이 없었을 것이다.
지장운智藏云 그러나 지장이
아금일두통我今日頭痛 “나는 오늘 머리가 아파서
불능위여설득不能為汝說得 그대에게 말할 수 없으니
문취해형거問取海兄去 회해 사형에게 가서 묻도록 하게” 하니
저승우거문해형這僧又去問海兄 이 승은 또다시 회해 사형을 찾아가 물었고
해형운海兄云 회해사형은
아도저리각불회我到這裏卻不會 “나도 여기에 이르러서는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차도위십마且道為什麼 말해보라, 무엇 때문에
일인도두통一人道頭痛 한 사람은 머리가 아프다 하였고
일인운불회一人云不會 한 사람은 모른다고 말하였을까?
필경작마생畢竟作麼生 결국은 무엇일까?
저승각회래這僧卻回來 거사마대사舉似馬大師 사운師云
승이 다시 되돌아와 이 일을 마조에게 말씀드리자 마조가 말했다.
장두백해두흑藏頭白海頭黑 “지장의 머리는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다.”
약이해로복탁若以解路卜度 각위지상만卻謂之相瞞
이를 알음알이로 헤아린다면 이는 돌아가면서 그 스님을 속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유자도有者道 어떤 사람은
지시상추과只是相推過 “이는 서로가 떠맡겨버렸다” 하고
유자도有者道 어떤 사람은
삼개총식타문두三箇總識他問頭 소이부답所以不答
“세 사람 모두가 그의 물음을 알았었기에 답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총시박맹지總是拍盲地 이는 모두 눈먼 것이다.
일시장고인제호상미一時將古人醍醐上味 착독약재리허著毒藥在裏許
이는 일시에 옛사람의 으뜸가는 제호에다가 독약을 부어넣은 격이다.
소이마조도所以馬祖道 그러므로 마조가 말했다.
대여일구흡진서강수待汝一口吸盡西江水 즉향여도即向汝道
“그대가 한입으로 서강의 물을 다 마시면 그때 말해주리다”
여차공안일반與此公案一般 본칙공안도이 西江水 공안과 뜻이 같다.
약회득장두백해두흑若會得藏頭白海頭黑
따라서 “지장스님의 머리는 희고 회해스님의 머리는 검다”는 말을 알 수 있다면
편회서강수화便會西江水話 바로 ‘서강의 물’의 화두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승這僧 장일첨몽동將一檐懞懂 환득개불안락換得箇不安樂
이 승은 한 짐 가득한 어리석음을 짊어지고 편안하지 못한데다가
갱로타삼인존숙更勞他三人尊宿 세 큰스님까지 괴롭히면서
입니입수入泥入水 진흙과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했지만
필경저승부별지畢竟這僧不瞥地 끝내 스님은 깨닫지 못하였다.
수연일임마雖然一恁麼 비록 한결같이 이와 같이 하였지만
저삼개종사這三箇宗師 각피개담판한卻被箇擔板漢 감파勘破
세 종사는 이 외통수[擔板漌]에게 감파를 당한 것이다.
여금인如今人 지관거어언상只管去語言上 작활계운作活計云
요즈음 사람은 오로지 말만 가지고 따지며
백시명두합白是明頭合 흑시암두합黑是暗頭合
“희다는 것은 밝음에 일치하고 검다는 것은 어둠에 일치한다.” 하여
지관찬연계교只管鑽研計較 천착하여 헤아릴 뿐
수부지殊不知 고인일구절단의근古人一句截斷意根
옛사람(마조)의 한 구절이란 알음알이[意根]를 끊는 것임을 몰랐다.
수시향정맥리須是向正脈裏 자간시득온당自看始得穩當
이는 반드시 핵심[正脈]을 꿰뚫어야 만이 온당함을 얻을 수 있다.
소이도所以道 그러므로 낙포원안洛浦元安이 말했다.
말후일구末後一句 시도뢰관始到牢關
“맨 끝의 한 구절이 비로소 견고한 관문에 이르렀다”했는데
파단요진把斷要津 이는 요새가 되는 나루터를 꽉 틀어막아
불통범성不通凡聖 성인도 범부도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약론차사若論此事 이 일을(깨달음) 논한다면
여당문안일구검상사如當門按一口劍相似 의의즉상신실명擬議則喪身失命
문 앞에서 한 자루 칼을 어루만지는 것과 같아서 머뭇거리기만 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
우도又道 또 반산보적盤山寶積이 이렇게 말했다.
비여척검휘공譬如擲劍揮空 막론급지불급莫論及之不及
비유하면 칼을 빼어 허공을 휘두르는 것과 같으니 됐는지 안됐는지를 말하지 말라
단향팔면령롱처회취但向八面玲瓏處會取
다만 팔면이 영롱한(분별심이 없는) 곳에서 깨달아야 할 것이다.
