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64
권니휴거래勸你休去來 그대에게 권하는데, 오가는 것 그만두고
막뇌타염노莫惱他閻老 저 염라대왕閻羅大王을 원망하지 말게.
실각입삼도失脚入三途 발을 헛디뎌 삼악도三惡道에 빠지면
분골조천도粉骨遭千搗 수없이 찧어져 뼈가 가루가 되네.(찧을 도擣=搗)
장위지옥인長爲地獄人 오래도록 지옥地獄에 떨어진 사람이 되어
영격금생도永隔今生道 영원히 이승의 길과 멀어지리라.
면니신여언勉你信余言 그대에게 권하는데, 내 말을 믿고
식취의중보識取衣中寶 옷 속에 들어 있는 보배를 알아차려야 하네.
勸你休去來 네게 勸하노니 오고감을 좀 쉬어라
莫惱他閻老 저 閻羅 僉知에게 시달리지 말라.
失腳入三途 한番 잘못 디뎌 三途에 들면
粉骨遭千搗 限없는 매질에 온 뼈가 가루되며
長為地獄人 길이 저 地獄에 든 사람 되어
永隔今生道 다시는 이生 길에 나오지 못하리니.
勉你信余言 부디 내말을 믿어 너는 힘써서
識取衣中寶 옷 속의 寶物을 알아서 가지거라.
그대에게 권하노니 악한 말 그만하라.
저 염라대왕 원망치 말라.
발 헛디뎌 삼도三途에 빠지면
천번 빻아져 뼈들 가루가 되리라.
길이 지옥사람 되어
영원히 이번 생과 단절되리라.
그대에게 권면하노니 내 말 믿어
옷 속의 보배구슬 인식하여 가져가게나.
►휴거래休去來. 休去. 정지停止. ‘來’ 어조사로 뜻이 없다.
세상 사람들이 악한 말을 하는 것을 그만 두기를 권하고 경계한 말.
►염노閻老 염라대왕. 산스크리트 야마라자Yamarāja를 음역한 염마라사閻魔羅闍의 약칭
►실각失脚 길을 갈 때 조심하지 않아 넘어지다.
►삼도三途 수라, 축생, 지옥. 불, 칼, 피의 세 가지 길.
이들은 삼독三毒으로 불리는 탐貪, 진瞋, 치癡에 대응하는 것들이다.
즉 불길은 자비심이 없는 중생이 항상 분한 마음을 품고 살다
죽은 뒤에 화탕 지옥에 나는 것을 말하고
칼 길은 남에게 은혜를 베풀 줄 모르는 욕심 많은 중생이
죽은 뒤에 아귀로 태어나는 것을 말하고
핏 길은 지혜를 얻지 못하고 어리석게 살다 간 중생이
축생으로 태어나 남의 먹이거리가 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분골조천도粉骨遭千擣 몸을 방아에 찧는 지옥의 형벌을 가리킨다.
‘찧을 도擣’=찧을 도搗. 찧다, 빻다,
절구에 찧다, 찌르다, 공격하다, 두드리다, 다듬이질하다
►면勉 권면勸勉하다. 권하고 격려하여 힘쓰게 하다.
►의중보衣中寶 의중보주衣中寶珠. 옷 속의 보배구슬.
중생이 본래부터 충분히 갖추고 있는 불성佛性을 비유한 말.
그때 오백 아라한들은 붓다 앞에서 수기受記를 받고서 뛸 듯이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붓다 앞으로 가 발에 엎드려 예배하고 잘못을 뉘우치며 자책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구경의 멸도滅度를 이미 얻었다고 항상 생각하고 스스로 말했는데
이제 알고 보니 지혜 없는 사람과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은 여래의 지혜를 얻어야 하는데도 스스로 작은 지혜로 만족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친구 집에 가서 술에 취해 잠들었는데, 이때 친구는
관청일로 나가면서 무가보주無價寶珠를 그의 옷 속에 매어주고 간 것과 같습니다.
그 사람은 취해서 전혀 알지 못한 채 일어나 유랑하여 타국에 가서
힘써 옷과 음식을 구하느라 아주 큰 고난을 겪었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얻는 것이 있으면 만족했습니다.
나중에 친구가 그를 만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달프구나, 장부여. 어찌 옷과 음식 때문에 이지경이 되었는가?
내가 예전에 그대가 안락安樂을 얻고 오욕을 즐기게 하려고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에
무가無價의 보배 구슬을 그대의 옷 속에 매달아주어 지금도 그대로 있는데 그대는 알지 못한 채
일하느라 고생하고 근심과 고뇌에 차 스스로 살 길을 구하다니 참으로 어리석구려.
그대는 이제 이 보배로 필요한 것을 사면 항상 뜻대로 할 수 있고 부족함이 없을 것이네.”
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이 보살로 계실 때에
저희들을 교화하시어 일체지의 마음을 내도록 하셨지만 그것을 잊어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며
이미 아라한의 도를 얻어 멸도 했다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본래 살림살이가 어려워서 작은 것만 얻어도 만족스럽게 생각하였으나
일체지一切智를 바라는 마음은 아직 잃지 않았습니다.
지금 세존께서 저희들을 깨닫게 하시려고 말씀하시기를
‘여러 비구들아, 너희들이 지금 얻은 것은 구경의 열반이 아니니라.
내가 오랫동안 너희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선근을 심도록 하였고,
방편으로써 열반의 모습을 보였으나
너희들은 그것으로 진실한 멸도를 얻었다고 하노라.’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야 저희들은 보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을 수 있음을 알았으며
이런 인연으로 마음이 매우 크게 환희하여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얻었습니다.”
/<묘법연화경·오백제자수기품>