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82
백불전단병白拂栴檀柄 흰 拂子의 전단나무 자루여
형향경일문馨香竟日聞 그 향기 언제나 그윽이 풍기네.
유화여권무柔和如卷霧 부드러워라 감도는 안개런가.
요예사행운搖拽似行雲 나부끼어라 떠가는 구름 같네.
예봉의당서禮奉宜當暑 예답게 받들어 더위를 물리치고
고제복거진高提復去塵 높이 휘둘러 먼지를 떨어내네.
시시방장내時時方丈內 또 때때로 십 홀笏 方丈 안에서는
장용지미인將用指迷人 어리석은 이들의 갈 길을 가리키네.
흰 불자拂子의 전단나무 자루에선
온종일 향내음 풍겨나네.
부드럽고 온화하기 감도는 안개 같고
흔들리고 끌리기 떠가는 구름 같아라.
예로 받들어 마땅히 더위 물리치고
높이 들어 먼지를 턴다.
때때로 방장方丈에서
길 잃은 이들의 갈 길을 가리킨다.
►백불白拂 흰 拂子. ‘불자拂子’ 먼지떨이.
말꼬리나 중국산 얼룩소의 꼬리털을 묶어 거기에 자루를 단 것.
원래 인도에서 승려가 모기나 파리를 쫓는 데 쓰던 것인 데
지금은 선종禪宗의 승려가 번뇌煩惱, 장애障礙를 물리치는 표지로서 씀.
<불자拂子>
수행자가 마음의 티끌과 번뇌를 털어내는 상징적 의미의 불구佛具.
불 또는 불진拂塵이라고도 한다.
짐승의 털이나 삼[麻] 등을 묶어서 자루 끝에 맨 것으로
원래는 벌레를 쫓는 데 쓰이는 생활용구였다.
모양은 총채와 비슷하며 인도에서는 일반사람들도 모기 등의 벌레를 쫓는 데 사용한다.
불가에서는 흰 말의 꼬리털로 만든 백불白拂을 귀하게 여기며
조사祖師의 영정에 지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자루에는 장식으로 흔히 용의 문양을 새긴다.
불가에서 지켜야 할 계율인 <마하승기율>에서는
비구가 화려한 불자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다라니집경陀羅尼集經> 제6에서는 관세음보살은 왼손에,
보현보살은 오른손에 백불을 잡은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였다.
불자를 지물持物로 삼는 뜻은 신상의 악한 장애나 환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선종의 장엄구로 쓰였으며 전법의 증표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전단栴檀 단향목. 산스크리트어 candana의 음사.
남인도의 서해안에 뻗어 있는 西고츠 산맥에서 많이 자라는 상록 교목으로
끝이 뾰족한 타원형의 잎이 마주나고 꽃은 주머니 모양임.
나무에서 향기가 나고 조각물의 재료로 쓰임.
►유화柔和 성질이 부드럽고 온화溫和함.
►예拽 끌다.
►의당宜當 마땅히. 으레.
►방장方丈 고승들이 거처하는 처소.
維摩居士가 一丈四方의 작은 방에서 수행한 데서 유래되어
선실禪室을 방장이라 이르게 되었음.
흰 불자拂子여,
번뇌의 먼지 다 떨어내니 방장 안에는 그윽한 향기 풍기네.
감도는 안개이런가,
떠가는 구름이런가,
세속의 번뇌 다 물리치고 어리석은 이들의 갈 길을 알려주네.
白拂栴檀柄 흰 拂子의 栴檀나무 손잡이
馨香竟日聞 그윽한 香氣 終日토록 풍긴다.
柔和如卷霧 부드러움 감아드는 안개 같고
搖曳似行雲 흔들리고 이끌림은 날아가는 구름이라.
禮奉宜當暑 예로써 받들 때는 더위에 맞서고
高提复去塵 높이 들어 떨침에는 먼지를 털어낸다.
時時方丈內 때때로 方丈의 작은 房 안에서는
將用指迷人 어리석은 이들을 가리킴에 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