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38
한산서은처寒山棲隱處 한산자寒山子가 숨어 사는 곳
절득잡인과絶得雜人過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도 끊어졌네.
시봉림내조時逢林內鳥 이따금 숲 속에 들어가 새를 만나면
상공창산가相共唱山歌 함께 산 노래를 부르네.
서초연계곡瑞草聯谿谷 상서祥瑞로운 풀은 산골짜기까지 잇닿았고
노송침차아老松枕嵯峨 늙은 소나무는 높고 험한 산을 베고 누워 있네.
가관무사객可觀無事客 볼만하구나, 아무런 일도 없는 나그네가
게헐재암아憩歇在巖阿 바위 언덕에서 편히 쉬고 있는 모습이….
寒山棲隱處 寒山이 터 잡고 사는 隱居地
絶得雜人過 이런저런 사람들 찾아오지 않네.
時逢林內鳥 때때로 숲에 들어 새를 만나면
相共唱山歌 우짖는 새와 함께 노래부르네.
瑞草聯谿谷 吉祥草 시내까지 이어져 있고
老松枕嵯峨 老松은 우뚝 솟은 山봉우리 위에 있네.
可觀無事客 閑暇한 나그네 볼만하지 아니한가
憩歇在巖阿 높고 깊은 山中에서 便히 쉰다네.
한산이 숨어 사는 곳
세상사람 발길 끊겼네.
때때로 숲속 새를 만나면
서로 함께 산 노래 부르네.
상서로운 풀 골짜기까지 이어져 있고
늙은 소나무 높고 가파른 산 베고 있네.
볼 만하여라, 산모퉁이에서 쉬고 있는
저 일 없는 나그네를.
►절득絶得 단절. 두절. ‘得’ 동사 뒤에 조사로 쓰였다.
►과過 방문하다.
►서초瑞草 길상吉祥의 풀. ‘풍성하고 아름다운 풀’을 형용함.
영지靈芝, 명협蓂莢 등을 말하며 선초仙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차아嵯峨 산세가 험준하다. 산이 높고 험한 모양.
老松이 험한 산에 누운 듯이 자태를 드리우고 있다.
두보杜甫는 <강매江梅> 시에서
고원불가견故園不可見 고향 땅 볼 수 없으니
무수울차아巫岫鬱嵯峨 무산의 높은 산 답답하여라. 라고 읊었다.
►무사객無事客 무사인無事人. 일 없는 사람.
견성見性하여 해탈한 사람. 여기서는 한산 자신을 가리킴.
“만일 부처를 찾으려면 곧바로 견성하라.
성품이 곧 부처요, 부처는 자재한 사람이며, 일 없고 함이 없는 사람이다.”
/<소실육문·혈맥론>
►게헐憩歇 쉬다. 휴식하다.
►암아巖阿 산모퉁이. 산의 굽은 곳. ‘阿’ 모퉁이.
한漢나라 왕찬王粲의 <칠애시七哀詩>에
산강유여영山崗有餘映 낮은 산에 해질녘 빛이 깃들고
암아증중음巖阿增重陰 산굽이엔 그늘 겹쳐 어두워지네. 라는 구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