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81
아금유일유我今有一襦 내 저고리 하나 있으니
비라부비기非羅復非綺 라羅도 아니요 기綺도 아니다.
차문작하색借問作何色 그러면 또 빛깔은 무슨 색인가?
불홍역부자不紅亦不紫 붉은빛도 아니고 자줏빛도 아니다.
하천장작삼夏天將作衫 여름에는 그것으로 적삼 만들고
동천장작피冬天將作被 겨울에는 그것으로 이불 삼는다.
동하체호용冬夏遞互用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지어 쓰지마는
장년기저시長年祇這是 언제나 내게는 그것이 그것이다.
지금 내게 저고리 하나 있는데
거친 비단도 무늬 좋은 비단도 아니네.
무슨 색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붉은색도 보라색도 아니네.
여름엔 적삼으로
겨울엔 이불로 쓰네.
오랜 삶에
단지 이것뿐이네.
►일유一襦 저고리 하나. ‘襦’ 저고리.
►비라부비기非羅復非綺 좋은 옷이 아니라는 것.
‘羅’ 비단. 깁(명주실로 바탕을 조금 거칠게 짠 비단).
‘綺’ 무늬 좋은 비단緋緞.
►차문借問 (글에서) 남에게 모르는 것을 물음. 상대자 없이 가정假定하여 물음.
►불홍역부자不紅亦不紫
<논어 향당편鄕黨篇>에
“군자는 보라색과 붉은색으로 옷깃을 장식하지 않는다.
다홍색과 자주색으로 속옷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삼衫 적삼(윗도리에 입는 홑옷).
►피被 이불.
오로지 단벌 옷, 그것이 전부이다.
참다운 삶을 사는 이에게는 그 외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욕심 부려 모은 재물이 그대의 덫이다.
我今有一襦 내게 只今 저고리 하나 있는데
非羅復非綺 두께 緋緞도 무늬 緋緞도 아니었다.
借問作何色 무슨 빛깔인가를 일부러 물어봐도
不紅亦不紫 붉은色도 아니고 紫朱빛도 아니었다.
夏天將作衫 더운 여름날에는 赤衫을 만들고
冬天將作被 추운 겨울철에는 이불을 만들리라.
冬夏遞互用 겨울과 여름 番갈아 서로 쓰나니
長年只這是 오랜 歲月에도 내 옷은 다만 이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