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31
묘묘한산도杳杳寒山道 아득하다, 한산 가는 길
낙락냉간빈落落冷澗濱 쓸쓸하다, 차가운 시냇가 물가
추추상유조啾啾常有鳥 언제나 조잘대는 새소리 있고
적적갱무인寂寂更無人 고요한데다가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석석풍취면淅淅風吹面 솔솔 바람은 얼굴로 불어오고
분분설적신紛紛雪積身 분분히 내리는 눈은 내 몸 위로 쌓인다
조조불견일朝朝不見日 아침마다 뜨는 해를 보지 못하고
세세부지춘歲歲不知春 해마다 봄이 된 줄도 알지 못했다
아득히 먼 한산寒山 길
쓸쓸하고 차가운 개울가.
짹짹 우는 새는 늘 있지만
괴괴하니 사람 더욱 없네.
쏴쏴 부는 바람 얼굴 스치고
펄펄 내리는 눈 몸에 쌓이네.
아침마다 해 보이질 않고
해마다 봄을 모르겠네.
►묘묘杳杳 아득히 먼 모양.
►낙락落落 남과 서로 어울리지 않음.
►빈濱 물가.
►추추啾啾 새나 벌레들이 찍찍거리고 우는 소리.
►적적寂寂 ①괴괴하고 조용함. ②외롭고 쓸쓸함.
►갱更 더욱.
►석淅 쓸쓸하다. 비바람소리.
►분분紛紛 흩날리는 모양이 뒤섞이어 어수선함.
이 시는 각 시구의 첫 부분이 모두 두 글자로 구성되어
무엇을 설명하거나 묘사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 시는 독특하여 더욱 읽는 재미와 묘미가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묘묘杳杳 아득히 멀다.
낙락落落 쓸쓸하다.
추추啾啾 짹짹(찍찍) 울다.
적적寂寂 괴괴하다. 적막하다.
석석淅淅 쏴쏴(씽씽) 바람이 불다.
분분紛紛 펄펄 눈이 내리다.
조조朝朝 아침마다.
세세歲歲 해마다.
한산은 이 시로써 ‘한산 길’을 묘사하고 있다.
‘한산 길’은 득도得道의 길이나 인생길을 나타낸다.
득도의 길 혹은 인생길은 짧고 평탄한 길이 아니다.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여럿이 흥청거리며 재미있게 가는 길이 아니다.
혼자서 가야하는 외롭고 쓸쓸한 길이다.
그래서 한산은 “아득히 먼 한산寒山 길!”
하고 서두에 이 시의 주제를 제시한다.
그리고는 끝까지 그
‘아득히 먼 한산 길’을 걸어가면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면서 묘사해 나간다.
‘쓸쓸하고 차가운 개울가’ ‘괴괴한 분위기에 사람 없음’
‘얼굴 스치는 바람’ ‘몸에 쌓이는 눈’
‘아침마다 보이지 않는 해’ ‘해마다 알 수 없는 봄’ 등은
멀고도 험난한 ‘한산 길’을 상징한 말들이다.
이러한 온갖 난관을 뚫고 도道를 얻어 완성했을 때
비로소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리라.
/innerlight34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