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63
호호황하수浩浩黃河水 넓고 넓어라 黃河여
동류장불식東流長不息 동으로 쉬지 않고 길이길이 흐르네.
유유불견청悠悠不見淸 흘러도 흘러도 맑아질 때가 없는데
인인수유극人人壽有極 어이 사람 목숨만 끝이 있는지.
구욕승백운苟慾乘白雲 진실로 흰 구름 타고자 한들
갈유생우익曷由生羽翼 무엇으로 날개를 돋게 하리.
유당진발시唯當鬒髮時 오직 머리 검을 때에
행주수노력行住須努力 모름지기 밤낮없이 수행하여 진성에 이르라.
가없이 드넓은 황하의 물이여
동으로 길이 흘러 쉼이 없어라.
아득한 세월 흘러도 맑아짐 없거늘
사람 목숨 저마다 끝이 있네.
진실로 흰 구름 타고자 할진대
무엇으로 날개 돋게 하려나?
오직 머릿결 검을 때
움직일 때나 앉아있을 때나 반드시 노력하라.
►호호浩浩 강 따위가 가없이 드넓음.
►유유悠悠 때가 오랜 모양.
►구苟 진실로. 참으로.
►갈曷 어찌, 어찌하여. 언제, 어느 때. 누가, 누군가. 어찌 ~하지 아니 하냐.
►진발鬒髮 검고 윤이 나며 숱이 많은 아름다운 머릿결.
‘진鬒’ 숱이 많고 검다. 머리털이 검고 윤기가 있다.
황하의 물은 쉴 새 없이 흐르지만 인간의 목숨은 잠깐일 뿐이다.
신선이 되어 흰 구름을 타고자 하나 날개를 돋게 할 방법이 없구나.
모름지기 살아 있을 때 수행을 게을리 말아 진성에 이르자.
<좌전左傳>에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다니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긴가?”라고 했으니
결국 황하의 물이 맑아질 일은 없다는 얘기다.
또 후진後晉시대 왕가王嘉의 <습유기拾遺記>에
“단구丹丘는 천년에 한 번 불에 타고 황하는 천년에 한 번 맑아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어디 그러랴.
황하는 지금도 여전히 누런 황토색 물만 유유히 흐르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만큼 변함이 없음을 이른다.
그런데 사람은 어떠한가?
각자 수명은 다르다지만 한결 같이 너무나 짧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한산은 이렇게 노래한다.
“진실로 흰 구름 타고자 할진대
무엇으로 날개 돋게 하려나?
오직 머릿결 검을 때
움직일 때나 앉아있을 때나 반드시 노력하라.”
‘흰 구름을 탄다.’ ‘날개가 돋는다.’ 등은 신선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도교에서 말하는 진성眞性을 깨달아 진인眞人이 됨을 뜻한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에다 힘도 넘치는 젊은 시절부터
부지런히 도를 닦아야 진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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