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80
벽간천수청碧澗泉水淸 푸른 시내에 샘물이 맑고
한산월화백寒山月華白 천산에는 달빛이 희다.
묵지신자명默知神自明 가만히 앎에 정신이 절로 밝고
관공경유적觀空境逾寂 공空을 觀하매 境이 더욱 고요하다.
푸른 시내 샘물 맑고
한산寒山의 달빛이 희네.
정신이 절로 밝아짐을 묵연黙然히 알며
空을 觀하니 경지 더욱 적정寂靜에 드네.
►한산寒山 중국中國 당唐나라 때의 승려僧侶. 시에 능能했음.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의 풍간선사豊干禪師의 제자弟子.
선도禪道에 오입悟入하여 습득拾得과 함께 문수文殊의 화신化身이라 이름.
►관공觀空 공空에 대해 선禪을 하다.
‘觀’ 어떤 것을 지혜안으로 보다. 선禪을 하다. 명상하다.
‘空’ 모든 사물은 인연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실체가 없다.
►적寂 번뇌 망상이 다 사라져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한 상태. 적정寂靜.
푸른 시내에 흐르는 물은 맑고 차가운 산에는 달빛이 희기만하다.
말없이 지혜를 움직이면 정신은 스스로 맑아지고
空의 진리를 터득하면 세상은 더욱 더 고요해진다.
참으로 그대는 靜中動의 고요를 아는가.
이 시에서 한산寒山은 산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의 이름이기도 하다.
승려僧侶인 그가 한산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이 시의 배경은 한산寒山이다.
한산寒山의 시내는 푸르고 샘물은 맑으며 한산寒山 위에 뜬 달빛은 희다.
시인은 먼저 이렇게 주변의 정경情景을 묘사한다.
이 시의 화자는 이런 곳에 있으니 정신이 저절로 환해진다고 한다.
또 그가 선禪에 잠겨 공空을 관觀하니 그의 경지境地가 더 깊은 적정寂靜에 든다고 노래한다.
선禪은 선나禪那의 준말로 산스크리트어 dhyāna의 음역音譯이다.
선정禪定, 정려靜慮라고도 하는데 명상을 의미한다.
공空은 모든 사물은 연기緣起에 의해 생기는 것일 뿐
본래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산스크리트어 śũnya의 의역意譯이다.
적寂은 산스크리트어 śamana의 의역意譯으로 모든 번뇌 망상이 다 사라져서
마음이 지극히 고요하고 편안해진 상태 즉 적정寂靜(해탈·열반의 경지)을 말한다.
이런 경지에서 진지眞智를 비추는 빛이 뜨는데 이를 적광寂光이라고 한다.
한산은 ‘공空을 관觀하니 경지 더욱 적정寂靜에 드네’라고 읊어
삼매에 깊이 든 마음의 상태를 전한다.
이로써 우리는 그의 수도修道의 경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산이 단지 자신의 경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런 말을 했을까?
그의 의도는 다른 데 있었다고 본다.
사람들에게 도道를 닦아 해탈解脫·성불成佛하여 고통의 바다인 사바세계를
하루 속히 벗어나기를 염원念願하는 심정으로 이렇게 노래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구절이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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