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63
천운만수한千雲萬水閒 구름 자욱하고 시냇물 여러 갈래로 흘러내리는데(閒=間)
중유일한사中有一閑士 그 가운데 한가롭게 지내는 선비 한 사람 있네.
백일유청산白日游靑山 대낮에는 푸른 산에서 노닐고
야귀암하수夜歸巖下睡 밤에는 돌아와 바위 밑에서 잠드네.
숙이과춘추倏爾過春秋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도
적연무진루寂然無塵累 마음이 고요하고 맑으니 티끌세상의 번뇌煩惱 하나 없네.
쾌재하소의快哉何所依 통쾌痛快하구나! 무엇에 의지할 것인가.
정약추강수靜若秋江水 가을 강물처럼 고요하고 깨끗하기만 한데
千雲萬水間 千雲萬水 사이
中有一閒士 그 가운데 閒暇한 선비가 있다.
白日游青山 낮에는 푸른 山을 거닐며 놀고
夜歸巖下睡 밤에는 바위 아래 돌아와 자네.
倏爾過春秋 갑자기 歲月이 그렇게 지나도
寂然無塵累 寂然한 내 삶이라 煩惱는 없네.
快哉何所依 快哉라 어디에 依支하랴
靜若秋江水 고요하기가 가을 江물 같은데.
하늘 아래 산수 간에
한가롭게 사는 이
낮에는 푸른 산속을 거닐고
밤 되면 바위 아래 초막에서 잠드네
하루하루 그렇게 세월이 가도
고요한 내 삶 안에 번뇌는 없네
쾌재라 어디에 기댈 필요 있으랴
고요한 이 마음 가을 강물 같네
►‘한가할 한, 사이 간閒’ 틈 한/사이 간間 틈, 사이, 들이다, 받아들이다
►숙이倏爾 갑자기. 문득. 홀연히. ‘세월이 흐름’을 묘사한 말.
‘갑자기 숙倏’ 개가 빨리 달리다. 갑자기. 매우 짧은 시간. 빨리 내닫는 모양
‘너 이/꽃 많고 성한 모양 이爾’ 너, 당신當身. 이(≒此) 그(≒其)
► 춘추春秋 봄과 가을. ‘해(年)’ 문어적文語的 표현. 어른의 나이를 높여 이르는 말.
►백일白日 구름이 끼지 아니한 밝은 해. 대낮.
►적연寂然 번뇌가 다 끊어져 더 이상 동요가 없이 고요한 마음의 경지.
►진루塵累 진세塵世의 번뇌. 세속의 번거로움.
번뇌는 먼지나 때와 같아서 사람의 마음을 오염시켜
해탈하는 데에 누累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