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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寒山詩

寒山詩 62

寒山詩 62

약인봉귀매若人逢鬼魅 비록 그대 귀신을 만나더라도

제일막경구第一莫驚懼 첫째로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이경막채거倷硬莫采渠 그를 꼭 잡으려고도 하지도 마라

호명자당거呼名自當去 그 이름 부르면 스스로 떠나리라.

 

소향청불력燒香請佛力 향불을 살라 부처님 힘을 빌고

예배구승조禮拜求僧助 예배를 드려 스님의 도움을 구하라.

문자정철우蚊子釘鐵牛 마치 모기가 쇠소[鐵牛]를 무는 듯

무거하자처無渠下觜處 거기 주둥이 붙일 곳 없으리라.

 

 

사람이 도깨비를 만나거든

첫째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마음을 침착하고 굳게 먹고 놈을 잡지 말라.

이름을 부르면 스스로 떠날 것이다.

 

향을 사르고 부처님 힘을 청하며

예로써 절하여 스님의 도움을 구하여라.

모기가 쇠 소를 물 듯하여

놈은 부리를 댈 곳이 없을 것이다.

 

 

귀신을 쳐부수라.

부처님을 믿고 열심히 예배하라.

망상을 망상으로 바로 알면 망상은 사라진다.

 

미혹한 것에 현혹되지 말고 참된 불도를 닦으라.

쇠 소처럼 나아가면 귀신이 사라지리라.

 

​►귀매鬼魅 도깨비, 요괴, 귀신. 두억시니. ‘매魅’ 도깨비. 요괴.

​►호명呼名 귀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정叮 찌르다. 벌이 쏘거나 모기가 물다.

​►자觜 부리.

 

 

●이승하의 시 읽기(62)/체념(김달진) 2017. 11. 30.

 

체념/김달진

 

봄 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은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몰려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달굴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

다채로운 행복을 삼가고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면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예술부락』제3호>(1946. 6)

 

 

짝사랑은 참 괴로운 사랑이다

짝사랑의 괴로움을 애절하게, 비통하게 노래한 시다.

오매불망, 미치도록 그리워하는데 차마 다가가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그 괴로움이 얼마나 컸으면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이라고 했겠는가.

연모의 대상이 기혼자일 때, 사랑하는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어야 할 뿐,

두 사람이 행복을 꾀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윤리관이다.

 

시인은 그로 말미암은 괴로움을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라고 했다.

체념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 되니 그저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볼 뿐이다.

 

그 몸짓이 애처롭다.

시인이 마흔 살 때 쓴 시.

누구를 짝사랑했던 것일까?/이승하

 

 

김달진(1907∼1989)은 시인이며 한학자였다.

본관은 김해金海. 경상남도 창원 출생. 김규석金圭奭의 2남 2녀 중 차남이다.

 

금강산 유점사楡岾寺, 경상남도 백운산白雲山 등에 입산하여 수도 생활을 하였으며

광복 후에는 유점사에서 하산하여

동아일보사에 잠시 근무하다 대구ㆍ진해 등지에서 교편을 잡았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동양고전과 불경번역사업에 진력하여

<고문진보古文眞寶> <장자(莊子> <법구경法句經> <한산시寒山詩> 등의 역서를 남겼다.

 

생애의 대부분을 산간이나 향리에서 칩거하였으며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계속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시세계를 견지하였다.

 

1929년 <문예공론文藝公論>에 시 <잡영수곡雜詠數曲>을 첫 작품으로 발표하였다.

1930년대에는 <시원詩苑> <시인부락詩人部落> 그리고 광복 후에는 <죽순竹筍> 등의

시 전문지에 동인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시집 <청시靑詩>(1940)를 비롯하여 시전집 <올빼미의 노래>(1983),

장편 서사시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1984)

선시집禪詩集) <한 벌 옷에 바리때 하나>(1990)

수상집 <산거일기山居日記>(1990) 등의 저서를 남기고 있다.

 

그의 시는 동양적 정밀靜謐과 달관의 자세에 기초한 것으로서

세속적 영욕이나 번뇌를 초탈한 절대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청시>는 자연의 순수한 상태에 대한 직관을 통하여

존재의 본질을 통찰하려는 시의식의 출발점에 해당하며

 

<샘물>에서는 이러한 물아일여적物我一如的

상상력이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는 세계 있기에>는 그가 평생 동안 지향하였던 영원하고 절대적인

세계에 대한 동경과 세속의 명리에 대한 부정의 정신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무용無用·무위無爲의 삶에서 진정한 득도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던 그는

무명의 어둠에 잠겨 있는 세속적 삶을 미혹한 환幻으로 보고

그러한 환의 유혹을 타파하기 위하여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를 추구하였다.

 

<씬냉이꽃>에서는 감추어진 자연의 섭리를 포착하는

섬세하고 깊이 있는 시인의 눈길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그는 구체적이고 섬세한 시어와 감각적인 이미지의 조형으로

시적 직관과 상상력을 절묘하게 드러냄으로써 관념과 감성을 조화롭게 표출해보였다.

 

60년간 지속된 그의 시세계는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노장老莊의 무위자연사상을 수용한 청정한 정신주의의 진수를 보여준다.

 

문학사적으로는 한용운韓龍雲에서 조지훈趙芝薰으로 이어지는 동양적 정신세계와

신석정辛夕汀 등의 불교적·노장적 시세계를 독자적으로 계승하였다는 의의를 가진다.

 

또한 말년에 간행한 <한국선시韓國禪詩>와 <한국한시韓國漢詩>는

그의 오랜 역경 사업이 한데 집약된 기념비적인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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