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30
백운고차아白雲高嵯峨 흰 구름 산 위에 높이 떠 있고
록수탕담파淥水蕩潭波 푸른 물은 맑은 못에서 일렁인다.
차처문어부此處聞漁父 이곳에서 어부들 소리 들리고
시시고도가時時鼓棹歌 때때로 뱃노래 연주 소리 들린다.
성성불가청聲聲不可聽 소리 소리마다 다 들을 수 없으니
령아수사다令我愁思多 나를 근심하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수위작무각誰謂雀無角 누가 참새에게 뿔이 없다고 하나
기여천옥하其如穿屋何 그것들이 지붕을 뚫는 것을 어찌 생각할까
험준한 산엔 흰 구름 높이 떠있고
드넓은 못엔 푸른 물 일렁이네.
어부들 때때로 노 두드려 부르는
노랫소리 이곳까지 들려오네.
나를 시름겹게 하는
저 소리 차마 못 듣겠네.
참새에 부리 없다 누가 말했나?
지붕 뚫는 저것은 무엇인가?
►차아嵯峨 산이 높고 험함. ‘嵯’ 우뚝 솟다. 가파르다. 울쑥불쑥하다. ‘峨’ 높다.
►탕蕩 흔들리다. 움직이다. 광대하다(넓고 크다). 늪.
►도가棹歌 뱃노래. 뱃사공이 노를 저어 가며 부르는 노래. ‘棹’ 노.
►수사愁思 근심스런 생각.
►수위작무각誰謂雀無角 기여천옥하其如穿屋何
이와 유사한 대목이 <시경詩經>에 나온다.
수위작무각誰謂雀無角 참새에 부리 없다 누가 말했던가?
하이천아옥何以穿我屋 무엇으로 우리 지붕 뚫었겠는가?”/<詩經 召南 行露>
산은 높고 험하고 가파르다.
그 산 위에 흰 구름이 높이 떠있다.
그 산 아래 에 있는 드넓은 연못의 푸른 물결은 바람에 출렁인다.
그런데 그 연못에서 고기 잡는 사람들이 가끔씩 노를 두드려
그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노랫소리가 이 시의 화자가 있는 곳까지 들려온다.
그 노랫소리는 너무나 구슬퍼 화자로 하여금
근심어린 생각을 많이 불러일으키니 시름에 겨워 차마 들을 수가 없다.
누가 참새에게 부리가 없다고 말했는가?
그렇다면 지붕을 뚫는 것처럼 내 몸을 뚫고 들어오는 저것은 무엇인가?
“험준한 산엔 흰 구름 높이 떠있고
드넓은 못엔 푸른 물 일렁이네.”는
화자가 지금 처해 있는 곳의 주위 배경을 나타낸 말이다.
“어부 때때로 노 두드려 부르는
노랫소리 이곳까지 들려오네.
나를 시름겹게 하는
저 소리 차마 못 듣겠네.”는
화자가 어부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느낀 감정을 읊은 시구들이다.
어부들은 힘겹게 고기를 잡다가 가끔씩 휴식을 취하면서
노랫가락으로 신세타령을 하거나 힘겨운 삶에서 오는 수심愁心을 달랬을 것이다.
화자가 그 구슬픈 노랫소리를 들으니 자신도 이런저런 근심에 찬 생각들이
자꾸만 떠올라 견디기가 어려워지니 “저 소리 차마 못 듣겠네.” 하고 읊조린다.
고기잡이들의 노랫소리가 너무나 애절했던 것이리라.
그렇지만 그 애절한 노래에는 어부들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삶의 진실을 깨닫게 해주기도 했을 것이다.
“참새에 부리 없다 누가 말했나?
지붕 뚫는 것 같은 저건 무엇인가?”
이는 참새가 부리로 지붕을 뚫고 들어와 둥지를 틀듯이 어부들의 애절한 노랫소리가
화자의 몸을 뚫고 들어와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며
수심에 가득 차게 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로 볼 수 있다.
그들의 노래에는 뾰족한 송곳도 부리도 뿔도 달려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화자의 몸을 뚫고 폐부를 뚫는다.
저 구슬픈 노래에 송곳이 없다 누가 말했나?
지금 나를 뚫고 들어오는 저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참고로 힘든 어부의 삶을 노래한 시 한수를 여기에 소개한다.
중국 송나라 때 사람 범중엄范仲淹의 시이다.
강상왕래인江上往來人 강 위에 왕래하는 사름들
단애노어미但愛鱸魚味 농어 맛만 좋아하네.
군간일엽주君看一葉舟 그대 저 조각배를 보구려
출몰풍파리出沒風波裏 풍파 속에 출몰하네.
/innerlight34님의 블로그
가부좌 틀고 앉은 모습이야 바위 같아도
마음은 온통 세상일
용암처럼 들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