불견고인도不見古人道 듣지 못하였느냐, 옛사람의 말을,
저칠통這漆桶 혹운或云 야호정野狐精 혹운或云 할한瞎漢
‘이 깜깜한 먹통아!’ ‘여우같은 정령아!’ ‘장님아!’
차도여일봉일갈且道與一棒一喝 시동시별是同是別
말해보라, 이는 일방일갈一棒一喝과 같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것일까?
약지천차만별若知千差萬別 지시일반只是一般 자연팔면수적自然八面受敵
천차만별이라 하나 한가지임을 알면 자연히 팔방에서 대적할 수 있게 된다.
요회장두백해두흑마要會藏頭白海頭黑麼
“지장의 머리는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다”는 말을 알고 싶은가?
오조선사도五祖先師道 나의 은사 五祖께서 말씀하신 바 있다.
봉후선생封后先生 “봉후선생封后先生이라”고
(백성을 잘 다스리는 어르신네, 封은 風과 음이 통함)
설두송운雪竇頌云 설두의 송은 다음과 같다.
►진각眞覺 유승진각惟勝眞覺.
송대승宋代僧. 동천潼川(四川三台) 라씨羅氏. 득법어황룡혜남得法於黃龍慧南.
시황벽석허時黃檗席虛 서주태수위황룡택주瑞州太守委黃龍擇主
당시에 황벽의 법석이 비자 서주태수가 황룡에게 위임해 주지를 선택하게 했다.
황룡왈黃龍曰 도득자주황벽道得者住黃檗
황룡이 가로되 도득道得하는 자가 황벽에 주지한다.
승출왈勝出曰 맹호당로좌猛虎當路坐
유승이 나가 가로되 맹호가 당로當路에 앉았습니다.
수응명遂應命 도풍대진道風大振
드디어 응명應命했고 도풍을 크게 떨쳤음/보등록普燈錄4 오등회원五燈會元17
►두뇌頭腦 단서 실마리. 관점. 요점.
►타갈등打葛藤 많은 말을 하다.
►래풍심변來風深辨=深辨來風. 화살을 쏘기 전에 바람 부는 방향을 잘 살피는 것.
‘상대방을 간파하다.’
►상추과相推過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다.
►박맹지拍盲地 눈뜬 장님.
►당문當門 當面. 면전. 목전.
►우도又道
<오등회원五燈會元>3 반산보적盤山寶積
비여척검휘공譬如擲劒揮空 비유컨대 검을 던져 허공에 휘두르면
막론급지불급莫論及之不及 미치거나 미치지 못함을 논하지 않고
사내공륜무적斯乃空輪無迹 이것은 곧 공륜空輪이 흔적이 없으며
검인무휴劒刃無虧 칼날도 이지러지지 않음과 같다.
약능여시若能如是 심심무지心心無知 만약 능히 이와 같다면 마음마다 앎이 없어
전심즉불全心卽佛 전불즉인全佛卽人 온 마음이 곧 부처며 온 부처가 곧 사람인지라
인불무이人佛無異 시위도의始爲道矣 사람과 부처가 다름이 없어 비로소 도가 된다.
►불별지不瞥地 영리하지 못하다. ‘地’ 어조사
►온당穩當 확실하다. 분명하다.
►일구검一口劍 한 자루의 검.
►팔면수적八面受敵 역량이 대단하다. 능수능란하다.
►봉후선생封后先生=풍후선생風后先生. 병법에 통달했다는 전설적인 인물.
여기에서는 ‘活句’의 뜻이다.
의즉령리한意卽伶俐漢 뜻은 곧 영리한伶俐漢.
봉후封后 위상고지인爲上古之人 봉후封后는 상고上古의 사람이며
황제상어몽중견지黃帝嘗於夢中見之 황제黃帝가 일찍이 꿈속에서 보았고
후내구지위재상後乃求之爲宰相 후에 곧 그를 구해서 재상으로 삼았다.
전지능계기입리지령리사승轉指能契機入理之伶俐師僧
전轉하여 능히 계기입리契機入理하는 영리한 사승師僧을 가리킴.
<석씨계고략釋氏稽古略>1 황제유웅씨黃帝有熊氏
거풍후擧風后 력목力牧 견산犬山 계상稽常 선대先大 홍득륙상鴻得六相
풍후·역목·견산·계상·선대·홍득 6 재상을 천거했으니
이천지치신명지而天地治神明至
천지가 다스려지고 신명神明이 이르렀다.
'語錄 > 벽암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암록 73칙 頌 評唱 (0) | 2024.05.14 |
---|---|
벽암록 73칙 頌 着語 (0) | 2024.05.14 |
벽암록 73칙 本則 着語 (0) | 2024.05.14 |
벽암록 73칙 垂示 (0) | 2024.05.14 |
벽암록 72칙 頌 評唱 (0) | 2024.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